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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aya Jun 12. 2022

세상에서 가장 자유로운 나라, 암스테르담 일기 #1

Charli XCX <Boom Clap>



6월 11일 토요일. 오늘의 일기


오늘은 브뤼셀에서 암스테르담으로 버스타고 넘어왔다. 국경에서의 ID 검사도 없고, 그냥 차타고 가다가 인터넷이 잠깐 먹통이면 국경을 넘은 것이다.


브뤼셀에서의 기억도 너무 좋았는데, 하루만 있기에는 조금 아쉬운 기분이 들던 곳이었다.

예쁘고, 초콜렛을 너무너무 좋아하는 국가.

폐쇄적이라는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어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아무 인종차별도 없었다.

다만 사람들이 정말 초콜렛과 미식에 진심이어서 행복했다. 와플도 엄청 많았구.

그냥 일반적인 초콜렛이 아니라 장인의 손길이 가득 담긴 초콜렛 가게가 정말 많았던 곳이었다.

세계 3대 초콜렛으로 꼽히던 노이하우스를 비롯해서 고디바, 메리, 피에르 마르콜리니, 엘리자베스, 등등.

내가 모르는 초콜렛이 있는게 너무 신기한정도.

이건 좀 더 나중에 자세히 다루기로 하고, 암스테르담에 집중하기!


호스텔에서 기다리면서 마신 더치커피. 티피컬 네덜란드!


사실 내가 묵는 숙소가 있는 곳은 암스테르담의 중심에서 조금 떨어진 곳인데,

이곳에 내리자마자 생각난 것은 내가 생각하던 서유럽, 북유럽 같은 티피컬한 이미지와는 너무 달랐다.

다양한 인종과 시끌벅적한 시장의 분위기, 다양한 국적의 음식으로 넘쳐나고 있었고, 난 그곳에서 길을 잃은 여행객일 뿐이었다. 처음 내리자마자 본 그 풍경에 조금 겁을 먹었다. 그래도 얼른 짐을 두고 나가봐야겠다는 생각으로 호스텔로 향했는데 내가 생각하던, 혹은 그동안 묵었던 브뤼셀, 오슬로, 바르셀로나의 호스텔과 너무너무 달랐다. 세상 자유로워보이는 호스텔 분위기와 거실, 주방, 그리고 리셉션 데스크의 직원분까지

내가 생각하던 이미지와는 천차만별이었다. 분명 어릴적 봤던 네덜란드에서 살아남기 같은 책의 네덜란드는 치즈와 튤립을 좋아하는 살짝 목가적인 이미지였는데 세상 힙하고 자유로운 국가였던 것이다.



짐을 두고 고민하다 시내로 나갔다. 시내로 가기 전 들렀던 LIDL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정말 두드러졌다. 사소한 샐러드부터 다양한 사람들을 고려한 다양성이 두드러졌다.


근처 역에서 지하철을 탈때부터 사람이 참 많았는데 암스테르담 중앙역에서 내리자 마자 깜짝 놀랐다. 지금껏 많은 유럽 도시를 돌아다녔는데 이렇게 사람이 많다고 느낀적이 처음이었다. 동시에 간간히 보이는 취기오른 사람들부터 다양한 인종, 패션 등등까지 내가 지금껏 만난 유럽 중 가장 자유로운 분위기였다. 미국에서도 이런 느낌이 없었는데, 대마초와 홍등가가 관광상품인 이 국가는 자유를 그대로 형상화한 곳이었다.

곳곳에 걸려있는 Diversity를 상징하는 무지개색 깃발과, 생각보다 너무 자주 만나는 대마초의 향기(..)그리고 대마초 상품 (쿠키, 초콜렛 등등 너무 많더라!)이 해외 경험이 그래도 조금 있다고 자부하던 나에게 너무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중앙역을 따라 쭉 걸어내려가 만난 담광장. 몹쓸 드립을 생각해대며 (Dam Plaza is so damx huge.,같은,,) 걸어가다 만난 곳은 어제 봤던 브뤼셀의 그랑플라스와는 정반대의 느낌이었다. 상업이 미친듯이 발전한 네덜란드. 스페인의 대항해시대를 공부하다보면 스페인이 갖고 있던 주도권이 넘어갈 때 가장 크게 언급되는 두 나라 중 하나인데 (나머지 하나는 영국) 정말 이해할 수 있었다.


광장 한가운데 설치되어있던 피아노와 그곳에서 버스킹하는 사람, 그를 둘러싼 대중과 시원하게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 그곳에 서서 한참을 바라보다 발걸음을 옮겨 주위를 걸어다녔다.


