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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학대 벌금 700만원

by 기담

『잔혹한 유희, 법은 그것을 '범죄'라 부른다: 서울남부지법 2025고단47 판결을 통해 본 동물학대의 실태와 교훈』
2025년 7월, 서울남부지방법원은 동물보호법을 위반한 한 대학생에게 벌금 700만 원의 형을 선고하였다. 단순한 금액 이상의 의미가 담긴 이 판결은, 인간의 오만한 폭력이 생명 앞에서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를 그대로 드러낸다. 그리고 법은 이 사건을, ‘유희’도 ‘실수’도 아닌 ‘범죄’로 단죄하였다.

1. 대학생 세 명, 고양이 한 마리
피고인 방씨는 2003년생의 대학생이다. 그와 공범인 김○○, 김□□은 2024년 5월 22일과 25일, 강원 원주의 군부대 주둔지 인근에서 길고양이를 대상으로 잔혹한 행위를 반복했다. 처음에는 고양이를 돌리거나 바닥에 내던지는 것으로 시작되었고, 에프킬라 살충제를 뿌리고 담뱃불과 라이터 불로 발을 지지는 학대가 이어졌다. 결국 갈퀴, 나무막대기, 벽돌이 가해졌고, 고양이는 발이 그을리고 한쪽 눈이 튀어나온 채 죽음에 이르렀다. 세 차례 현장을 오가며 가해진 이 잔인한 연속행위는 우발적 분노나 순간적 실수라고 보기 어렵다. 계획적이며 집단적인 잔혹성의 전형이었다.

2. 법은 어떻게 판단했는가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가 동물보호법 제10조 제1항과 제2항, 형법 제30조(공동정범)에 해당한다고 보고, 두 가지 범죄사실을 인정했다. 하나는 ‘정당한 사유 없이 동물에게 고통을 준 점’, 다른 하나는 ‘잔인한 방법으로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한 점’이다.

동물보호법은 단순히 생명 존중의 윤리적 선언이 아니다. 이 법은 구체적 행위 기준과 처벌 조항을 통해 동물의 생명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려는 제도적 장치다. 그리고 이번 판결은, 그 법이 말하는 금지행위의 거의 전 항목을 피고인이 모두 위반했다는 점에서, 동물학대 범죄의 실태를 가장 명백하게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3. 양형의 고민: 반성? 어린 나이? 우울증?
재판부는 벌금 700만 원이라는 상당한 금액의 형을 선고하면서도, 피고인의 연령(당시 21세), 전과 없는 초범이라는 점,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는 사정 등을 고려하였다. 또한 공범 중 한 명은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고, 또 다른 공범 김○○에게는 동일한 벌금형 약식명령이 청구된 점도 함께 참작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유리한 정상사유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주목한 것은 ‘피해 고양이의 고통과 죽음’ 그리고 ‘피고인들의 반복적이고 계획적인 가해행위’였다. 단순히 순간의 분노나 장난으로 보기 어려운 이 사건의 성격은, 벌금이라는 비교적 온건한 처분에도 불구하고 사법적 경고의 의미를 결코 가볍지 않게 만든다.

4.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동물을 재산 또는 자연의 일부로만 여겨왔다. 그러나 동물보호법의 입법취지, 대법원의 일부 판결, 최근의 민법 개정 논의 등은 이제 동물을 ‘단순한 소유물’로만 보지 않겠다는 방향으로 서서히 전환하고 있다.

동물을 고통에서 보호해야 할 도덕적 주체로 인정하는 사회는, 더 나아가 인간 자신의 폭력성과 감정통제 능력도 동시에 성찰하게 되는 사회다. 동물을 향한 잔인함은 단지 ‘동물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윤리 수준, 시민사회의 성숙도를 드러내는 거울이다.

5. 이 사건의 사회적 메시지
이번 판결은 단순한 형사처벌의 결과물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동물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과 책임을 다시 확인해야 함을 촉구하는 상징적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첫째, 공동범행의 계획성과 반복성은 청소년기 및 청년층의 감정통제 문제와 더불어, 집단 내에서 나타나는 폭력성 강화의 위험성을 보여준다. 사회적 병리로서의 동물학대는 단순히 개인의 일탈로 보기 어렵다.

둘째, 법은 분명히 동물에게도 ‘고통을 받을 권리’가 있고, 인간은 이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선포했다. 동물에게 가해진 고통이 곧바로 법적 책임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은, 동물학대에 대한 무관용 원칙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셋째, 여전히 많은 시민들은 “동물에게 그런 행동을 했다고 왜 그렇게까지 처벌하냐”는 시각을 갖고 있지만, 이번 판결은 단호히 말한다. “왜 그렇게까지 해야만 했는가”라고 질문을 바꾸어야 한다는 것을.

6. 결론: 법은 늦게 오지만, 반드시 도착한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법정에서의 ‘사건’으로만 머물지 않아야 한다. 우리는 이 사건을 통해, 우리 안의 무관심과 잔혹함이 얼마나 쉽게 폭력으로 드러날 수 있는지를 돌아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용납되어서는 안 되는지를 법이, 판결이, 그리고 죽은 고양이의 이름 없는 생명이 우리에게 묻고 있다.

동물에게 가한 폭력은, 결국 인간 사회에 대한 경고이기도 하다. 법은 때로 느릴지 몰라도, 반드시 도착해야 할 곳에 이른다. 이번 판결이 그러하였다. 그리고 다음에는, 단지 ‘처벌’이 아닌 ‘예방’과 ‘교육’이 그 자리에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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