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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기담 습작 14화

[점심]서울교대의 겨울, 한 그릇의 중화볶음밥이 전해

서울교대 학생식당

by 기담

2025년 1월 23일, 겨울의 찬 공기가 서울교대 캠퍼스를 감싸고 있었다. 두꺼운 외투에 목도리를 둘러도 코끝이 시린 날씨였지만, 마음 한켠에서는 점심 메뉴에 대한 기대가 살짝 부풀어 있었다. 오늘의 메뉴는 구내식당의 중화볶음밥. 정갈한 한 그릇의 볶음밥이 차가운 오후에 따뜻한 위로를 전해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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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내식당은 언제나 분주하다. 학생들과 교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떠들썩하게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배식대에 도착하니 고슬고슬한 밥 위로 진한 간장 향이 스며든 볶음밥이 차려져 있었다. 큼지막한 새우와 돼지고기, 아삭한 채소들이 어우러진 중화볶음밥은 첫눈에 보기에도 맛있어 보였다. 한 숟갈 떠서 입에 넣자, 풍미 깊은 불맛이 혀끝을 감돌았다. 짭조름하면서도 단맛이 은근히 배어 있었고, 볶음밥 특유의 고소한 기름 향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구내식당의 음식이 종종 평범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오늘의 중화볶음밥은 분명 달랐다. 쌀알 하나하나가 퍼지지 않고 탱글탱글하게 살아있었으며, 재료의 조화도 완벽했다. 돼지고기의 감칠맛과 탱탱한 새우의 식감, 채소의 신선함이 어우러져 구내식당에서 기대할 수 있는 최상의 만족을 선사했다. 함께 나온 단무지와 계란국도 볶음밥의 풍미를 한층 돋워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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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마친 후, 운동장을 거닐며 소화를 시키기로 했다. 햇볕은 차가웠지만, 운동장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느끼는 공기는 상쾌했다. 식사 후의 포만감과 운동장의 조용한 풍경이 묘하게 어우러져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 주었다. 캠퍼스 곳곳을 둘러보며 문득, 이런 일상의 작은 행복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깨달았다.

서울교대의 캠퍼스는 아늑하고 조용한 분위기를 자랑한다. 교정 곳곳에는 오래된 나무들이 듬성듬성 서 있고, 나무 아래에는 벤치가 놓여 있어 학생들이 휴식을 취하거나 책을 읽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오늘처럼 바람이 부는 날에도 누군가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나는 운동장을 천천히 걸으며 서울교대의 정취를 천천히 음미했다. 바람이 나뭇가지 사이로 스며들 때마다 들려오는 사각거리는 소리, 운동장을 가로지르는 학생들의 발소리, 저 멀리 들려오는 수업 종소리까지. 모든 것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는 이곳은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는 안식처가 되어준다.

운동장을 걷다 보면 곳곳에 자리 잡은 조각상과 표지판들이 눈길을 끈다. 교육자의 길을 걷는 학생들에게 영감을 주기 위해 세워진 조각상은 교육의 가치를 상기시키며, 캠퍼스를 찾는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나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이 조각상 앞에서 생각에 잠겼다. 교육이란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사람을 성장시키고 사회를 바꾸는 힘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사를 마친 후의 산책은 단순한 운동을 넘어서 마음을 정리하고 새로운 활력을 얻는 시간이었다. 나는 오늘의 중화볶음밥이 단순히 한 끼의 식사를 넘어, 소소한 행복과 의미를 찾는 계기가 되었음을 깨달았다. 캠퍼스를 돌며 지나가는 학생들과 눈인사를 나누고, 운동장을 가로지르는 고요한 바람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풍요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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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대의 구내식당은 오랜 시간 동안 학생들과 교직원들의 일상을 지탱해왔다. 정성이 담긴 음식들은 단순한 허기를 채우는 것을 넘어, 서로의 하루를 공유하는 공간을 만들어낸다. 중화볶음밥 한 그릇 속에는 그날의 피로와 성취, 기대와 희망이 담겨 있었다. 나는 그 작은 그릇에서 나만의 위로와 만족을 찾을 수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떠오르는 생각은 단순했다. 좋은 한 끼는 우리의 하루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때로는 구내식당의 중화볶음밥처럼, 평범한 순간 속에서 특별함을 발견할 수 있다. 오늘의 점심은 맛도, 의미도, 그리고 분위기도 모두 만족스러웠다. 앞으로도 이런 순간들을 기록하며, 내 삶의 작은 행복을 더욱 소중히 여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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