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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재민 Nov 25. 2023

막스 베버를 읽고 나서

천민자본주의 사회, 대한민국


“종교개혁으로 탄생한 청교도(프로테스탄트)는 자신이 구원 받았다는 것을 증명해내기 위해 검소한 생활을 하며 이윤을 불린다. 생활은 검소히 하지만, 이윤을 불려 부를 얻는 것이 곧 구원의 증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칼뱅주의자(청교도)는 자신이 구원받았음을 남에게 증명해내기 위해,철저한 계획과 설계대로 짜여진 삶을 살며 이윤을 불렸다(청교도 윤리). 이러한 윤리와 신용이 좋은 정직한 사람을 이상적인 인간으로 여기는 자본주의 정신이 결합된다. 여기서 이상적인 인간은 자본을 증가시키는 것을 의무로 여기고 삶의 목적 그 자체로 삼는다. 이러한 청교도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이 결합되어 사회내부의 청빈과 자본축적으로 이어졌고 자본주의사회가 탄생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후 세월이 흘러 청교도의 기독교 문화와 자본주의 정신은 사라지고, 그들의 생활양식만 남았다. 이것이 오늘날(1890년대)의 자본주의사회다.“


내가 생각하는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의 요지다. 여기서 청교도,프로테스탄트,칼뱅주의자는 모두 같은 의미로 쓰여진 한 단어다.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은 막스베버가 마르크스의 저서 <자본론>을 비판하고 보완하기 위해 쓴 책이다. 그래서 그런지 마르크스와는 또 다른 관점이 두드러진다. 나는 이 책을 통해, 개신교(기독교)의 뿌리와 자본주의사회에 대한 또 다른 거인의 관점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한편 막스베버는 이 책을 통해, ”이후 세월이 흘러 청교도의 기독교 문화와 자본주의 정신은 사라지고, 그들의 생활양식만 남았다. 이것이 오늘날(1890년대)의 자본주의사회다.“ 라고 표현한 1890년대의 자본주의 사회를 ‘천민자본주의’ 즉, 천박한 자본주의사회라고 표현했다. 베버가 왜 그렇게 표현했냐면, 1890년대의 자본주의 사회는 단순히 돈만을 최고로 여겼기 때문이다. 1890년대의 자본주의 사회에는 기독교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을 찾아보기 어렵다. 구원 받았음을 자신과 타인에게 증명해내기 위한 윤리와 돈을 생산적인 방식으로 사용한다는 정신은 온데간데 없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윤을 불려, 화폐만을 벌어들이는데 급급했던 것이다. 그러한 자본주의사회는 자연스레 돈을 소비하는 일에만 몰두하게 되어 있다.


오늘날(2020년대)의 지식인들은 이 책이 언급한 ‘ 1890년대의 천박한 자본주의사회’ 가 한국 사회와 닮아 있다고 말한다. 이들에 따르면 한국의 엘리트(지배계층)에게는 윤리와 정신은 온데간데 없다.이 엘리트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윤을 불려, 화폐만을 벌어들이는데 급급하다. 지식인들은 그 증거로서 한국의 엘리트(지배계층)와 그들의 영향을 받은 대중들이 노동을 통해 부를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을 꼽는다. 한국의 엘리트는 물론 대중들 역시 주식이나 코인,부동산과 같은 투기로서 많은 화폐를 벌어들인다는 것이다.


이런 사회분위기 속에 성실히 일해서 부를 얻겠다는, 당찬 기상은 힘을 잃는다. 부정부패에 편승한 이들이 이 나라의 국정과 부귀를 독차지한다. 또 경제권력, 정치권력이 이 모양이면,시민들 역시 성실이나, 대의,기백 따위를 말하기 어려워진다. 엘리트들이 정당한 방법으로 부를 얻지 않고, 권력에 줄을 대고 투기로써 큰돈을 벌어들이는데 그 어떤 시민이 성실이나 대의를 말할 수 있나. 경제,정치와 시민사회는 긴밀하게 연결 되어 있다. 촘촘하게 연결된 경제,정치와 시민사회가 침체되면 윤리나 도덕은 사라지고, 엘리트 계층의 권력남용과 같은 부정들이 사회에 가득해진다. 


이는 사실이다. 20세기, 한국 사회는 군사정부의 지원 아래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었다. 군사정부가 기업에게 지원한 금전은 모두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우리 군인의 희생, 파견나간 독일 광부의 희생, 국내 노동자의 희생으로 모여진 돈이다. 한마디로 군부가 기업에게 준 돈은 우리 국민의 피땀이 스며든 돈이다. 하지만, 군사정부가 기업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재벌이 탄생했고, 이 재벌은 군부와의 부패, 즉 정경유착을 일삼았다. 재벌은 군사정부의 지원아래 정치적,사회적,경제적인 힘을 얻었고, 오늘날에 와서는 그 힘을 일반시민들에게 남용하고 있다.


내가 나고 자란 대한민국사회가 돈만을 최고 가치로 여기는 천민자본주의사회가 아니라면 좋겠다. 그래서 재벌이나 군부의 후예들이 이 나라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에 있어서) 성실하고 윤리적인 통치자들이 이 나라를 통치한다면 나는 더 이상 바랄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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