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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연화 Feb 03. 2024

현존의 동반자

부재

 

 아들러는 말했다.

 

 “지금 여기를 살아라.”

 

 육신은 현재를 살아가지만, 정신은 과거 혹은 미래 속에 머물 때가 많다. 퇴근 후 나만의 시간을 즐기는 게 아닌 직장에서 저지른 실수를 떠올린다던가, 잠들기 전 밤의 고요함보단 미래의 불안에 시달린다. 사랑하는 존재의 손을 잡고 있지만, 그와 결혼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처럼.

 

 지금 순간이 소중하다는 사실은 표면적으로는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오늘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도 모르는 이는 없다. 하지만 내게 주어진 지금 이 순간의 찬란한 가치를 깨달으려면 이 순간이 부재했을 때를 생각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내게 주어진 모든 것이 당연하지 않음을 체감하는 방법은 이것들이 모조리 사라진다는 가정 속으로 걸어들어가는 것이 아닐까.

 

 내가 속한 공간, 앞에 펼쳐진 풍경들, 곁에서 숨 쉬고 있는 존재들, 평범하다고 여기는 소중한 것들의 부재를 떠올릴 수 있어야만 지금 여기에 집중할 수 있다고 믿는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 바라보는 방법은 그것이 없어졌을 때의 상실감과 후회를 끌어오는 것이다.

 

 가끔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나 될지 가늠한다. 그리곤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상상했던 것보다 턱없이 짧은 시간으로 줄어드는 상황을 그려본다. 심드렁하다. 와닿지 않는다. 애써 떠올리지만서도 그럴 일 없다고 생각해서일까. 내 인생이라는 오만은 몰입을 방해한다. 이성은 네 인생이라 해도 네 마음대로 미래를 정할 수는 없다고 말하지만, 마음은 입으로는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하며 고개를 돌려버린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곁에서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존재들의 호흡이 지금과 같지 않을 때를 생각한다. 숨결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멀어지거나, 숨이 멈추거나. 아주 잠깐 떠올리는 것만으로 아찔하고 아득하다. 금세 눈 습도가 높아진다.

 그럴 때면 나는 아직 우리가 함께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 사무치도록 그리울 지금 이 순간에 내가 속해 있어서 다행이다.

 

Q.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면 누구와 함께 보내고 싶나요?

 

A. 가장 자주 보고 있는 사람(가족, 연인, 친구, 반려동물)

 

자주 볼 수 있다는 이유로 애정과는 별개로 함께 좋은 시간을 만들어 가려는 노력이 희미해진다.

 

 나의 현존은 부재를 동반한다. 언젠가는 부재를 떠올리지 않고도 현존하는 사람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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