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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고지리 Apr 01. 2022

코로나 엔데믹(풍토병)에 살아남기

델타 플러스가 또 온다는데 대비가 시급


4월 초하루다. 산에는 진달래, 산수유 꽃이 화려하다. 들에는 귀여운 봄나물과, 마늘 양파가 따스한 봄기운을 쐬며 하루가 다르게 자라고 있다. 비닐 피복한 밭고랑 속의 감자도 노란 새 순이 올라오고 있다. 코로나로 찌든 내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부드러운 봄바람과 함께 싱싱한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다. 나는 텃밭에 갈 때마다 잘 자라나는 식물들과 교감하며 마음의 위로를 받는다. 잠시라도 마스크를 벗고 그들과 대화할 때가 행복한 시간이다.  


꽃 피는 4월은 풍년을 기약하며 농사를 시작하는 희망의 계절이다. 올해는 예년의 봄 같지가 않다. 5명 중 1명이 확진자란다. 하루에 수 십만 명씩 코로나에 감염되어 국민의 25 % 가 환자라니, 사람 사는 세상이 두렵다. 그렇게 우리는 상실감과 두려움, 절망 속의 혹독한 3월을 보냈다. 앞으로도 얼마나 우리를 지루하게 괴롭힐지 기약도 없다. 언제라도 코로나에 무너져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각오로 살아오고 있다. 인적이 끊긴 깊은 산속이나, 땅속 깊은 굴 속, 하늘 높이 우주 공간으로나 피하면 코로나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

                               산수유는 겨울을 지나고 맨 먼저 찾아오는  봄의 전령사이다


우리 부부는 웬만해선 밖에 나가질 못했다. 음식 조리는 아내가 하고 설거지는 내 몫이 되었다. 청소기를 돌리며, 빨래 널며, 쓰레기 치우는 일 들로 하루를 보낸다. 오랜 기간을 집안에서 지내다 보니 일심동체라는 부부도 좋을 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의견 충돌과 마찰도 생기지만, 내가 일을 도와주면 아내는 그 시간에 또 다른 일로 쉴 새 없이 움직인다. 주부들의 가사 일이 힘들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끼니때마다 '뭘 먹을까'라는 말도 이해가 간다. 


불가피 시장을 가거나, 공원에서 운동을 하거나, 텃밭을 돌보는 거 외에는 나가지 못한다.  모두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사람을 피해 다닌다. 지인들끼리 모임도 못하는 데다, 대중교통 이용도 무서우니 이것이 사람 사는 세상일까.   이발소조차 꺼려하니 요즘은 아내가 나의 이발사가 되었다. 명절 때면 출가한 딸자식들이 손자 손녀들과 함께 귀향하여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데, 지난 설날에는 손자들 얼굴도 보지 못하였다. 아이들도 집에만 있었으니 외갓집을 오죽이나 오고 싶었을까.   


최근 확진자 수만큼이나 눈길을 끄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노년기 우울증 발병 위험이 평소의 두 배 이상  높아졌다는 것이다. 사회와 단절되고 가족 간의 교류도 크게 줄어들면서 우울증 병력이 없던 노인들까지도 발병 위험이 2.4배에 달한다고 한다. 정부 주도의 코로나-19 정신적 후유증 대책이 마련될 것이란 반가운 소식도 있다. 하루하루를 긴장과 불안 속에서 살아가는 노인들에게 힘이 되었으면 한다. 코로나 방역과 함께, 정신적으로 피폐해진 환자 심리 방역에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최근 들어 신경 정신과에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보도기사를 보아도 우리가 심리적으로 얼마나 큰 고통을 받고 있는지 짐작이 간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3월부터 치유농업법이 시행된 지 1년이 되었다. 치유농업이란 농업활동을 통해 몸과 마음의 건강, 인지 기능, 사회성 등을 증진하는 농업활동이다. 치유농업은 의학적 치료가 아닌 질병 예방이나 치유 관리에 넓게 적용되고 있어 사람들의 몸과 마음의 건강을 회복시켜주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상자 텃밭 가꾸기, 화분 채소 모종 심기, 꽃 채소 가꾸기, 곤충 기르기 등으로 불안감과 우울감 감소, 스트레스 호르몬 감소, 정신질환자의 치유에도 효가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농촌진흥청의 치유농업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연구되어 코로나에 지쳐있는 농촌 주민들의 정신건강에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농촌의 들에는 온갖 봄나물들이 귀엽게 자라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은 3년째 유행하는 병이지만, 이제 '엔데믹(Endemic)'시대 풍토병으로 받아들이며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게 되었다. 당초 '우한 바이러스'에서 '코로나-19'로, 다시 '오미크론'으로 변하더니, '델타변이'로 확산하면서 세계인들을 위협하였다. 더 강한 새 변이 '델타 플러스'가 인도에서 발견되었다니 세상은 또다시 비상이 걸렸다. 우리나라도 6월쯤엔 우세종이 되어 '델타 팬데믹'이 닥칠 것을 우려한다니 어디가 끝일지 참으로 암담하기만 하다.  그렇다고 두 손 놓고 죽기만을 기다릴 수만은 없지 않겠는가. 우선 사람을 피하고, 마스크는 생활화하고, 지속적으로 운동하고, 가족모임도 미루고, SNS를 최대한 활용하며, On-line 미팅을 생활화해야 한다. 그리고 집안에 자전거나 아령, 마사지기 등을 들여놓고 수시로 체력을 단련하여 면역력을 길러야 한다. 

                                       마늘도 봄기운을 쐬고 왕성하게 자라고 있다.


'회자정리', 불교의 경전 『법화경』에 나오는 말이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으며, 만나면 반드시 이별이 있다'라는 말이다. 성경 '사도행전'에는 다시 만나지 못할 이별의 아픔이 그려져 있다. 돌아오지 못할 길임을 알면서도 예루살렘으로 떠나야 하는 바울과 제자들의 이별 이야기이다. 4월을 맞으며 코로나와 '회자정리' 되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하루 수 십만 명이 감염된 것이 현실이지만, 이제 꼭짓점을 찍은 것으로 보이니 코로나도 끝물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오늘 같은 만우절엔 '코로나가 없는 나라, 봄에 씨앗을 뿌리면 뿌린 대로 잘 되는 나라, 농사짓기 좋은 나라 대한민국'이라는 말을 계속하고 싶다. 비록 거짓말 일지라도····  '마음속에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라는 말이 있는데, '나는 언제나 운이 좋은 사람이다'. '하는 일마다 일이 잘 풀린다'. '내 인생은 완전히 대박이다'. 오늘 이런 기분 좋은 주문을 외우는 4월의 첫날이 되었으면 좋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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