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시민들이 새로운세상을 꿈꾸며 박근혜퇴진운동에 함께했다. 눈이 오는 날에도, 비가 오는 날에도 국민은 멈추지 않고 박근혜 퇴진을 외쳤다. 분출하는 마그마와도 같은 국민의 분노가 국회와 헌법재판소에 전달됐고, 헌정 사상 최초의 대통령 파면이라는 결론을 맺었다. 이른바 촛불혁명이다. 촛불혁명 이후 국민은 민주진영에 신뢰를 보냈다. 시민들 사이에서 민주진영에 대한 신뢰가 모이고 모였다. 박근혜 퇴진을 외치던 시민들은 그렇게 10년이라는 잃어버린 세월을 되찾아, 더불어민주당을 통해 민주정부를 다시 세웠다. 문재인정부의 탄생인 것이다.
국민은 문재인정부 출범이후에도 정부를 각별히 아꼈다. 국민은 문재인정부가 새로운 세상을 건설하리라고 굳게 믿었다. 그 새로운 세상의 모습은 “정의의 기반 위에 있는 나라다운 나라” ,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나라”라는 문구에 담긴 나라와도 비슷했다. 내가 생각하기에 정부가 말하는 정의로운 나라와 국민이 바라던 새로운세상의 모습은 평화로운 한반도, 혁신적 복지국가, 노동존중사회였다.
그러나, 문재인정부는 국민이 바라던 새로운세상을 건설하지 못했다. 한국일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한눈에 보는 연금 2023' 보고서를 인용하며, 2020년 기준 한국의 75세 이상 노인빈곤율이 52%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그만큼 폐지줍는노인을 쉽게 마주할 수 있을 정도로 노인들의 삶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청년자살률은 다른 선진국을 앞질렀다. 정부 스스로 그렇게나 자신만만하게 내세우던 ‘소득주도성장’은 흉내만 내다가 말았다. 또한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정부의 약속은 기득권의 반발로 무산됐다. 적폐청산을 내세우면서, 임기 말에는 박근혜 대통령을 사면하기도 했다. 국민 입장에선, 기득권을 찔끔찔끔 찔러보면서도 기득권 눈치보기 바쁜 문재인정부의 정책과 노선이 여러모로 감질맛 났다. 그렇게 2017년 촛불혁명 당시 뿜어져 나오던 새로운세상에 대한 꿈과 희망은 권태와 실망의 회용돌이에 휩슬려들어간다.
그 권태와 실망의 회용돌이는 바로 윤석열정부의 탄생으로 이어진다. 윤석열정부 탄생 이후 사회는 파행으로 치닫는 중이다. 노인빈곤율은 38%로 2020년 보다 줄었지만, 여전히 OECD 최고수준이다. 윤석열정부의 노인복지예산의 상승폭이 문재인정부 때의 상승폭 보다 못하기 때문이다. 2024지구촌행복지수(happy Planet Index, HPI) 보고서는 대한민국의 행복지수가 38점으로 147개국 중 76위라며 한국 행복도지수에 노란불이 켜졌다고 밝혔다. 인구절벽이 다가오고, 청년 남녀는 젠더갈등을 공고히하며 전쟁을 치르고 있다. ‘촛불혁명이 배반당한‘ 것이다.
촛불혁명은 왜 배반당했을까. 나는 배반의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 ‘연합하지 않았던 민주, 진보 진영’에서 찾고자 한다. 노회찬의 진보정당은, 그러니까 2018년 이전의 진보정당은 국민들의 피부에 가닿을 의제를 이슈화해 민주당이 함께 받아 쓸 수 있도록 했다. 교내무상급식 전국화가 그랬다. 진보정당이 국민의 염원을 수렴해, 이슈화하면, 민주당도 덩달아 그 이슈를 공론화하며 두 진영이 함께 민생을 돌봤다. 노회찬 의원이 중심으로 떠오른 진보정당, 그런 진보정당과 연합하는 민주진영은 그래서 시민들에게 ‘같은 편‘ , ’동료정당‘으로 비쳐졌다.
그러나 2018년, 노회찬 의원의 서거 이후 진보정당과 민주진영은 결별한다. 노회찬 의원이 중심이 되어 민주진영과 연합하는 진보정당구조에 이견이 있던 청년활동가들이 대두했다. 내가 보기에 이 청년활동가들은 과대대표됐다. 청년활동가들은 정체성 정치와 페미니즘을 체화하고 이를 거리낌없이 당의 운영에 반영했다. 정체성정치를 체화한 진보정당의 청년활동가들은 ”양당 모두 나쁘다“ ”양당 중에서도 민주진영이 더 나쁘다“는 생각을 구체화하면서 진보정당의 운영에 관철시켰다.
청년활동가들의 과대대표는 장혜영, 류호정이라는 ’젊꼰(젊은꼰대)국회의원들‘을 탄생시킨다. 진보정당의 영향을 받은 민주진영에도 박지현이라는 낙하산 페미니스트가 대두했다. 장혜영, 류호정, 박지현과 같은 젊꼰정치인들은 민주, 진보 정치인들의 연합정치노선을 깡그리 뭉개려 들었다. 특히, 류, 장은 고 박원순 시장의 서거에도 성추문 의혹을 문제삼아 ”조문을 가지않겠다”며 고인을 욕보이기도 하고, 민주진영을 주적(主敵)으로 삼는 등 기존 연합노선에 큰 균열을 냈다.
진보정당의 청년활동가들은 민주, 진보의 연합정치노선을 파괴했다. 연합정치의 파괴는 문재인정부의 무능 내지는 미달로 이어졌다. 정의당의 민주진영 왼쪽으로 견인하기가 사라진 것이다. 이는 문재인정부의 미달에 대한 국민의 실망으로 이어졌다. 국민의 실망은 윤석열정부를 출범시키는 사태로 이어졌다. 국민 스스로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 (촛불)혁명을 주도했는데 혁명으로 탄생한 정부가 기대에 못미쳐도 한참 못미치는 것이다. 국민입장에선 자신이 주도한 촛불혁명이 배반당했다고 여겨도 전혀 이상할게 없다.
촛불혁명을 통해 국민의 염원을 실현하겠다고 약속했던 진보정당이다. 내부사정이야 어찌됐건 간에, 촛불혁명을 물거품으로 만들고, 백래시(촛불혁명-문재인정부-윤석열정부)의 주축이 된 진보정당은 입이 백개라도 할 말이 없어야한다. 주권자인 국민이 그렇게 눈과 비를 맞아가며, 촛불을 들었던데는 내 자식이 살아갈 나라는 적어도 더럽고 아니꼬운 꼬라지 좀 안보고사는 나라이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또한 함께 사는 나라를 염원했기 때문이다. 민주, 진보의 연합정치노선을 깨부수며, 촛불혁명의 의의를 깎아내린 진보정당은 이제 ’연합정치의 복원‘으로서 촛불민심을 받들어야한다. 연합정치의 복원이야말로 각자도생의 성행을 수습하고, 지난 촛불혁명의 의의를 바로세우는 일이 될 것이다.
참고기사
오마이뉴스, ['지구촌 행복지수', 147개국 중 대한민국 76위] 2024.06.17.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
한겨레, [고마워, 기초연금 세상읽기] , 2024. 06. 25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14608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