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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가 있는 거실

회환이 밀 려 온다

by 영롱한 구슬

초겨울의 아침이다

나의 꽃언덕을 어떡하지?

빨리 얘네들을 데려와야 해

집안으로

거실로

햇살이 비치는 창가로

돌틈사이 겨우 피어 있던

늦가을의 채송화가

첫추위에 어쩔 줄 몰라서

쩔쩔매며 길손인 나를 불러 세웠다

올봄에 뿌려두었던 꽃씨 채송화

씨앗이 돌틈사이로 천천히 자라나서

늦여름에 피었구나

그렇게

아버지의 채송화 꽃씨는

무슨 이유인지 모르게

야생화 언덕길 돌틈 사이로

몰래 숨어서 계절을 넘기며 피어있었다

첫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꽃가지가 늘어지며 쓰러져있었다

돌틈 사이 길가에 누워있는

채송화에게 조용히 다가가서

다칠세라 조심조심 손을 내밀었다

가지가 푸석푸석 하니 꺾어지고 으스러져있었다

꽃가지들을 손으로 추스르며

고이고이 조심조심 손삽질을 하여 꽃소쿠리로 옮겨왔다

현관 앞에 도착하니 곧 죽을 것 같았다

이미 꽃가지의 심장 줄기의 일부가 차갑게 얼어 있었다

따스한 햇살이 비치는 창가로 달려가서

얼 른 급히 유리 꽃병에 푹 꽂았다

주변 야생화들과 함께 유리 꽃병에 꽃았다

투명유리 꽃병이 환 하 게 웃었다

아버지의 미소를 닮았다

추운 겨울 아침의 일이 다


그리운 아버지

그곳에는 사계절이 없어서 추위도 없겠지요

오늘 저녁에도

찬바람과 함께

추위가 다시 찾아온 대 요

아무리 그래도

그곳의 추위도

조심하셔야 해요

갑작스러운 겨울 찬바람으로

미처 꽃씨를 받지 못했어요

늦었지만

올 가을에도 아버지를 닮은

노란 채송화 꽃씨를 받을게요


내년 봄에

올해 보다 더 샛노랗게

피어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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