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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읽는 조선사

2. 나는 방원이로소이다- (2)이방원 라이징

by 나루터

이방원이 처음 이름을 알린 것은 16살 무렵 어린나이에 진사시에 합격하면서였다.


성균관 사성으로 있던 민제는 당시 이방원을 눈여겨 보고 직접 본인이 글을 가르치면서, 아예 자기 딸과 혼인까지 시킨다. 그녀가 후에 원경왕후가 된다.


처가살이까지 했던 이방원은 당시 유력한 가문이던 민씨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 더욱이 원경왕후는 성격이 호방해서, 남편이 대업을 이루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부부 금슬까지 좋아 자식도 12명이나 낳았다.


물론 이방원 본인이 노력하여 시험을 잘본 덕이고, 혹은 타고난 머리가 좋았던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두 번의 시험(과거)에서 급제한 것은 이방원을 다른 차원의 존재로 만들었다.


기록에 의하면 이방원이 명나라에 사절로 갈 때, 이성계가 이방원을 두고 "네가 몸이 허약하여..."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아마도 문과 급제를 하지 않았더라면, 가문에서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이미 형들 중에는 이방원보다 덩치가 더 크고, 무력이 출중한 형이 있었고, 이방원이 아니더라도 음서로 관직에 출사한 다른 형제가 있었다.


그러나 과거에 합격함으로서, 무인 집안에 '과거합격자' 문인이 되었고, 총애받는 아들이 되었다. 성균관에서 수학할 때 생긴 수많은 문인 동료들, 그리고 혼인으로 단숨에 만들어진 인맥 네트워크가 있었다. 물론 처가로 인해 재산도 부족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버지가 개경 조정에서 유력자가 되기 위해, 혹은 왕이 되기 위해, 아들 이방원에게 해야할 일들이 계속 주어졌고, 이방원은 그 역할들을 충실히 해나갔다.


그중 가장 중요한 일은 바로 인맥 만들기였다.


이성계가 원하는 것을 위해서는 소위 신진사대부들의 협력이 절실했는데, 이방원은 그들을 연결해줄 가장 적임자였다.


마치 위대한 게츠비처럼 사람들을 계속 초대했고, 이렇게 만들어진 인맥들이 결국 이성계의 자산이 되었다.


총애받던 아들 이방원이 위기를 겪은 것은 바로 정몽주 때문이었다.


"내가 사약을 마시고 죽고 싶은 심정이다."라고 소리칠 정도로 정몽주가 죽자 이성계는 분노에 쌓였다. 이성계를 말려준 것은 둘째 어머니 신덕왕후였다. 그러나 이성계의 앙금은 완전히 풀린 것이 아닌지, 그뒤로 이방원은 여러차례 아버지의 분노를 감내해야했다. 어쩌면 이성계와 이방원 갈등의 시발점이 이때부터였다.


조선은 개국하자마자 빠르게 안정을 찾았다. 이미 고려 말에 토지 개혁을 비롯한 주요 개혁들을 모두 끝마친 상태고, 군사력도 안정적으로 확보한 상태였다.

'

아이러니하게 이 지점이 이방원이 활약할 공간을 많이 줄게 했다. 판단력이 빠르고, 정치력과 강단이 있던 난세의 사나이는 태평성대에는 할 일이 별로 없어졌다. 아버지의 견제 때문일 수도 있었다.


그런 이방원이 다시금 활약할 곳은 공교롭게 '외교'였다. 외교는 정몽주가 잘하는 분야였다. 정몽주는 왜나 명과의 문제가 있을 때, 말도 안 되는 능력으로 이를 해결해내고는 했다.


조선은 친명파 사대부들이 만든 나라였지만, 개국 초는 명과의 외교가 그리 매끄럽지만은 않았다. 요동을 두고 시끄러워진다거나, 때로는 사소한 것도 트집잡히기도 했다. 그리고 주원장은 특히 정도전을 더 싫어했다.


근본적으로는 상호 신뢰의 문제였다. 명은 조선을 못 믿고, 조선도 마찬가지였다.


태조 주원장은 콕 집어 장남이나 차남을 사절로 보내라고 말했다. 외교문서의 용어를 구실로 삼아 사죄하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명이 말하는 장남과 차남은 왕위계승자를 의미했다. 당연하게도 왕조국가에서 왕위계승자는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명은 조선이 어디까지 성의를 보일 것인지 지켜보겠다는 의미였고, 또한 한편으로 그 왕위계승자와 교류를 하고 싶다는 속내도 있었다.


그런 속내를 조선 측에서 짐작할 수는 없었다. 워낙 명나라가 강경했기에.


그렇게 위기라고 생각하는 상황에서 가장 똑똑하고 믿을 만한 아들은 이방원이었다.


"네가 아니면 황제의 질문에 제대로 답변할 사람이 없구나."


하지만 자칫 명나라에서 죽거나 귀양을 가게 될지도 몰랐다. 이방원은 그런 것을 두려워할 사람이 아니었다. 이제 그가 다시 활약할 순간이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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