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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레마 Dec 13. 2022

초등학생 역사 공부 언제 시작해야 할까요?

역사야 놀자 1

우리는 왜 역사를 공부할까요? 교과서적인 답이 좀 지루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역사를 통해 성찰하고 성장하기 때문입니다. 역사(책)는 인류가 쌓아온 위대한 성취와 어리석은 실수의 모음집입니다. 역사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인류는 끊임없이 성취를 이루어내기도 하지만 어리석은 실수도 되풀이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수많은 목숨을 빼앗아가는 전쟁 같은 것이 그 예가 되겠네요. 영리한 인류는 왜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일까요? 역사를 통한 성찰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역사가 알려주는 미래를 읽지 않기 때문입니다. 역사에서 답과 교훈을 얻는 일을 자꾸 잊어서 그렇습니다.


우리의 현재와 미래는 이 모음집 안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과거의 사건은 현재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우리의 미래도 그로부터 동떨어진 것이 아니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그러니 역사를 모르고서는 미래 지향적 안목을 가지기 어렵습니다.


좀 교과서적인 대답이지요?^^; 사실 제가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는 재미있어서입니다. 그다음 일은 어떻게 되었을까? 왜 그런 결정을 내렸을까?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끊임없이 질문과 호기심이 생깁니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고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것이 역사입니다.      


자, 그럼 이런 재미있고 중요한 역사 공부를 언제 시작하는 것이 좋을까요?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역사 수업을 공식적으로 시작하는 시기는 초등학교 5학년 2학기입니다.      


초등학생 역사의식 발달과정에 따르면 1, 2학년 시기의 의도적인 역사학습은 무리라고 합니다 (「초등학생의 역사의식 발달 연구」, 2001, 김종희, 외 다수의 논문). 시간 개념 사이의 차이를 뚜렷하게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예를 들어 6.25 전쟁이 조선 시대에 일어났다고 인식하는 것과 같은 식이지요.(설마? 하시겠지만 아주 흔하게 일어나는 일입니다-.-) 물론 개인차는 있습니다만, 최소한 3~4학년은 되어야 역사학습이 가능해진다고 합니다. 5~6학년에 이르면 역사적 연대 개념을 이해하고 역사의 전체적인 발달과정을 파악할 수 있는 수준까지 발달하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교육제도 상의 첫 역사교육은 5학년에 이루어지는 것이라 볼 수 있지요.     


하지만 문제점이 있습니다. 초등학교 역사 교육이 5학년 2학기 한 학기뿐이라는 것입니다. 교육 현장에서 20여 년 가까이 아이들을 지도해온 제 경험에 비추어 보면, 한 학기 동안 우리나라 역사 전체를 가르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니 아이들은 당연히 역사를 어렵고 힘들며 지루한 과목이라 여기게 되는 것이지요. 이 어려운 5학년의 역사를 보완해 재미있는 역사로 만들기 위해서는 준비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초등학생 역사 공부는 언제 시작하는 것이 좋을까요?’라는 질문의 제 대답은 ‘3학년’입니다. 3학년은 역사 공부를 시작하기 좋은 학년입니다. 3학년에 이르면 역사적 사실들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니 이보다 빠를 필요도 없습니다. 불안한 마음에 더 일찍 시작하려는 부모도 있지만 괜한 수고와 시간 낭비일 뿐 아니라 그렇지 않아도 해야 할 일이 많은 아이들에게 부담을 주게 되어 역사가 어렵다는 선입견만 생기게 되니 권하지 않습니다.      


부모의 입장에서 아이가 먼저 역사에 관심과 흥미를 보인다면 역사 교육에 문제가 없겠지요. 아이가 역사책을 읽기 시작했다면 그것은 관심이 생긴 확실한 순간이겠지만 스스로 역사책을 집어 드는 아이들이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아이가 역사책을 스스로 집어 들 때까지 기다려야 할까요? 그보다는 역사에 관심과 흥미를 갖도록 유도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관심과 흥미를 유도하는 자연스러운 방법, 즉 이것은 초등학교 역사 공부를 어떻게 접근하는 게 좋은가라는 질문과 상통할 것입니다. 세 가지로 요약해봅니다.     


첫 번째는 뭐니 뭐니 해도 책입니다.

요즘 아이들은 방과 후 학원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기에 책을 읽을 시간이 부족합니다. 그나마도 마음먹고 책을 좀 읽힐라치면 어느샌가 게임이나 유튜브 영상에 눈과 마음을 빼앗겨 버리기 십상이지요. 부모의 염원과는 달리 여엉~ 책을 읽으려 들지 않는 아이들이 많아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럴 땐 약간의 작전이 필요합니다.^^;      


우선, 부모의 의욕으로 책을 세트 또는 통사(通史)로 구입해 책장에 전시(?)하지 말아 주세요. 한두 권씩 구입해 함께 읽어보자고 권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재미있는 스토리 중심의 역사 동화나 만화로 시작하면 어떨까요. 다행히 시중에 그림이 많고 술술 쉽게 읽히는 역사 동화나 만화책들이 많이 나와 있습니다. 만화책을 기피하는 부모들이 많은데 역사에서만큼은 효과를 봅니다. 민속을 소재로 한 책도 좋습니다. 우리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것이라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이런 재밌고 쉬운 책들을 통해 역사와 충분히 친해지도록 하면 좋겠습니다.          

