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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

by 혜윰


유난히 크고 까만 새 한 마리가 인도에 내려앉았다. 까악, 까악 울음소리를 내며. 순간 무서웠다. 까마귀가 햇빛에 반짝이는 사람의 머리를 쪼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뒤로 그 울음이 더 날카롭게 느껴졌다. 까마귀는 대체 그 반짝임을 무엇으로 착각했던 걸까. 까만 새를 피해 걸음을 서둘렀다.


집에 돌아와 찾아보니 까마귀는 반짝이는 걸 모으는 습성이 있다고 했다. 그것은 먹이를 찾는 시각적 본능에 가까운 것이라고. 사람의 머리도 한순간에 먹이로 인식될 수 있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두려웠다.


같은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은 사람이나 지역 혹은 나라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흉조로 여기는 까마귀를 어떤 나라에서는 길조로 받아들이듯이. 그 차이는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같은 사물을 다르게 보고, 같은 사람을 다르게 느끼는 일.


그에게 그녀는 왜 한때 좋은 사람이었다가 더는 함께 할 수 없는 사람이 된 건지. 마음이 변하는 건 계절의 변화에 따라 나뭇잎 색이 바뀌듯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계절의 변화에 인간이 적응해가듯 그녀도 한동안 마음을 앓았고 이제 서서히 새로운 계절을 받아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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