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잘못인 걸
경제적으로 독립되게 살고 있는 우리 부부
아이들 교육비는 남편이 대체로 담당하고 있지만
내야 하는 날짜나 결제 링크 등을 내가 또 챙겨야 해서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다.
귀찮긴 하지만 그래도 내 월급이 조금 더 적으므로
열심히 알려주고 링크 보내며 역할을 주는데..
얼마 전 아이들 태권도와 영어학원 결제를 한 번에 하느라 카드를 가방에 넣어 보냈다.
하지만 결제 부탁드린다는 통화와 문자도 모두 내 차지.
영어학원 종료 시간에 아슬아슬하게 떠올라서
운전 중 급히 통화를 마치며
은근 부아가 치밀었다.
나도 직장 다니며 일하는데
종종거리며 집에 와서 밥하고 빨래하고
아이들 공부까지 챙기는데
이것까지 시간 맞춰 카드 받고 보내고 연락하는 일이 내 차지라니!
분노의 마음은 잠시 잊고
가족과 저녁시간을 보내는데
딸아이 가방에서 카드를 회수하던 남편이
소리 지른다.
“아악. 이 카드를 내는 게 아니었는데!! 힝. 너무해!! (둘째가 삐칠 때 쓰는 말인데 우리 가족의 유행어)“
가만히 듣고 있던 첫째가 조용히 말한다.
“자기가 잘못 낸 걸 누구한테 화를 내~ 안 그래?”
“그러게..”
왠지 풀 죽은 남편이
안쓰럽기도 하고
어딘가 속이 후련하기도 해서
크게 웃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