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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sasi kang Jul 18. 2023

미래사회에 대한 통찰

일의 미래

  1890년대 뉴욕의 말똥위기를 아시나요? 아직 내연기관 자동차가 만들어지지 않았을 때 말은 대체할 수 없는 운송수단이었습니다. 크고 작은 수레부터, 짐을 실은 마차, 승객용 마차 등 온갖 수단에 엄청난 수의 말이 필요했습니다. 말 그대로 뉴욕 시내는 말 반 사람 반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곳이었지요. 그런데 말은 운송 수단으로 여러 가지 문제를 동반하고 있었습니다. 그중 하나가 말이 배출하는 똥이었는데 하루에만 무려 7~13kg을 배출한다고 합니다. 마차를 끌고 가는 말이 길거리에 배출하는 똥의 양이 어마어마하다 보니 곧 뉴욕시가 말똥으로 뒤덮일 거라는 위기가 생겨났죠. 건물로 따지면 3층 높이까지 쌓일 수 있다는 전망치가 나올 정도였으니까요. 게다가 말은 효율성도 떨어져 일정 거리를 움직이면 반드시 쉬어야 했으며 물과 음식을 먹여야 했습니다. 하지만 헨리 포드의 모델 T로 말미암아 말의 운송수단 역할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죠. 더불어 말똥위기는 더 이상 사람들의 관심에서 사라지기도 했고요. 이런 갑작스러운 변화는 기술의 진보로 발생하는데 이런 현상이 인간에게도 나타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일은 신성한 것이며 나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질 수 있는 자본을 획득하는 수단입니다. 그렇다 보니 학교에서도 일과 직업에 대한 교육이 강조되었으며 상위 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조금 더 구체화되고 심화되는 교육을 하였습니다. 일이라는 것은 평생을 두고 우리가 해야 하는 소명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또한 일은 사회적 번영을 나누는 주요한 방법이었습니다. 내가 회사에 취직해서 맡은 업무를 열심히 한 결과 회사는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었고 그 열매를 나누는 것이 일에 대한 대가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 일에 대한 개념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습니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기술은 계속 진보하고 있습니다. 기술 발전은 인간의 업무 생산성을 높였고, 그로 말미암에 전체 파이는 수십 수백 배가 더 커졌습니다. 구체적인 수치를 살펴보면 1700년에서 2000년 사이 영국은 113배, 일본은 171배, 브라질은 1699배, 오스트레일리아는 2300배, 캐나다는 8132배, 미국은 15241배의 파이가 커졌습니다. 파이가 커진 것뿐만 아니라 일의 종류도 엄청난 변화를 보였죠. 과거에는 유망했지만 지금은 없어진 일도 있고, 예전에는 전혀 존재하지 않았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새롭게 생겨난 일도 있죠. 대부분 없어진 일에 종사한 사람들이 새로운 일로 진입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뉴욕의 말똥위기처럼 인간은 말의 운명과는 다르게 살아남아 왔습니다. 하지만 일의 질이 점점 달라지고 있습니다.

  정상분포 곡선에서 가장 넓은 면을 차지하는 것이 중간 부분입니다. 일로 따지면 중산층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이 하고 있는 일들입니다. 그런데 기술의 진보는 중간층의 일을 기계가 대체하도록 변화시켰습니다. 대부분 중간층에서 하는 일은 반복적이고 크게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일들입니다. 공장에서 물건을 만들거나, 회사에서 서류를 작성하는 일들을 생각하면 쉬울 것입니다. 앞서 인공지능의 발달에 대한 논의에서 이런 일들은 이제 인간보다 기계가 더 잘하는 시대가 왔습니다. 그렇다 보니 일의 분포에서 가운데 부분이 점점 줄어들고 반대로 양 끝쪽이 늘어가고 있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고임금 고숙련 일의 경우 해당자가 적습니다. 기계를 컨트롤할 수 있는 엔지니어, 상위 프로그래머, 자본을 가지고 있는 CEO 등이 여기에 속하니까요. 반대로 저 숙련 일자리는 점점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간호/간병, 가사 도우미, 아이 돌봄, 미용사, 사회복지사 등을 생각하면 쉽습니다. 그런데 이런 저 숙련 일의 경우 임금이 턱없이 낮은 것이 문제입니다. 일의 양극화 그로 말미암은 자본의 양극화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는 이유입니다. 과거에는 중간층이 두텁다 보니 이런 사회적 문제가 거의 발생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죠.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의 질이 점점 더 낮아지고 예전만큼 자본 획득이 쉽지 않은 상황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상입니다. 블루칼라, 화이트칼라로 대표되던 중간층의 일이 점점 사라지고 지금은 핑크칼라가 대세가 되고 있습니다. 기계의 손이 닿지 않는 저임금 일이 대부분 여성이라는 현실을 반영한 신조어입니다. 

  인간과 기계가 동업한다는 개념은 인간이 기계보다 더 뛰어난 부분이 있을 때 가능합니다. 하지만 기계의 성능이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순간 더 이상 동업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점점 더 기계는 많은 분야에서 인간을 뛰어넘고 있습니다. 한 예로 내비게이션을 생각해 봅시다. 내비게이션이 처음 나왔을 때 많은 사람들은 엄청난 도움을 받았습니다. 더 이상 목적지를 찾는 중간에 차를 세워 지도를 들여다볼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내비게이션의 도움으로 인간은 조금 더 쾌적하고 효율적으로 목적지까지 이동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자율주행의 발전으로 기계가 인간보다 운전을 더 잘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더 이상 내비게이션은 인간을 돕는 존재로 남아있지 않을 겁니다. 인간은 운전석에서도 밀려 결국은 운전이라는 일이 없어질 테니까요. 이제 운전은 어쩌다 한 번씩 하는 취미 활동의 영역으로 넘어갈 수도 있습니다. 다른 예로 일본 보험회사 후코쿠 생명보험에서 계약자에게 줄 보험금을 계산하는 AI시스템을 활용하여 보험금 산정 직원의 일이 사라졌고, 식물학 분야에서는 80%의 정확도로 식물을 분류해내고 있습니다. 언론분야에선 스포츠 기사와 기업의 수익 보고서를 작성하는 알고리즘을 이용하기 시작했고, 인력 관리에서는 입사 지원서의 72퍼센트가 한 번도 인간의 눈으로 검토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 일에 종사하던 사람은 더 이상 그 일을 할 수 없게 되었다는 뜻입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새로운 기술이 나타나고 상품을 생산할 때 그 업무를 수행할 가장 적합한 선택지가 인간일 것이라 추정해 왔습니다(우월성 추정). 하지만 미래사회는 그 생각이 오류일 수 있다는 판단이 듭니다. 인간에게 일이라는 것은 인생의 중요한 부분인데 이런 일의 질이 점점 낮아지고 기계로 대체되다 보니 이제 일이라는 개념을 새롭게 정의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울러 이런 상태라면 사회적 분열과 혼란이 가중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우려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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