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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지령 Jan 25. 2024

돈에 휘둘리지 않는 마음

돈의 가치

보름아. 오늘은 너에게 너무 고마워서 이렇게 편지를 써. 해주고 싶은 말도 있고. 말로 하면 잔소리가 되지만 글로 쓰면 서로의 마음을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되는 마법이 생기거든.


신발 뒤축에 달라붙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껌딱지처럼 언제나고 나에게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을 줄 알았는데 너는 이제 엄마보다 친구와 다니는 것이 더 좋은 나이가 되었다는 걸 실감한단다.

방과 후, 친구와 다니니 용돈이 있는 친구들이 너에게 간식을 사주었지. 며칠을 얻어먹기만 했길래 너도 사주라고 만원을 주었더니 친구도 사주고, 뽑기도 하고 홀랑 만원을 다 쓰고 왔길래 “뭐 했니? 어디다 썼니?” 채근하게 되더라.

이런 대화법은 서로에게 오해만 만들 뿐 이해가 없는 질책이 싫어 너와 이야기 나누어 일주일에 삼천 원씩 용돈을 주기로 했지.


엄마는 너에게 돈을 줬으면, 그 돈은 내 손을 벗어난 너의 돈이니 돈의 쓰임에 대해서는 묻지 않으리라 다짐했어. 물론 삼천 원을 일주일도 안 돼서 다 쓰면 더 줄 수는 없다는 규칙도 덧붙였고. 자신의 돈에 자율성과 책임을 배우게 하고 싶었던 거야. 너는 다 쓰면 더는 달라고는 안 했지만 용돈을 받으면 하루 만에 돈을 다 쓰는 것 같았어. 월요일이 되면 용돈 달라는 말을 잊지 않았으니까. 엄마는 스멀스멀 걱정이 올라왔어.

‘쟤가 매일 뽑기 하고 사 먹느라 매주 돈을 다 쓰네. 돈 버는 것이 힘든 줄도 모른 채로 저렇게 놔둬도 되는 걸까.’ 생각했지만 지켜보기로 했어.


그러던 어느 날 너는 수줍게 엄마에게 팝잇 필통을 건네었어. 알록달록 파스텔톤이 사랑스러운 필통이었어. 엄마는 “보름아, 이거 엄마 주는 거야?” 뜻밖의 선물에 놀라 물었지.

“응, 이거 엄마 선물. 오늘 엄마 생일이잖아. 내가 그동안 엄마 몰래 내 용돈 모아서 엄마 필통 샀어. 엄마 글 쓰니까 필통 필요하잖아. 글 쓰다가 안 써져서 스트레스받으면 팝잇도 눌러봐. 내가 써보니까 팝잇을 누르면 스트레스가 좀 풀어지더라.”

해맑게 웃으며 설명을 더해 건네는 너의 선물에 엄마는 필통을 품에 안고 너를 꼭 껴안아 주었어.


그제서야  용돈받는 날이 되면 기를쓰고 용돈 달라던 너의 모습이  떠올랐지. 너는 돈을 모으고 있었던거야...

자신만의 쓸 수 있는 돈이 생기니, 너는 타인을 위해 쓰고 싶다는 마음을 가질 줄도 알더구나.

돈이 나만을 위한 소비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한 마음이 깃들 때 돈은 단지 쓰고 없어지는 “소비” 가 아니라 내 마음을 담은 “마음”이 되기도 한다는걸 너는 설명하지 않아도 체득하고 있었어.

 엄마는 믿기로 했지. 너는 자신만의 자유로운 돈으로 누군가를 위해 쓸 줄도 아는 “돈의 가치”를 배워 나갈 것이라는 걸.

엄마는 이제 네가 뽑기 하는데 돈을 다 써 버린 대도 미소 지을 수 있을 것 같아.


이쯤에서 엄마가 너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돈에 휘둘리지 않는 마음”에 대한 거야.

 돈은 살아가는데 너무 거대한 물질이라 엄마도 실은 뭐라고 명확하게 얘기해 줄 자신은 없어. 엄마는 언제부턴가 명품백에 관심이 없어졌어. 그 돈으로 책을 사게 되더라. 근데 가방이나 옷을 살 때보다 책을 사는 게 더 행복하더라고.

돈으로 꼭 보여지는 뭔가를 위해 쓸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닫게 됐을때 엄마는 돈에서 좀 더 자유로운 마음이 되었던 것 같아. 만족하는 마음이 되었다고 할까. 돈이 많으면 편리할 수는 있지만 모든 행복이 돈에서 이루어지는 건 아니거든.

돈이 많은 사람들도 불행한 모습들이 그걸 증명하고 있어. 그렇게 보면 돈이라는 것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것이기 때문에 얼마가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가 얼마나 만족하는 것인가의 문제인 것 같아. 그렇기에 엄마는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만족하는 마음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 그러려면 내가 정말 어떤 것에 돈을 쓸 때 행복한지를 알아야 하는 거고.

모든 경험에는 시행착오도 겪겠지만 보름이는 분명 그 가치들을 배워나갈 거야.

보름이가 가끔 친구들에게 간식도 사주고 할 때, 엄마는 그 모습이 정말 예뻤어.

삶을 살아가는데 돈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못하겠지만 너도 잘 아는 동화 속 스쿠루지 할아버지처럼 돈이 목적이 되는 삶을 살아가지는 않았으면 좋겠어.


돈을 모아 엄마에게 사준 귀여운 필통은 엄마가 평생 간직할게. 팝잇도 눌러가며 스트레스도 풀고 평생 그렇게 글을 쓰는 사람이 될게. 고마워


2023. 09.01

돈의 진정한 가치를 아는 사람으로 자라기를...


너를 사랑하는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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