오기전에는 뭘해야지 라는 단순한 리스트업만 하고 온터라 오늘은 가볍게 걸어다녀야지, 하고 생각했는데 진짜 가볍게 걸어다니다가만 왔다. 사실 좀 무섭기도 했다. 홍등가를 만날까 무섭기도 했고, 마냥 곱지만은 않은 여러 시선들은 날 조금 움츠러들게 했다. 더군다나 기념품점에 들어갈때마다 만나는 우리나라에선 아직 흔하지 않은 섹스토이들과 대마초 상품은 날 명백한 한국인으로 만들어주었다. 사실 캔디스토어에 열심히 캔디를 담다가 계산할 때 진짜 물어봤다. 혹시 여기 대마초 들어간건 없죠? 저 괜찮은거 맞죠? 이렇게.



처음 운하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는데 알고보니 내가 생각하던 곳은 아니었고 조금 의기소침해졌다가 반대쪽으로 가봤다. 저녁이나 먹고 들어가자하는 결심으로, 사람이 흘러넘쳐나오던 거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제야 조금 내가 상상하던 암스테르담이었다. 운하와 운하 위를 헤엄하는 크루즈, 운하 따라 쭉 늘어선 귀여운 건물들과 감자튀김가게! 네덜란드에서 유명한 나막신과 미피, 풍차 관련 기념품을 팔던 기념품 상점들까지 내가 찾던 곳이 거기있었다. 괜찮아져서 열심히 보러다녔다.




그러다 들어간 기념품 상점. 상인들이 우세하던 국가다웠다. 몇몇 유럽 도시들은 도시에 비해 너

무 관광상품이 별로여서 내가 일하고 싶다며 분개할때도 많았는데 이곳은 역시 모든 종류별로 사고싶은 것 투성이인채로 전시되고 있었다. 나막신, 네덜란드 전통의상을 입은 미피, 풍차모양 자석, 반고흐의 작품 굿즈까지 왜이렇게 예쁜게 많은지! 한참을 구경하다 나왔다. 내일은 꼭 사야지.


저녁을 뭐 먹을까 고민고민하다 더이상의 탄수화물을 먹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맥도날드에서 맥너겟을 먹었다. 마침 매운 너겟이 나왔는데 하나도 맵지 않았다.. 스페인은 얼마전에 처음 신메뉴로 맥스파이시버거가 나왔다. 그게 우리나라에서는 당연한건데.. 제법 놀라웠다. 오슬로보다는 affordable한 맥도날드였고 역시 사람이 많았다. 브뤼셀이나 암스테르담이나 아무래도 유럽 내에서 인기가 많은 여행지인가보다,


돌아오는 길에 사온 네덜란드에서 제일 유명한 음식 중 하나. 와플! 특이하게 빵보다는 비스킷/과자 같은 와플 사이에 시럽이 있는 살짝 쫀득하고 꾸덕꾸덕한 와플이다. 하나 집어먹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2.05유로에 구입! 나중에 하나 먹고 보니까 칼로리 하나에...177.. 무시무시한 녀석인데 맛있으니 인정.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일몰지는 하늘을 봤다. 조금 외롭기도 하고 동행을 구할까 고민하기도 했는데 그냥 혼자 다녀보고 싶다. 내일은 뭐할지, 좀 고민이 깊어지는 밤이다.


사실 내가 암스테르담을 택한 이유 중 하나는 Moco museum같은 이유도 있지만 영화 <The Fault in Our Stars>, 우리나라 제목으로는 <안녕, 헤이즐>이라는 영화 때문이었다. 여기서 영화 주인공들이 책의 저자를 만나러 암스테르담에 오는데, 둘이 함께 암스테르담을 여행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때 운하를 따라 주인공이 걸으면서 깔리는 노래는 Charli XCX의 <Boom Clap>. 이거 들으면서 암스테르담을 보는게 나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다. 건강상 자유롭지 못하던 주인공이 자유를 느끼며 걷는 그 장면에 나오는 음악. 어딘가 Bittersweet하면서도 그 순간에 난 잠깐 나를 놓을 수 있고, 혹은 나를 모두 던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오늘은 조금만 들었는데, 내일은 더 많이 들어야지. 더는 후회가 없게 한없이 듣고 돌아갈것이다. 나만의 자유를 느끼고, 나만의 감정을 쌓고 돌아가야지. 다시 어딘가에서 이곡을 떠올리면 암스테르담을 떠올리게!


-2022년 6월 11일, 암스테르담 호스텔에서 오후 11시 47분, Vaya-


#유럽여행 #암스테르담 #네덜란드 #영화 #안녕헤이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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