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터 슬라이드 사고와 손해배상 책임 ― 서울중앙지법 2023가단5344149 판결을 중심으로
1. 사건의 배경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25년 5월 8일, 피고 학교법인 B가 운영하는 워터 슬라이드에서 발생한 안전사고와 관련하여, 원고 A가 입은 신체적 손해와 재정적 피해를 보상받기 위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사건에서 피고에게 총 2,802만 원 상당의 배상금을 지급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하였는데, 사건의 발단은 원고가 해당 워터 슬라이드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안전상의 결함으로 인해 심각한 부상을 당하여 요추와 흉추에 압박골절이 발생하였고, 이로 인해 상당한 기간 치료를 받아야 했으며 치료비 지출과 노동능력 상실로 인한 경제적 손해를 겪게 되었다는 점에 있다. 원고는 이러한 손해를 근거로 총 5,289만 원의 배상을 청구하였으나, 법원은 원고 측에도 일정 부분 과실이 있다고 보아 이를 제한함으로써 최종적으로 약 2,802만 원만을 인정하였다.
2. 법적 쟁점 ― 민법 제758조와 사용자 책임
이 사건의 중심적 법적 쟁점은 피고가 공작물의 점유자로서 민법 제758조 제1항이 정하는 책임을 부담하는지 여부였는데, 동 조항은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에 하자가 있는 경우 점유자나 소유자가 그로 인해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원은 워터 슬라이드가 다중이용시설로서 이용자의 안전을 보장해야 할 관리의무가 부과된 시설임을 전제하면서, 피고 학교법인이 해당 시설을 설치·운영하는 과정에서 안전관리의무를 다하지 못해 원고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피고는 자신들에게 책임이 없다고 항변하였으나, 제출된 사고 현장 관련 자료, 신체감정 결과, 사고 경위에 관한 증언 등을 종합한 결과 시설 관리상의 하자가 존재한다는 점이 인정되었고, 따라서 피고가 법적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는 시설 관리자에게는 이용자가 안전하게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철저한 예방 조치와 구체적 관리의무가 부과되며, 이를 소홀히 할 경우 과실 유무와 관계없이 손해배상책임을 진다는 우리 법원의 일관된 태도를 재확인한 것이라 할 수 있다.
3. 손해배상의 범위와 과실상계
법원은 손해액을 산정함에 있어 세부 항목을 구체적으로 구분하였다. 먼저 일실수입에 관하여는 원고가 사고로 인해 2년 동안 32%의 노동능력을 상실하였다고 인정한 후, 대법원 판례가 제시한 도시일용노임을 기준으로 만 65세까지의 기간을 산정하여 약 2,583만 원으로 계산하였다. 이어서 기왕치료비로는 입원비, 약제비, 재활치료비 등 실제로 지출된 비용을 근거로 약 239만 원을 인정하였고, 개호비에 대하여는 사고 직후 4주간 보호자의 일반적인 개호가 필요하다는 신체감정 결과에 따라 약 430만 원을 산정하였다. 또한 흉요추 보조기 구입에 소요된 비용 36만 원 역시 손해 항목으로 인정하였다. 이들 항목을 모두 합산하면 약 3,289만 원이 되었으나, 법원은 원고 역시 워터 슬라이드 이용 과정에서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과실비율을 30%로 정하여 손해배상액을 제한하였다. 따라서 피고가 부담할 재산상 손해배상액은 전체 손해액의 70%에 해당하는 약 2,302만 원으로 줄어들었다. 여기에 더해 법원은 원고의 연령, 사고 발생 경위, 부상 정도와 치료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끝에 위자료 500만 원을 인정하였고, 최종적으로 피고가 지급해야 할 손해배상액은 재산상 손해액과 위자료를 합산한 약 2,802만 원으로 확정되었다.
4. 법원의 판단 근거
이번 판결에서 주목할 점은 법원이 피해자 보호의 필요성과 이용자의 자기 책임을 균형 있게 고려하였다는 것이다. 법원은 원고가 심각한 부상을 입은 점을 인정하면서도, 모든 책임을 피고에게 전가하지 않고 원고가 안전수칙 준수 등 최소한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과실상계를 적용하여 피고의 책임을 70%로 제한하였다. 또한 손해배상액 산정에 있어 단순한 추정이나 임의적 판단이 아니라 대법원 판례가 제시한 도시일용노임 기준과 신체감정 결과에 따른 노동능력 상실률을 적용함으로써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산정 방식을 따랐다. 아울러 법원은 지연손해금의 이율에 관하여도 민법상 연 5%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상 연 12%를 구분하여 적용하였는데, 이는 피해자에게 적절한 보상을 보장하는 동시에 분쟁의 신속한 종결을 촉진하기 위한 입법 취지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5. 사회적 의미 ― 안전 관리의무와 이용자 책임
이번 판결은 단순히 한 개인과 학교법인 사이의 손해배상 문제를 넘어서서, 다중이용시설의 안전 관리의무와 이용자의 자기책임이라는 두 가지 사회적 메시지를 던진다. 첫째, 다중이용시설의 설치·운영자는 이용자가 안심하고 시설을 사용할 수 있도록 철저한 예방 조치를 취해야 하며, 이는 비영리 목적의 교육기관이라고 하더라도 결코 면제될 수 없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둘째, 이용자 역시 시설을 사용할 때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준수할 의무가 있으며, 이를 소홀히 한 경우 손해 발생에 일정한 책임을 부담하게 된다는 점이 드러났다. 이 판결은 시설 운영자와 이용자 모두가 공동으로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는 원칙을 다시금 강조한 사례라 할 수 있다.
6. 결론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선고한 본 판결은 공작물 점유자 책임의 법리를 명확히 적용하여 시설 관리자에게 강화된 안전 관리의무를 확인하는 한편, 손해배상액 산정 과정에서 피해자의 과실을 반영하여 균형 잡힌 결론을 도출한 사례로서 의의가 있다. 법원은 원고의 피해를 구체적으로 인정하여 실질적 구제를 도모하면서도, 이용자 스스로도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주의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고, 이로써 다중이용시설의 안전 관리체계와 법적 책임 구조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하였다. 궁극적으로 이번 판결이 담고 있는 메시지는 **“안전은 시설 운영자와 이용자 모두가 함께 책임져야 하는 공동의 과제”**라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앞으로 유사한 사고의 발생을 예방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줄이는 데 중요한 지침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