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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왕띵킹 Thinking Sep 07. 2022

다채로운 매운 맛, 스리라차 중독

고통이 끝나고 오는 해방감을 쉽게 즐기는 법


자취를 5년 이상 하다보면

사다 먹는 맛에 쉽게 질릴 때가 온다.

미원과 다시다와 치킨스톡, 설탕에 버무려진

빠르고 간편한 맛들을 이제는 위장이 거부하기 때문이다. 맞아 소화도 잘 안되니까...

(새벽 세시에 배고파서 라면 끓여먹는 그런거.. 이제는 못한다. 다음날 역류성 식도염으로 목이랑 배가 너무 아프다) 



배달로 시킨 음식의 봉지를 풀 때부터

 맛은 이렇겠구나 하는 기시감이 확 느껴진다면? 맞다 당신은 배달음식에 질린 것이다

왜 직접 요리를 하면 완성되기 전까지 오감이 해당 음식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는데

배달음식은 내가 준비가 되던 말던 일단 와서 내 코에 음식냄새를 밀어넣는 느낌이 든다.

그 때부터 나는 집에서 밥을 해먹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식용유, 참기름, 후추, 간장, 설탕, 소금, 고춧가루와 깨로 시작하다가

어느 새 고추장, 올리고당, 국간장, 액젓으로 주방 한 칸이 채워지게 되면

케첩, 마요네즈, 고추냉이, 칠리소스 같은 것들도 사게 된다.


사 먹는 음식에서는 집에서 한 맛을 찾고,

집에서  음식에서는 사서 먹는 음식을 흉내내는 아이러니가 펼쳐지는 여기는 대한민국....


이제 달달하고 짭잘한 설탕과 간장 맛이 좀 익숙해 지겹다 싶으면

간 마늘과 고춧가루를 때려넣는 한국인의 입맛에서

고추장은 너무 덜큰 텁텁하고,

고춧가루는 너무 가벼워질 때

한식은 너무 손이 많이 가서 빵 구워먹거나 한 팬으로 파스타를 때려넣을 때,


그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스리라차다.



나와 스리라차의 첫만남은...!

말레이시아 슈퍼마켓에서 나를 강렬하게 사로잡은 원색의 소스통과의 눈싸움부터였을까


우리나라 칠리소스는 무해하게 긴, 약간 '헤헤 나 달달하구 맛있서~' 같은 느낌이었는데

야 이거는 무슨 '나를 먹어보겠다고? 젊은이 당돌하군' 의 느낌이었다.

묘한 자극을 받은 나는,

이거는 뭔가 믿을만 하게 생겼다. 샀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런 식의 소비는 그냥 내가 대책없어서 그런 것이다. 맛없으면 어쩌려고 그 때 나는 500미리를 털어 샀을까...)



압도적으로 튀기고 기름에 굽는 음식이 많은 그 나라에서

김치와 함께 나를 살린 건 이 스리라차였다.

처음 먹었을 때는 한국 음식 못 먹은지 오래되서

혀가 통증에 아주 예민했던 건지 콧물을 질질 흘리며 먹었던 거 같은데.


귀국할 때쯤이면 아무렇지 않게 먹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알듯 매운맛은 맛이 아니라 통증에 가깝다.


콧물을 빼고 눈물도 나오고 땀도 나오는 인간의 신진대사는 통증을 견뎌내려는 생식 작용이며,

매운  먹는다 - 고통스러워한다 - 극복한다 - 쾌감

의 과정을 이해하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매운걸 먹어서 쾌감으로 만족감을 다시 얻으려는

자기학대의 과정인 것이다.



누군가는 그렇게 말할 수도 있다.


세상에 많은 스트레스 해소방법이 있을 텐데 매운 음식을 먹냐고.

물론 몸에 좋은 스트레스 해소방법은 많다.

명상이나, 유산소 운동 등...

그러나  사회에서스트레스 받았으니

"팀장님  지금 스트레스 너무 받아서 명상  잠깐 하겠습니다."

"와 선생님 저 지금 학업스트레스 때문에 잠깐 런닝 한시간 하고 샤워하고 올게요."

할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을 것이다.


내 선배 중에는 실제로 스트레스 받는다고

점심 안먹고  시간에 헬스장 가서 러닝 하시고 수영장 가시던 분이 있긴 했지만(!)

그건 특이 케이스란 사실을 모두 알리라 믿는다.



시간 대신 돈을 지불해서 스트레스 해소하되 사회적으로 용인할 있는 방법이란

담배, , 음식과 쇼핑이 가장 간편한 것이기 때문이란 것에

왠지 씁쓸해지는 하루다. 잠깐만 써놓고 보니 어떻게 보면 자기 학대에 가깝구나

현대사회란....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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