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고지리 Jun 01. 2022

건강검진, 6년 만에

공포의 대장 내시경 

지난 해 한국건강관리협회로부터 ‘건강검진을 받으시라’는 독촉성 연락을 받았다. 그렇지 않아도 정기검진을 오랫동안 미루어 고민하던 차에 코로나까지 위험한 상황이어서 질문을 던져보았다.   

    

“검진받다가 코로나에 감염되면 협회에서 책임져 주실 것입니까”  


“금년이 검진 대상자임을 협회에서 알려 드리는 것인데, 걱정되시면 언제 하시든 알아서 하십시오” 

      

협회도, 나도 어찌해야 할지 판단이 서질 않은 시기였을 것이다. 2년마다 시행하는 건강검진 목적은 개인의 건강 상태를 주기적으로 확인하여, 문제가 있다면 초기에 대응하자는 것일 것이다. 나 역시 위와 장에 문제는 없는지, 고지혈증은 어느 정도인지, 골다공증은 어느 상태인지가 몹시 궁금했다.  

     

나의 주치의는 “최근 검진 예약자가 증가하고 있으니 서두르라”, “6년 만의 검진이니 올해는 몸의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라고도 하였다.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었다.    

 

그런데 위와 장 내시경이 문제이다. 약물을 마시고 뱃속의 음식을 모두 배설시킬 일이 심란하다. 내 몸의 건강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니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번은 약 마시기 싫어 포기했고, 한 번은 코로나 때문에 미루었다. 장 검사 약물 마시고 내시경 하는 것이 여간 고역이 아니어서 머뭇거리는 것이다. 검진 일을 예약하고  검사 전 주의해야 할 메모지를 받았다. 7일 전, 3일 전, 1일 전, 검사 당일 준비사항을 보는 순간부터 긴장이 시작되었다. 

공포의 대장 내시경 준비사항

당일 아침 9시가 검사시간이니 새벽 3시 30분 기상하여 약물을 마시기 시작했다. 달달 하면서도 시큼하면서 역겨운 약물 맛은 예전과 다름없고, 500ml를 한꺼번에 넘기는 것 역시 힘들었다. 눈 찔끔 감고 넘긴 후 박하사탕을 빨아봐도 소용없어 차라리 맹물로 입을 헹궈 내는 게 낳았다. 새벽 내내 화장실 들락거리며 뱃속을 비우니 몸의 진이 다 빠졌다. 


병원에서는 '수면이냐 일반이냐'를 먼저 물었다. 많은 사람들은 수면 내시경은 위험할 수 있다지만 담당 의사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즉 내시경 학회에서 정한 매뉴얼에 따라 세심하게 진행하므로 절대 위험하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수면을 유도하는 성분 때문에 기억력은 조금 감퇴할 수 있다' 하였다. 나는 수면이 아닌 일반 내시경을 선택했다. 수면 상태보다 정신이 말짱한 환자에게는 의사가 좀 더 조심스럽게 해 줄 거 같아서였다. 링거액 주사 바늘을 손등에 꽂고 장 검사는 쉽게 끝냈는데, 내시경 카메라가 목구멍에 넘어갈 땐 헛구역질이 계속 나왔다. 나는 힘들어 죽을 지경인데 간호사들은 내 몸을 누른 채, 

     

“아주 잘하십니다, 금방 끝납니다, 조금만 참으세요”라며 끝까지 안심시키려 노력하였다. 환자에게 최선을 다하려는 그들이 고마웠다.      


검사 후 회복실에서 링거액이 소진될 때까지 기다리는데, 옆 침대에 누워계시던 80세 노인분은 “장 검사는 30년 만에 처음이며 물혹 하나를 제거했다”라 하셨다. 나는 6년 만인데 그는 30년 만이라니, 그러고도 물혹 하나만 떼어냈다니 놀라웠다. 그분은 “평소 술과 고기를 워낙 좋아했으며, 가족들의 성화에 못 이겨 검진을 하게 됐다” 하셨다. 현직 시절 어려운 장 검사를 2년마다 착실히 하며 고생했던 나와는 대조적이었다.       


이번 검사에서도 장은 깨끗했고 위만 일부가 헐었다고 했다. 고지혈증 약 효과인지 혈액 상태는 보통이고, 골다공증 약을 3년간 복용한 결과 하체 뼈 상태는 예전 그대로이나 허리는 좋아졌다고 하였다. 골 밀도가 더 이상 나빠지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다. 검진 비용은 14만 원 정도였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기본 검사 외 혈액검사와 대장, 위내시경 추가 비용이 포함된 금액이라 한다.  


한국의 의료보험 제도는 세계인들이 부러워하는 국민 건강 보장 정책이다. 검진은 성인을 대상으로 2년마다 시행하는데 현재대로 만족할 일은 아닌 거 같다.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서, 의료선진국의 사례도 비교하면서 보다 편하고 효율적인 검진 방법을 더 연구했으면 좋겠다. 100세 시대를 대비하여 국민들의 삶의 질도 향상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이나 보건복지부 장관도 나처럼 약물 마시며 밤새도록 화장실 다니다가 내시경을 하는지 그것도 궁금하다.      

종합 건강검진 안내


작가의 이전글 렌터카 비용은 청구하지 않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