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친구 이수경
중학교 2학년 이수경.
친구가 전부이던 14살이던 1998년, 그 해를 떠올리면 그 친구가 참 기억에 많이 남는다.
불의의 교통사고 이후, 친구들 사이에서 ‘바보’로 불리던 1반 담임선생님의 딸, 이수경, 1년간 내 짝꿍이었던 이수경.
수경이는 이수경이라고 불리는 걸 너무 싫어해서 소위 ‘일진’이라 불리는 아이들이 꼭 성을 붙여서 이수경이라 불렀었다.
다른 친구들과 도저히 한 순간도 어울릴 수 없었고, 선생님들이 안 계신 쉬는 시간에는 늘 놀림받다가 울곤 했다.
- 야, 그만해. 애 울잖아.
말리는 건 늘 짝꿍인 내 몫이었다.
수경이는 아무리 반 아이들이 놀리고 괴롭혀도 선생님들이나 엄마가 물으면 꼭 자기는 반 친구들을 정말 좋아한다고 하고, 그들 모두를 ‘친구’라고 했다.
말수가 별로 없던 수경이가 하루는 나에게 아빠차가 뭐냐고 물었다.
- 르망.
- 아하하. 르망? 그거 엄청 후진 차잖아. 너무 싼 거. 싼 거, 싼 거!
얼굴이 붉어졌던 그 순간이 생각난다. 아무렇지 않은 척하려고 했지만, 당황했던 느낌은 잊을 수가 없다.
주변에서 수경이를 놀리던 애들마저 조용히 숨죽여서 오히려 더 창피했다.
그동안 너 지켜주고 네 편 들어주고 옆에서 너 수발든 게 얼만데 너 정말 나한테 이럴 수가 있냐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아무 말도 못 했다.
카엠의 진정한 친구 태형 100000점
나는 수경이에게 진정한 친구였을까?
수경이가 나를 친구라고 생각해서 나를 놀렸던 걸까?
나를 진정한 친구라고 생각해서 다른 친구들이 자기를 놀리듯이 따라 해본 걸까?
가끔 수경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 고향 동창들도 소식을 모른다고 했다. 수경이는 실존하는 나의 카엠이었을까?
* 초등학생 고학년이나 중학생 아이들에게 추천할 만한 유익하고 건전한 책, 김동식 작가가 우리 아들을 위한 책을 내줘서 참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