이미지가 많아서 부담없이 술술 읽히는 책은 대부분의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입니다.


두 번째는, 역사 현장 체험입니다. 책만큼이나 효과적이고 확실한 방법 중 하나입니다. 역사 유적지나 박물관에 전시된 유물을 직접 보면서 느끼도록 해주세요. 역사 현장에서의 체험은 아이들의 시각을 넓히고 역사에 재미를 붙여줍니다. 아이들이 체험할 만한 박물관과 유적지는 굉장히 많습니다. 1~2학년은 어린이박물관이나 각종 테마박물관(철도박물관, 화폐금융박물관, 서대문 자연사박물관, 국립 민속박물관, 국악박물관 등)을 활용해보시면 좋겠습니다. 그저 가서 놀이로 즐기면 됩니다. 특별한 설명 없이도 가능합니다. 아이가 직접 보고, 만지고 하면서 흥미를 느끼게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집에서 가까운 박물관이나 유적지를 활용해 보셔도 좋겠네요.      


3~4학년의 역사 현장 체험은 되도록 역사 순서에 맞춰서 장소를 선정하기를 추천드립니다. 예를 들면 국립중앙박물관 1층 고고관에서 삼국(고구려, 백제, 신라)과 가야의 유물을 관람합니다. 각 나라별로 유물이 어떤 특징이 있는지 이야기 나눠봅니다. 그다음엔 백제를 좀 더 공부하기 위해서 올림픽공원 내에 있는 한성백제박물관으로 가 봅니다. 공주나 부여로 여행하며 백제의 웅진과 사비시대를 경험한다면 더할 나위 없지요. 그리고는 신라를 공부하러 경주로 2박 3일 가족 여행을 계획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고구려와 고려는 현장 체험할 곳이 많지는 않습니다. 그럴 땐 박물관을 활용하는 것이 최선이겠지요. 국립중앙박물관의 고구려실과 고려실, 용산의 전쟁기념관 등을 활용해 주세요. 반면 조선은 가볼 곳이 넘쳐납니다. 우선 다섯 개의 궁궐이 있고 종묘가 있지요. 그리고 40여 기의 왕릉이 서울 주변 곳곳에 분포하고 있습니다. 서울 강남 한복판에 있는 선정릉(성종과 중종의 능)과 유일한 황제릉(고종과 순종의 능)인 홍유릉을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서울역사박물관과 국립 고궁박물관도 아이들의 흥미를 끌기에 좋은 장소입니다. 세계유산인 수원화성과 남한산성을 답사하며 비교해봐도 좋겠습니다. 근현대로 넘어오면 서대문형무소, 식민지 역사박물관, 천안 독립기념관, 백범기념관,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등이 있습니다.      

저는 늘 사람으로 북적대는 넓은 경복궁보다 고즈넉하고 아담한 창경궁을 아이들 체험 학습 장소로 선호한답니다.^^


여기에 언급한 곳들 이외에도 현장학습에 유용한 박물관과 유적지는 매우 많습니다. 우리나라는 외국에 비해 박물관과 유적지의 입장료가 무척이나 저렴합니다. 초등학생의 경우는 거의 무료인 수준이고 심지어 누구든지 박물관이 마련해놓은 무료 전시설명을 예약을 통해 이용할 수 있으니 활용하시면 되겠습니다.     


역사에 관심과 흥미를 가지게 하는 세 번째 방법은, 부모님과 ‘역사 대화’를 나누는 것입니다. 역사책을 읽거나 현장을 방문한 후 아이와 “신라가 당나라와 손을 잡은 것은 잘한 일일까?”, “흥선대원군이 나라 문을 꽁꽁 닫아버린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네가 영의정이라면 병자호란이 일어났을 때 왕(인조)에게 뭐라고 조언했을까?”, “10만 원짜리 지폐가 생긴다면 어떤 인물이 들어갔으면 좋겠어?” 등등 대화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질 것입니다. 단순히 역사적 사실을 물어보는 것에서 그치지 말고 만약을 상상해 보거나 옳고 그름을 따져보는 대화가 된다면 성공적입니다.     


이외에도 역사 일기 쓰기, 역사영화나 드라마(심지어 퓨전사극도 좋아요!) 보기 등도 역사와 친밀해지는 좋은 방법들이겠습니다.      


역사는 우리와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이고, 역사를 접하는 것은 옛날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재미있는 일이라는 것을 아이들이 알게 해 주세요. 독서와 체험학습을 통해 경험하고 그것을 토대로 부모님과 역사 대화를 하다 보면 어느덧 역사는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과목으로 불쑥 다가올 것입니다.^^


현장체험을 위해 부모가 아이들을 데리고 박물관이나 유적지로 나서봐도 선뜻 설명하기가 쉽지는 않지요? 역사 지식이 웬만큼 많지 않고서야 부모에게도 어려운 일입니다. 앞으로는 박물관이나 유적지에서 아이들을 지도하는 법 연재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역사야 놀자!' 시리즈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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