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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재민 Nov 25. 2023

헌법대로 합시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대한민국헌법 제1조다. 읽다보면 가슴이 벅차오른다. 그런데, 지금 청년들은 제1조가 실현되었다고 믿지 않을 것이다. 제1조에 명시된 것처럼,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이 우리 국민으로부터 나오고 있는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선거 철이 되어야 진짜 권력을 가진 분들께서 우리에게 고개를 숙이는 모습을 볼 수 있을 뿐이지 않은가.


오늘날 헌법 1조의 정신을 가로막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학벌주의다. 대학서열에 따른 학벌주의는 우리사회 상위권과 하위권의 양극화를 심화시켰다. 국민 개개인의 사회, 경제적 지위가 학벌을 통해 세습되고 있는 것이다. 학벌주의는 “높은 학력을 가진 청년이 더 많은 기회를 가진다“는 것 그 이상이다. 대학의 서열은 돈의 서열이다. 부모로부터 이어받는 돈, 정보, 지위의 세습을 정당화해주는 것이 바로 대학 졸업장이다.


학벌주의는 곧 계급사회를 의미한다. 가진 것이 많은 사람은 학벌을 통해 대대로 가진 것을 물려 주는데, 가지지 못한 사람은 학벌에 밀려서 가난을 물려 줘야 한다. 이런 격차는 자연히 정치 권력의 격차로 이어진다. 먹고 살기 빠듯한 사람이 무슨 수로 정치에 관여하겠는가.


헌법 1조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까. 모든 사람이 동등하게 국가 운영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아닌가. 다시 말해, 대한민국에서는 모두가 평등한 시민이라는 뜻 아닌가.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청년들의 현실을 직면해 보았을 때,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과 거리가 멀다. 헌법과 우리의 현실이 이토록 괴리되었으니, 오늘날의 청년들이 이 사회에서 자신의 삶과 지위를 만들어갈 가능성을 찾지 못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대한민국의 헌법은 20대 청년인 나에게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헌법에는 이 사회에서 저학력, 저소득 계층으로 살아가는 나 같은 사람에게도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아야 하고, 국가의 권력이 나 같은 사람으로부터 나와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이 과연 국민의 것인가,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고 있나. 이런 관점에서 보면, 대한민국의 헌법은 무력해 보인다.


오늘날 청년들의 삶을 바꾸기 위해선 대학의 민주화로 시작해 학교를 바꾸고 그 학교에서부터 청년 정치의 기반을 다져야 한다. 과거의 대학생들은 자신들이 깨어 있는 지식인이라는 사명감으로 우리 사회를 진보시키는 일에 나섰다. 대학생이라는 이유로 다 같이 공유하는 시대 정신이 있었다. 그러나 오늘의 대학생들은 다르다. 지금처럼 학벌주의가 강한 사회에서, 모두가 같은 대학생이라는 정신이 자리잡는 일은 불가능하다. 다시 말해, 이 시대에는 새로운 진보적 대학생 운동이 필요하다. 그 시작이 바로 학생 운동이다.


우선 대학 내 민주주의를 전면적으로 확대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학생을 ‘호구’로 만드는 대학 운영과 국가의 대학 교육 시스템을 당장 바꾸라는 정치 운동이 필요하다. 학교에서부터 청년 정치를 훈련하는 것이다. 이런 청년 정치가 성공할 때, 헌법 1조의 정신이 청년도 체감할 수 있게 실현될 것이라 생각한다.


‘속지 않는 영리함’도 필요하다. 재작년 국민의힘 이준석 당대표가 2030세대의 정치 참여 확대를 위해 전국 대학생 지부를 모집한다는 기사를 보았다. 그런데, 국민의힘이 사학 비리에 반대하고, 비리 사학에 정부 보조금을 지급하지 말자고 주장하고, 국공립대학등록금을 무상으로 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모습을 본 적은 없다. 결국, 국민의힘은 자신들의 정치 권력을 유지하기 위헤 청년들을 동원하려 한 것이다. 다행히, 영리한 청년들 덕에 국민의힘은 청년 정치를 이용하는 데에 실패했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 진보정당의 청년 정치 또한 위태롭기 때문이다. 진보정당 역시 청년들을 결집시키는 데에 서툴다. 실제로, 청년은 더 이상 진보의 표밭이 아니다. 청년 다수가 무당층으로 집계된 지 오래 되었다.


총선이 다가오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모두가 2030의 표를 원한다. 진정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시민으로 살 수 있는 세상을 위해, 우리 청년이 스스로 영리해져야 할 때다. 우리는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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