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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윰 Oct 27. 2024

당신이 마음에 들어온 날


당신이 내 맘에 들어왔다. 눈부셔 올곧이 쳐다보기도 힘든 당신을 왜 좋아하게 된 걸까.  

   

2년 반쯤 전, 친구와 강화도로 여행을 갔다. 첫날, 오전 일정을 알차게 마무리한 우리는 늦은 점심을 먹었다. 소화할 겸 전등사를 둘러보고 지인이 추천한 정족산에 올랐다. 초행길이라 낯설었지만, 앞서간 사람들의 걸음걸음으로 만들어진 좁다란 길을 발밤발밤 더듬어 올라갔다. 숲길은 둘만의 공간이었다. 고즈넉한 길에는 퍼르퍼르 흩날리는 새소리와 두런두런 나누는 이야기 소리, 길의 낯섦과 발의 헛디딤에서 발화한 웃음소리가 굴러다녔다. 서로 끌고 밀어주며 다다른 산마루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니 눈부신 당신이 거기 있었다.     

 

날 끌어당기는 당신을 카메라에 담고 싶었다. 스마트폰을 들고 당신에게 초점을 맞추려 했지만, 당신이 뿜어내는 강렬한 빛에 눈을 뜰 수 없었다. 하지만 담고 싶은 마음을 멈출 수 없었다. 다시 스마트폰을 들었다. 대략 위치를 가늠하고 눈을 감은 채 셔터를 눌렀다. 당신이 내 마음에 응답한 걸까. 사진 속에는 당신이 선연하게 담겨 있었다. 눈을 뜨고는 제대로 볼 수 없었던 당신이 눈을 감았을 때야 비로소 내게 온전한 얼굴을 보여준 것이다. 한순간에 소유한 그 사진 하나가 나를 사로잡았다. 당신을 향한 흠모는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당신은 늘 그 자리에 있었는데 왜 그제야 내 마음에 들어온 걸까. 그때는 온 세계를 덮친 코로나 바이러스로 사람과의 만남이 ‘일시정지’된 퍽퍽한 삶의 길을 막 통과한 시기였다. 둘째의 입시로 전전긍긍했던 마음에서 해방된 기분도 거들었다. 거기에 책을 내기 위해 자진해서 좁은 공간에 파묻혀 글을 파던 시간이 덧대어졌다. 자의 타의로 갇혀 지내던 공간에서 벗어나 온몸으로 당신을 만났을 때, 아늑한 봄날에 깃든 살가운 자유를 경험했다. 친구와 둘만 있는 산마루터기에서 환하게 어루만지는 당신의 손길이 내게 위로처럼 느껴졌다.    

  

이후로 어디를 가든 풍경 사진을 찍을 때면 당신을 찾아내 기어이 카메라에 담았다. 한 프레임에 당신이 들어가야 비로소 풍경이 빛을 내고 완성되는 느낌이 들었다. 풍경처럼 내 삶의 장면 장면에도 당신이 필요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종종 들이치는 삶의 불안과 부정적인 생각에서 오는 어둠의 물기를 당신이 말려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당신은 내게 그 자체로 빛이고 희망이고 치유고 온기니까.  

    

오늘은 친구와 양재 시민의 숲을 두서없이 걸었다. 걷다 무심코 하늘을 올려다보니 나를 지켜보는 당신이 있었다. 내가 어딜 가든 당신은 늘 그 자리에 있다. 담고 싶고 닮고 싶은 마음에 또다시 카메라를 들이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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