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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으로 Nov 28. 2022

최선을 다하지 않는 느낌

그 느낌에 반하다.

 며칠 전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한마디가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최선을 다하지 않는 그 느낌에 반했다.'


 격한 공감의 순간이었다. 약 3년간 어려움의 시간을 겪으면서 깨달은, 내가 살고자 하는 방향성과 일치하고 또한 이토록 유려하고 세련되게 표현해낼 수 있을까 하는 감탄 때문이었다. 


 우리는 항상 최선을 다하라고 배운다.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나쁜 것이고 그렇게 사는 삶의 방향성은 틀렸다고 말한다. 최선을 다해 살면 무엇이 좋을까? 우선 하고자 하는 것을 이룰 확률이 높아지고, 허탈한 후회의 순간들이 멀어지며 스스로 잘하고 있다는 만족감 등 나열하자면 얻는 것이 잃는 것보다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 맞다고 가르치는데도 왜 그 반대의 말에 환희로 격앙되었을까. 그 이유는, 최선을 다하는 삶이 나를 완벽주의자로 만들기 때문이다. 완벽이란 게 있을까? 정확히 100점짜리 인생이 있을까? 없다고 본다. 없지만 좇는다. 최선을 다해. 그렇지만 닿을 수 없다. 자책이 이어지고 좌절감이 든다. 무력감이 들고 끝끝내 못난이처럼 만들어버린 내 자아는 나 스스로를 아프고 곪게 한다. 극단적인 경우 파멸한다.


 그저 개인적인 인생사지만 3년 전까지 나는 그렇게 살았다. 100점이 있는 줄 알고, 100점에 도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서. 지금 남은 것은? 공황장애와 우울증. 하지만 오히려 좋다. 나는 이제 최선을 다하지 않고 살아도 꽤 괜찮다는 것을 아니까. '이만하면 됐지. 충분히 잘했고 잘하고 있어.'라고 나 스스로를 위로하고 격려할 줄 아니까. 물론 최선을 다하는 삶 보다 화려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뭐 어떤가. 사람들은 생각보다 매우 타인에게 관심이 없다. 혹독하게 나를 채찍질하는 삶보다는 따듯하게 나를 보듬는 삶이 더 이상적이지 않은가? 최선을 다하지 않아도 삶은 굴러간다. 의외로 괜찮게. 그 여유와 부드러운 느낌에 반했다. 


 최선을 다하지 않는 그 느낌. 짜릿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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