참 바쁘게 살았던 시절이 있습니다. 무엇인가 하고자 시도를 하면 운이 좋아서인지 경쟁률이 낮아서인지 대부분 경험할 수 있었던 시기였었죠. 그때에는 다양한 일을 빠르게 끝내야 했기에 깊이 있는 사고를 할 시간은 없었습니다. 여러 가지 일을 끝내놓고 저녁에 소파에 누워 스마트폰을 보고 있으면 세상이 꼭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흐뭇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날아든 아내의 역정에 정신이 번쩍 들며 설거지, 아이와 놀아주기 등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몇 년을 살았습니다. 주변에서는 세상 0.1%의 바쁨으로 살아가는 사람 같다는 말을 들었으며, 또 누군가는 '능력자'라는 별명을 지어 불러주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낯간지럽고 부끄러워 그 말이 어색했으나 어느 순간부터 자만심이 늘어 '나는 능력자다'라는 의식이 은연중에 뇌리에 박힌 것 같습니다. 회의를 해도 저의 의견이 우선시되어야 했고 남들은 의견을 내기 전에 저의 눈치를 살피는 사례가 늘어났습니다. 그럴수록 내가 무엇이라도 된냥 마음속으로 우쭐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대학 동기(ROTC) 카톡방에서 누군가 책을 냈다는 글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 친구의 대학 생활과 평소 성품을 아는지라 처음에는 좀 의아했습니다. '요즘 책 내는 것이 무슨 트렌드인가?'라는 생각으로 주문을 했고 그 친구의 책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충격이었습니다. 내가 알고 있던 그 친구가 아니었습니다. 사고의 폭발적 성장을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고 어떤 삶을 살았는지 알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냥 시시한 농담이나 하던 대학생 때 친구가 아니었던 것입니다. 마지막 부분에서 밝힌 그 친구의 습관은 참으로 놀라웠습니다. 저녁 시간 애들을 모두 재우고부터 진짜 자신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습니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궁리를 하면서 그 친구는 지속적으로 발전해 왔던 것입니다. 갑자기 지나온 시간이 부끄럽게 느껴진 건 왜일까요? 나름 최고의 바쁨으로 지내왔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저의 바쁨은 개인적 발전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습니다. 매번 같은 말을 하고, 비슷한 일을 하면서 무슨 발전이 있었을까요? 단지 바쁘게만 살아왔던 인생이었습니다.
순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궁리하지 않고 생각하지 않고 가질 수 있는 것은 이미 다른 사람들이 버리거나 쓰다 남은 것들 뿐이다. 귀하고 아름답고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궁리해야 한다.' 궁리한다는 것은 고민하고 애쓴다는 의미입니다. 하루종일 그 생각만 한다고 발전하는 것은 아닙니다. 궁리하기 위해서는 공부를 해야 합니다. 공부를 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독서를 통한 것이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겠지요. 그저 그런 사람들과 지속적인 만남을 통해 무엇을 배우겠습니까? 술이 들어가면 나오는 뻔한 스토리를 지속적으로 듣는다고 어떤 개인적 발전이 있을까요? 오히려 책을 통해 다양한 사람(저자)을 만나고 그들의 생각과 논리를 접하는 것이 훨씬 더 이롭지 않을까요? 남들이 일반적으로 하는 생각들은 귀하고 아름다운 것들이 아닙니다. 쉽게 가질 수 있는 것은 이미 다른 사람들이 쓰고 버린 것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발전하기 위해서는 그런 생각들이 아니라 진취적인 생각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독서를 해야 합니다. 남들이 읽지 않기 때문에 더 많이 더 자주 읽으면 그들보다 훨씬 더 발전할 수 있습니다.
