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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재민 Jun 25. 2024

우리 국군

꼬맹이 시절부터 육군장교가 될거라면서 떠벌리고 다녔다. 학교 생활기록부에는 장래희망으로 '육군장교' 또는 '직업군인'을 기입했다. 나에게 조현정동장애가 찾아올줄은 꿈에도 모른체 그렇게 장래 직업군인이 되기 위한 계획을 차근차근 준비해나갔다. 그러나 희망했던 육군사관학교는 고사하고, 4년제 대학도 들어가지 못했다. 2년제 부사관과에 진학해,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그것도 잠시... 그 시기 학교를 휴학하고, 서울, 전주등을 떠돌아다녔다. 조현정동장애가 외관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다행히 함께 살던 가족의 보살핌으로 홈리스나 부랑자 신세를 면했다.  2년제 대학을 때려치고 3년제 대학을 진학했다. 이번엔 조현정동장애가 아니라, 무거운 우울증이 나를 덮쳤다. 학교 수업도 참석하지 않은 채 하루종일 자취방에서 울기만 했다. 그 와중에 입영 통지서가  내 앞에 놓여졌고, 나는 신체검사를 다시 받으러 가서 담당관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렇게 나는, 꼬맹이 시절부터 꿈꿔왔던 '국가를 위해 복무하는 장교되기'를 자의반 타의반으로 포기했다. 그 대신  '신검 5급, 전시근로역'으로 살아가게 된다. 장교가 되겠다는 나의 꿈은 결국 한 여름밤의 개꿈이 됐다.


전시근로역으로 배정 받은 것은 천운일까 불행일까. 알 수 없다. 누군가에게는 천운일테고, 어떤 이에게는 불행 중의 불행일거다. 나를 두고 신의 아들, 그러니까 천운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은 주로 또래 남성이다. 군에 강제로 입대당해서 사회와 분리된 채 내부 부조리를 겪어 나가는 그 일련의 생활과정들이 정말 고역이기에 그럴거다.


나를 두고 '천운을 입은 남자'라 말하는 또래 남성들은 천운을 이야기 하다가 다른 길로 샌다. 나를 부러워 하다가 국가와 정부에게 분노하는 거다. 군부대 내부에서 상관에 의해 '개죽음' 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훈련병과 군 장병의 목숨을 함부로 대하는 국가에 대한 분노로 변질된다. 나는 그래서 군인의 헛된 죽음과 이를 두고 국가에 분노하는 예비군들 앞에서 고개를 들 수 없다. 이들에게 나는 군대의 부조리와 개죽음을 겪지 않아도 될 특권을 가진 남자이기 때문이다.


내 주변의 예비군이나 해병대는 이렇게 말한다 "젊은 군 간부와 장병 그리고, 훈련병의 목숨을 헛되이 만드는 최고권력자와 군 수뇌부는 북한의 침략에 맞서 이땅의 자유를 지켜낸 우리 국군을 지휘할 자격이 없다"고 말이다. 꼬맹이 백재민이 생각하던 '우리 국군' 역시도 이런 모습은 아니었다. 억울한 우리 병사의 죽음 앞에서 최고권력자의 비위가 나라의 안보가 되는 국군, 자국민을 빨갱이로 몰아, 학살하는 국군은 꼬맹이 백재민이 우러러보던 우리 국군이 아니다.


젊은 군 간부와 군 장병 그리고 훈련병의 목숨이 귀히 다뤄지는 국군, 상식이 통하는 국군, 진정으로 '안일한 불의의 길'을 가지 않는 국군을 바라는게 한 여름밤의 개꿈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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