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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재민 Jun 15. 2024

노동과 사회정의, 그리고 풍요

 할당 업무를 보다가 집중하지 못해서 [산업복지론] 책을 펼쳐보고, 또 집중하지 못해서 결국 담배를 찾는다. 옥상에서 담배를 내리 태우고 현관으로 내려가는데, 내 나이 또래 쯤 되어보이는 젊은 여성이 택배상자를 살포시 내려 놓는다. 이내 눈이 마주쳐서 인사를 안할래야 안할 수가 없는 상황이 됐다.“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간단히 인사한 뒤 여성은 자리를 떴다. 찰나의 순간이지만, 여성의 얼굴이 뜨거운 땡볕아래 붉으스름히 그을린게 보였다. 그의 얼굴은 이미 땀 범벅이다.


  2020년 발표된 ’택배노동자 과로사 실태조사‘에 따르면 택배서비스 종사자는 일요일을 제외한 주 6일, 주당 평균 71.3시간을 근무한다. 국가인권위는 ”택배서비스 종사자는 대부분 특수형태근로 종사자로 ’근로기준법‘ 상 근로시간 제한·휴일·휴가 규정 등이 없어 아파도 쉴수 없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못해서 인간 이하의 대우 속에 근무하는 노동자가 있다. 


  모든 노동자가 근로기준법을 적용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정하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최소한의 삶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는 일이고, 이는 ’국헌’이 말하고 있는 국민의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일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 32조 3항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


  노동(근로)에 있어, 국헌이 말하고자하는 인간 존엄성은 우리 국민의 복리후생을 목적으로 한것만은 아니다. 국민의 노동할 권리보장과 근로기준법 확대(사회정의)는 국가의 생산성 증진에도 도움이 될 뿐만아니라, 국제 평화 유지에도 기여한다.  


 2차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4년 미국에서는 필라델피아 선언이 발표된다. 필라델피아 선언은 ‘노동의 가치를 보존하자‘는 기치아래, 1919년 설립된 ILO(국제노동기구)헌장에서 밝혔던 “세계의 항구적 평화는 사회정의의 토대 위에서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재확인했다. 이때의 사회정의는 ’모든 인간은 인종, 신앙, 성별에 상관없이 자유와 존엄과 경제적 안정 속에서 그리고 평등한 기회로써 자신의 물질적 진보와 정신적 발전을 추구할 권리를 갖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모든 노동자가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아야 하는 이유다. 


 복지국가를 연구하는 많은 학자들은 시장과 자본이 인간의 생존과 삶의 질 향상이라는 사회의 공동선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실제로 사람과 사회가 자본의 이윤 축적을 위해서 ’물건쓰고 버리듯’ 사용되는 현실이다.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가 점진적으로 진행되어 오늘 마주친 여성택배노동자의 삶의 질이 향상되길 소망해본다. 그의 삶이 한치 앞이 보이질 않는 깜깜한 어둠 가운데 놓여지지 않기를 바란다. 나와 같은 소망을 품는 이들이 많아질수록, 나와 같은 바램을 가지는 이들이 많아질수록, 우리 모두의 삶이 풍요로워질 것이다. 최근들어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갈등, 그리고 이스라엘의 국제범죄가 한창이다. 필라델피아 선언에서 처럼 우리 사회구성원 모두가 누릴 수 있는 풍요는 결국 우리나라 밖에 있는 이들의 풍요역시 보장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참고.인용자료 : 


머니투데이 2023년 기사 [주 6일·71.3시간 일하는 택배기사들…인권위 ”근무환경 개선하라“]  

강상준 유범상 공저 ,[산업복지론], 한국방송통신대학교출판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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