모두가 하나의 결승점을 향해 뛰어가는 마라톤을 생각해 봅시다. 수백 명의 참가자가 시작 소리와 함께 같은 방향을 향해 뛰어갑니다. 시간이 지나면 어느새 여러 그룹으로 나누어지게 되고 중계를 하는 카메라는 선두 그룹만 중점적으로 찍어서 송출합니다. 누가 1등을 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문제이니 그럴 수밖에요. 세상에 최고는 단 하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최고와 비교하는 순간 나머지 99%는 모두 불행에 빠지게 됩니다. 최고가 되기 위해서 비교 대상을 밖에서 찾게 되면 우리의 인생은 불행해지게 됩니다. 깊은 좌절감으로 더 이상의 발전이 어렵게 되죠. 하지만 비교 대상을 안에서 찾으면 결과는 달라집니다. 오늘 아침에 6km를 30분 41초에 뛰었다면 내일은 30분 31초에 뛸 수 있으면 발전한 것입니다. 나의 가능성을 계속 높여가는 비교니까 스스로 발전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세계 최고의 마라톤 선수였던 킵초게 선수와 비교하면 아이의 걸음마 수준 밖에 되지 않는 것이죠. 킵초게와 나는 분명 다른 장점을 가진 사람입니다. 그와 단순 비교하는 것은 불행의 초입에 들어서는 것이나 마찬가지죠. 하지만 나 자신과 비교하면서 기록을 지속적으로 줄여갈 수 있다면 이것은 행복한 발전을 이룰 수 있는 원동력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끊임없는 공부가 필요합니다. 공부라는 말만 들어도 진절머리가 나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저 역시 힘들었던 고등학교 때가 생각나 공부라는 단어를 지우고 살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무엇인가를 억지로 외워야 했고, 교묘한 함정을 피하기 위해서 계속 의심해야 했던 과거의 공부를 떠올렸기 때문이죠. 하지만 학창 시절의 공부와 지금의 공부는 사뭇 다른 면이 많습니다. 텍스트를 읽고 가장 최선의 정답을 찾아가는 문제풀이식의 공부는 실제 생활에서는 거의 활용되지 못합니다. 오히려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열린 문제들이 훨씬 더 많죠. 가령 이사를 해야 한다고 칩시다. 지금 사는 곳보다 훨씬 더 나은 학군, 인프라, 자연환경을 원할 것이고 그런 곳을 수소문하게 됩니다. 시간을 내어 공인중개사를 돌아다니며 임장을 하고 집들의 특징과 가격 등을 비교합니다. 집을 팔고 사게 될 때 발생하는 세금 문제도 공부를 해야 하며, 집의 가격에 따른 중개수수료율도 신경 써야 합니다. 이사를 하면 가구, 가전 등을 어떻게 할지도 판단해야 하며 여러 사이트를 비교하면서 최선을 선택을 해야 합니다. 만약 학교에서의 공부였다면 어느 곳으로 이사를 해야 할지 정답이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현실은 정답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나의 현실에 맞는 최선의 선택이 있을 뿐입니다. 그 선택이 잘못되지 않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공부입니다. 부동산 전망, 세금, 환율과 이율 등 꼼꼼히 따져야 할 것들이 넘쳐나지요. 시간이 없고 바쁘다는 핑계로 누군가에게 이런 일들을 맡긴다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비용이 지출됩니다. 세이노의 가르침을 집필한 세이노(가명)씨는 이런 일들에 부딪히면 열심히 해보라고 합니다. 그냥 누군가 시켜서 하는 일은 자기의 발전이 없다고 하죠. 한 번 이사할 때 꼼꼼히 한 공부는 분명 자신의 자산이 되어 새로운 발전과 소득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강의를 잘하는 사람을 보고 우리는 전문가라고 하지 않습니다. 강의 준비를 잘해서 전문가 소리를 듣는 것입니다. 비슷한 말로 들릴지 몰라도 분명 차이가 존재하는 말이니 잘 새겨들어보시길 바랍니다. 우리가 발전하지 못하는 이유는 관성적인 삶에 너무 익숙해져서입니다. 조금 불편을 감수해 보기 바랍니다. 잠이 오더라도 하루 10분씩 책을 읽어보고, 자신을 거울삼아 매일 발전하는 자신을 돌아보며, 조금 귀찮은 일이 생기더라도 꼼꼼히 공부하는 습관을 들여 봅시다. 어느새 예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어 있는 자신을 목도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