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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sasi kang Sep 07. 2023

(3)SNS 속 사람들의 화려함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대에는 오프라인을 통한 만남이 주 소통 방식이었습니다. 몇 년 만에 만난 친구를 보며 '많이 젊어졌다.' '이뻐졌다' '건강해 보인다' 등 덕담을 주고 받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 꽃을 피우죠. 그러고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직장동료, 이웃 주민들과 생활합니다. 사실 이런 시절에는 누군가와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주변인으로 한정지어집니다. 이웃집 철수와 영희, 아랫집 남자, 직장 동료, 같은 동네 주민 등 거리적으로 멀지 않은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비슷한 일상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일이 적었습니다. 하지만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난 일까지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는 요즘 시대에는 비교의 대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나와는 전혀 관련 없는 사람들도 비교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얼굴 한 번 본적 없는 사람이 우상이 되기도 합니다. 이런 현실에 일조한 것이 인터넷의 발달과 SNS라면 부정할 사람이 없겠죠?

  SNS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무엇인가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 밴드, 카페,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웨이보, 틱톡 등 많은 것들이 떠오를 겁니다. 이 것 중에서 최소 1~2개 이상은 사용하실 거라 판단됩니다. 실시간으로 울리는 스마트폰을 바라보며 누군가의 의견, 일상, 멋진 사진, 자랑 등을 보면서 매일매일을 보냅니다. 사무실에 앉아 상사의 눈치를 보며 열심히 자판을 두들기고 있는 자신의 처지와 비교하게 되면 현타가 강하게 오죠. '내 인생은 왜 이럴까? 다른 사람들은 너무나 멋진 삶을 사는데 나는 왜 이렇지?' 등 자기 비하적인 감정이 용솟음 치게 됩니다. 빠른 정보공유와 나눔을 위해 개발된 SNS들은 사람들에게 큰 소외감을 선사하고 있는 것입니다. 

  A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페이스북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B라는 사람의 일상을 알게 된 후 많은 심적 혼란이 생겼습니다. 나름 열심히 인정받고 살고 있었는데 B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교한 그의 삶은 너무나 초라했던 것입니다. 열심히 자신의 일을 하며 가족을 돌보고, 주변의 인정을 받아 이런 저런 일에도 참여하며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었는데 B의 삶은 자신과 차원이 달랐던 것입니다. 사실 B는 A와 지인으로 자신보다 능력이나 평판이 좋지 않았던 사람인데 SNS속에서는 신적 존재로 군림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B가 하는 사소한 일들은 과장되고 부풀려져 게시되었고 그를 정확히 모르는 사람들은 '좋아요'와 긍정적인 댓글을 통해 그를 떠받들었죠. 사실 같은 직종에 있는 사람이 봤을 때 크게 중요하지 않은 일들도 SNS속에서 포장된 후에는 엄청난 조회수를 끌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SNS속에서 또 다른 페르소나를 갖게된 B는 여기저기 쏟아지는 강의 요청과 찬사로 A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삶을 살고 있었던 것이었죠. 

  실제 겪었던 사례를 하나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넉넉한 집안 형편은 아니었지만 어릴적부터 갖고 싶었던 수입차를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신차로는 사지 못했고, 보증이 약간 남은 중고를 구입하게 되었는데 보증 기간이 끝난 후 차량에 문제들이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밴드와 카페 등을 통해 차량 동호회를 가입하게 되었고 그곳에서 많은 정보들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 심적으로 큰 위안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지역에 위치한 어느 수리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밴드 사람들은 그를 마치 신적인 존재로 떠받들고 있었습니다. 정식 센터 직원보다 훨씬 나은 능력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적은 수리비를 받는 현인처럼요. 저도 차량에 문제가 있었던 지라 상담 후 예약을 하고 방문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도착한 곳은 수리점이 아니라 타이어 교환점이었습니다. 뭔가 석연치 않았지만 SNS속 사람들의 후기와 추천을 듣고 의심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시운전 후 제가 수리를 원했던 것은 쏙 빼고 자신이 수리하고 싶은 것을 말하며 싸게 수리해주겠다고 했습니다. 누유와 관련된 것이었는데 급한 것이 아니라 추후 수리 계획이었는데 싸게 수리해준다는 말에 혹해 예약을 잡아 수리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후 한 달이 지난 시점에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차량이 심하게 떨리고 운행이 힘든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다시 찾아가니 본인은 정상적인 수리를 했다며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 발뺌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결국 다시 돈을 들여 정식 센터에서 점검을 받았고 수리한 부분(리어 디퍼런셜 기어)이 완전히 망가졌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그 결과를 들고 다시 찾아갔지만 자신은 잘못이 없다며 알아서 하라고 내리섰습니다. 더이상 말해봤자 소득도 없을 것 같았고, 이미 해당 동호회 밴드에서는 거의 신적인 존재라 제가 이런 주장을 한들 먹혀 들지도 않을 것 같아 그냥 제돈을 주고 교환을 했습니다. 약 3달 간의 기간이 걸렸고 수리비만 300만원이 훨씬 넘었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SNS상의 말과 글을 무조건적으로 신봉하지 않겠다는 다짐도 하게되었습니다. 

  그러다가 몇개월 후 해당 밴드에 분란이 생겼습니다. 그 정비업자와 밴드 리더간 반목이 발생한 것이었습니다. 결국 그 정비업자는 탈퇴하고 따로 밴드를 만들어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추후 밴드 리더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인데 저와 같은 피해자가 많이 발생했던 것 같습니다. 누군가는 소송까지 진행하면서 그 정비업자와 싸움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그 정비업자는 이제 타이어 수리점에서 나와 자기만의 수리업체를 차렸습니다. 알고 보니 그 전에는 정비 관련 자격도 없이 마음대로 정비를 하고 계좌로 돈을 받는 방식으로 회원들을 활용했던 것이었습니다. SNS속 화려함을 절대 곧이곧대로 믿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다 시 한번 느낀 사례였습니다.

  페이스북에서 '남편'을 검색하면 기념일에 꽃을 준비하고, 멋진 식당을 예약해 와인잔을 기울이는 모습이 많다고 합니다. 로맨틱, 사랑, 선물, 다정함 등등이 연관 검색어로 뜬다고 하죠. 페이스북 속에서만 본다면 세상의 모든 남편들은 모두 로맨티스트들 입니다. 하지만 구글 검색창에 검색된 '남편'은 그와는 정 반대 개념이 많습니다. 폭력, 더러움, 이혼, 바람 등 부정적인 단어들이 훨씬 많습니다. 페이스북은 개인이 자랑하고 싶은 내용들을 주로 게시하다보니 남편에 대한 평향적인 부분이 많았지만 구글 검색은 실생활 속 고민을 누군가에게 공유하지 않고 찾는 곳이기 때문에 훨씬 현실적이었던 것입니다. 여러분인 생각하기에 '남편'에 대한 이미지는 어느 것과 더 밀접한가요?

  SNS 속 사람들의 화려함과 그들의 말에 혹해 금전적 후원을 하고나 큰 돈을 투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와는 다른 삶을 살고 있는 듯한 연출된 모습을 일상이라 믿음으로서 벌어지는 일입니다. 희대의 주식 투자 사기사건 등도 SNS의 이런 속성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죠. 그런 뉴스들과 개인적 경험들이 뒤섞인 지금 저는 SNS속 개인들의 모습은 또 다른 페르소나에 불과할 뿐이라는 신념을 갖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의 삶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수십조원의 부자도 하루 세끼 먹고, 잠자고, 똥쌉니다. 같은 생물학적 동물인데 크게 다른 생활이 있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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