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집에서 쉬는 남자 Apr 16. 2023

요리사가 주방을 떠날 때

우리는 타인을 위해 일합니다.

 비단 요리사뿐 아니라 퇴사는 모든 직장인들의 염원이다. 하지만 요리사 같은 서비스 직종은 일반 회사원들과는 퇴사하는 사유가 사뭇 다르다.


 오늘은 그 중 요리사가 주방을 떠날 때의 경우를 말하려한다. 이것은 단순 이직이 아닌, 정말로 주방을 떠나는 이유들을 말하는 것이다.


 1.노동 강도 및 시간 대비 적은 임금


 언젠가 한번 발행했던 내용이지만 요리사의 임금은 결코 많지않다. 특히 경력이 많아져 전문기술가 수준이 될 지 언정 그 임금의 수준이 다른 전문직에 견줄바가 못 된다. 


 물론 스타셰프라던지 대박집 개인업장을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지만 우린 '평균'의 요리사들로 이야기를 해보자


 요즘에는 주5일 주방도 많아졌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주6일 근무의 주방, 그리고 주방 내의 텃세까지 주방에서는 견뎌야 할 것이 많아도 너무도 많다.


 조금만 부주의해도 다칠 수 있는 수 많은 날붙이와 뜨거운 기름, 물 그리고 장시간 서서 움직이며 생기는 관절 관련 부담감, 개인의 역량 강화와 고객 클레임 등에 대한 정신적 스트레스까지


 몸과 마음, 그 어느것도 편치 못한 것이 주방이다.


 이런 살인적인 노동 강도와 그 현장에서 머물러야하는 시간이 길지만 들어오는 보상은 적다. 많은 요리사들은 급여의 대한 만족이 아닌 누군가에게 자신의 음식을 대접했다는 마음의 만족으로 일을 이어나간다. 하지만 이것도 어디까지 한계가 분명히 있다.


2.'내'가 없는 삶


 한창 현장에서 근무 할 때의 스케줄을 생각해보면 기상 -> 출근 -> 집 -> 혼술 -> 취침 의 연속이었다. 휴일날 누군가를 만나려 해도, 주로 평일에 쉬기 때문에 만날 수 있는 사람도 적었다. 혹시라도 만날 사람이 있다해도 일반 직장인처럼 이틀을 연속 쉬지 못하기 때문에 그 하루의 휴무는 오로지 회복을 위해 투자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다음날을 버틸 자신이 없었다.


 여하튼, 이렇게 휴무일 마저 다음날 다시 출근하는 나를 위해 내가 제대로 영위 할 수 없다. 하물며 일을 하는 날은 더욱 그렇다. 


 이런 삶이 계속 되다보면 사람이 멍청해지는 듯한 느낌이 들고, 정말로 능동적이지 못한 틀에 맞춰 사는 삶을 살 수 밖에 없다.


3.사랑 할 수 있을까?


 2번과 얼추 연결 되는 일이다. 


 사랑하는 연인이 생기거나, 혹은 가정이나 자식이 생겼을 때 요리사들은 많은 현실들과 부딪히게 된다.


 아무리 요리하는 자신을 이해해준다 해도 상대방이 같은 직종이나 서비스업이 아닌 일반 회사원이면 반드시 아쉬운 소리가 나기 마련이다. 공휴일이나 황금연휴 같은 때 사랑하는 이들은 서로 같이 있고 싶어하는 것이 어떻게보면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요리사들은 그 때가 가장 바쁜 시기라서 공휴일은 못쉬는 것이고 황금연휴는 3~4일 중 하루 정도 쉴 수 있다. 


 즉, 직장인 커플끼리는 여행도 가고 둘만의 긴 휴식을 즐길 수 있지만 요리사들은 그림의 떡인 것이다. 하물며 내 연인이 직장인이라면 그런 당신을 이해 해줄 수 있는 사람은 사실상 몇 안된다. 특히 당신이 젊다면 말이다.


 자식이 생겨도 문제다. 집에가서 육아를 도울 기력도 없을 뿐더러 애초에 가족과 시간을 보내기가 힘들다. 자신의 배우자는 쉬는 날 정도면 아이들과 집에서든 외출을 해서든 시간을 보내주길 원할테지만 요리사들 입장에서 굉장히 부담스러운 일이다.




분명 앞선 3가지를 모두 극복하고 잘 지내는 요리사분들도 분명히 계시며 그 수가 절대 적은게 아니다. 다만 대부분의 요리사들의 퇴사 유형을 정리해둔 것 뿐이다.


 당신들이 요리를 시작한 계기가 어떤것인지 모른다. 그렇다고 저 3가지를 감내 할 자신이 없다면 주방에 애초에 들어오지도 말라는 소리도 아니다.


 다만, 저런 애로사항들이 있으니 사전에 충분히 숙지하여 자신의 삶의 종착지를 어떻게 마무리 할 것인지를 설계해보라는 의미에서 이번 글을 발행했다.


 확실히 알아두면 좋을 것은, 요리사는 '나'를 위해 일하지 않는다. '남'을 위해 일하는 직업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요리사는 급여가 높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