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묘미
책이 나에게 자족을 주는 이유 중 한 가지.
책을 속독하다가도 아차 내가 또 너무 속도를 내었나 싶으면, 다시 앞으로 돌아가 여러 번 곱씹어 천천히 다시 읽을 수 있다는 것.
책을 손에 들고 있는 동안에는 내가 무엇인가 놓치는 것이 있지 않을까 노심초사하지 않아도 된다.
여행하는 중에는 중요한 것을 놓치지 않을까 염려하다가 오히려 진짜 중요한 것을 놓칠 수 있다.
반드시 모든 유명한 작품의 사진을 남긴다는 생각에 다른 사람의 발을 밟고 스마트폰으로 머리를 치고 질서를 무시하지는 말았으면.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 배려한답시고 내 동반자의 등을 밀며 어서 지나가라고 하지도 말았으면.
불안한 마음 때문에 그렇게 되는 것.
여유를 갖고 주변을 둘러본다.
로마 여행은 두 번째라 그런지, 아니면 반겨주는 Laura가 있어서 그런지, 익숙하지는 않아도 친숙한 느낌이 들었다.
시차적응 실패로 반강제 미라클 모닝 중인 새벽 3시 반. 좀 어색하지만 이것도 여행의 묘미.
작은 아이가 배고프다고 일어났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24시간 꼭 붙어 있는 이 시간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