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업으로 시작하는 외식업
1년 가까이 볶음고추장 제품 하나에만 매달려서
개선에 개선을 거듭하고, 각종 마케팅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는데 온 집중을 다 했다.
라이브 커머스도 해보았고,
네이버 체험단도 해보았다.
나름 인스타 바이럴을 위해서 인스타 팔로워들에게
제품을 무료로 나눠드리고 후기글을 부탁드렸다.
온라인 판매, 오프라인 판매 모두 시도해보았지만
판매 결과치는 솔직히 그렇게 만족스럽지는 못했다.
펀딩이나 스마트스토어가 대박이 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저 소소하게 제품이 팔릴 뿐이었다.
제품 판매가 저조한 때에는 지금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건지 수없이 나 자신을 의심해보기도 했다.
온라인 판매가 저조해지면, 오프라인 플리마켓이나 전시회에 참가하여 상황을 타개해보려고 애썼다.
네이버 키워드 검색 광고도 공부하며,
소액으로 광고를 돌려보기도 했다.
냉정한 현실을 온몸으로 체감하며
묵묵하게 첫 제품 판매를 유지해나가면서
예전부터 생각했었던 밀키트 출시 준비를
조금씩 해나가보기로 했다.
소스류 하나만 팔려다보니 뭔가 아쉬움이 많았다.
볶음고추장을 활용한 레시피 영상을 촬영해서 올리기도 했지만, 생각보다 활용할 수 있는 메뉴가 많지 않았다. 조금 더 상품군을 확장하고 싶다는 생각에 밀키트를 시작하게 되었다.
첫 제품, 볶음고추장을 활용한 메뉴를 떠올리다보니
자연스럽게 로제떡볶이를 생각하게 되었다.
아몬드 밀크에 볶음고추장을 넣고 마늘 토핑을 올린 갈릭 누들 떡볶이를 만들었다.
먹어보니 맛이 나쁘지 않은 것 같아서
이것을 한 번 테스트해보고 싶었다.
그러던 차에 서울창업허브를 통해 서울 마포에 위치한 한 매장을 소개받았고, 그곳에서 팝업 형식으로 메뉴를 판매할 수 있다는 말에 이거다 싶어서 냅다 신청했다.
메뉴는 '갈릭 누들 로제떡볶이'!
오프라인에서 메뉴를 팔아야겠다는,
그러니까 외식업 쪽으로 진출해야겠다는 생각은 살면서 해본적이 없었다.
식당, 레스토랑, 카페 등 이런 사업은 내가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모르게 그런 한계선을 그어놓고 있었다.
그런데 이 사업을 하다보니 팝업이긴 하지만
오프라인에서 메뉴까지 팔게 되었으니
정말 인생이란 알 수 없는 것 같다.
소스 제품을 출시하면서 팝업스토어 이벤트를 해본적은 있었다.
공유주방을 하루 정도 빌려서 팔로워님들 한 두분을 모시고 무료로 이벤트 메뉴를 대접해드리는 건 해보았다. 그런데 이렇게 돈을 받고 메뉴를 판매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정말 너무나 떨렸다.
식당에서 알바조차 해본적 없는 내가
주방에 주방화와 앞치마를 착용하고 들어섰던 첫 날.
많이 안팔아도 좋으니 손님이 많이 안오시면 좋을 것 같다는 바보같은 생각을 했다.
드디어 첫 주문이 들어왔다!
미리 손질해둔 채소들, 누들떡볶이, 고추장 소스 등을 저울에 재가며 정량으로 조리하기 시작했다.
전날, 얼마나 많이 연습하고 머릿속으로도 시뮬레이션을 돌렸던가. '침착하자,괜찮아,천천히'라고 되뇌이며 자신을 진정시켜가면서 누들떡볶이 한 접시를 만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손님이 많은 곳은 아니었고
약간 한적한 곳이어서
다행히 주문량을 감당해낼 수 있었다.
그러던 중에 가장 당황스러웠을 때는
3,4명이 한 번에 주문할 때였다.
1,2그릇 정도는 어떻게든 소화해내었는데
3,4그릇을 만들 땐 정말 허둥지둥했다.
조리할 수 있는 후라이팬이 모자라서 설거지하랴 조리하랴 정신이 없었다.
여러개의 후라이팬을 동시에 조리하다보니
미처 신경쓰지 못한 후라이팬에 담긴 마늘이 타기도 했다.
비록 이틀간의 오프라인 팝업이었지만,
나에겐 정말 임팩트있는 경험이었다.
요리라고는 집에서 아이들에게 해주는 집밥요리가 전부였던 내가 돈받고 메뉴를 팔아본 것이다.
식품을 제조하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현장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일단 음식을 남긴 분들이 거의 없었다.
이 메뉴의 가능성은 조금 엿볼 수 있었다.
어떻게 차별화된 제품을 밀키트로 개발해서
고객들로부터 가치를 인정 받을 수 있을까.
고민이 시작되었다.
두번째 제품 개발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