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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바다섬 Jun 18. 2023

[교단일기] 동료장학

'내일이 동료장학이라니......'


월요일을 앞둔 내 마음에 소리가 울린다. 사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동료장학을 하기가 싫다.

학교마다 경력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초등학교에서는 매해 동료장학이라는 공개수업을 한다. 동료 선생님들과 교감, 교장 선생님께서 수업을 보러 오신다. 공개수업을 위해 수업과정안(수업의 의도와 흐름이 담긴 계획서)을 작성해서 제출하고, 수업 후에는 선생님들과 모여 수업협의를 한다. 수업의 전문성을 높이고 수업에 대해 함께 연구하고 실행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고, 그동안 나의 수업에 대해 점검하고 성찰하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평소에 아이들의 반응과 상태에 따라 활동이 그때그때 달라지는 수업을 주로 했지만 동료장학만큼은 그러기가 쉽지 않아 부담스러운 시간이기도 하다.


저경력 때에는 동료장학을 통해 선배 선생님들의 과정안을 받아서 그대로 수업을 하려고도 했다. 또 선배 선생님들의 멋진 능력을 본받아 따라 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이제까지 다양한 공개수업들을 참관해 보니 선생님마다 수업스타일, 반 아이들의 특성, 수업환경이 모두 달랐다. 수업을 둘러싼 너무나도 다양한 변수들이 있기에 같은 수업과정안을 가지고 똑같은 수업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교사 각자가 가지고 있는 능력과 자원이 달라서 따라 하고 싶어도 스스로에게 맞지 않는 경우도 생기곤 했다. 아이들 각자가 다른 것처럼 선생님도 각자가 달랐다. 결국 선생님도 하나의 우수한 모습이 있는 것이 아니라 각자 모습에 맞게 성장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동료장학을 보며 선생님마다 수업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 무엇인지 이해하려 노력하고 있다. 교사는 이미 수업의 전문가이기에 이 수업이 좋은 수업인지 실패한 수업인지를 따지기보다는 교사마다 중요하게 여기는 철학이 어떻게 수업에 들어가 있는지 찾는 게 내게는 더 흥미롭다. 더 어려운 문제에 함께 도전하는 수업을 하는 선생님, 왁자지껄 웃음이 넘치는 수업을 하는 선생님, 친구들과 서로 도와야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과제를 구성한 선생님 등 선생님들 모두 각자 수업과 교육의 길잡이로 삼는 목표를 가지고 계신다. 나는 선생님들이 바라보고 계신 그 길잡이별을 찾고, 그 선생님이 그 길을 찾아가는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서로가 서로의 모습에서 한 걸음씩 나아가는 이야기를 듣고 응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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