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운동을 지켜보던 아주머니들 : ”대한민국 법치주의가 근본부터 글러먹었으면! 이 나라 변호사들이 다 들고 일어나야지! 안그래?!“
나는 법치주의에 대해서 잘 모른다. 인물 위에 법(시스템)이 있다는 정도만 안다. 보수정당이 집권할 때마다 정부가 잘못했다면, 다들고 일어나야 될텐데 왜 안 일어나냐는 식의 논리(?)는 우리동네(포항)에서 흔해 빠진 주장이었다. 그러다가 진짜 다들고 일어나는 일(박근혜탄핵운동)이 생기자 우리동네에서는 우중충한 얼굴들을 한 초상집 조문객같은 사람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선거운동을 지켜보다가 큰소리로 빼액! 주장한 아주머니들의 말 처럼 법치주의가 무너졌는데 왜 변호사들은 잠잠할까? 내 짐작으로는 변호사들마다 법을 해석하는 관점이 다르거나 관점이 다르다는 핑계로 권력에 아첨해, 한 자리씩 해먹고 싶어서인 듯하다. 법을 해석하는 관점이 다를 수 있고 한자리씩 해먹어도 된다. 나도 그냥 대충 해먹고 싶은데 지위가 높으신 영감님들께선 오죽하겠나. 그런데 이게 정도를 지나치고 있다. 권력에 대한 욕심도 한두번이지 요즘은 그냥 대놓고 ’나 권력에게 아첨합니다‘하고 마빡에 쓴다.
우리나라에서 변호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은 높은 지위를 획득한 사회구성원이다. 그 높은 지위를 가진게 순전히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 생각하지 않더라도, 개인주의를 바탕에 깔더라도 자신이 위치한 곳에 걸맞는 사명감을 가졌으면 좋겠다. 이를 바탕으로 공동선에 대한 책임의식과 부채의식을 가진다면 바람직하지 않을까. 나는 이 책임의식과 부채의식을 줄여서 ‘노블리스 오블리주’라 부르겠다.
자신 지위에 대한 책임의식을 가진 변호사, 공동선을 향한 부채의식을 가진 변호사, 즉 노블리스오블리주를 실천하는 변호사가 많다는 사실 역시 알고 있다. 노동자의 권리를 외치시는 권영국 변호사님, 사회정의를 이야기하시는 정철승 변호사님, 진보진영의 모순을 적나라하게 까발리며 진보진영 내부의 개혁을 주장하는 강현구 변호사님과 같은 분들이 바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변호사다.
선한 의지를 가진 변호사들 덕분에 우리사회의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명맥을 잇고 있지만, 대다수의 변호사들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지않는다. 그렇다고해서, 법치주의와 법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라고 말하지 않겠다. 이를 빌미로 권력에 아첨하고 권력을 추구하는 일을 그만두라 말하지 않겠다.
그 대신 변호사들이 자신이 위치한 지위의 사회적성격을 인지한다면 좋겠다. 변호사라는 엘리트가 정치권력까지 추구하려면 최소한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생각해야 한다. 작금의 변호사에게는 “나의 행보가 어떤 선례를 형성할지, 내 위치는 어디고, 그 위치에 걸맞는 가치관은 무엇인지”가 결여되어 있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