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쌤! 진짜 죽을 것 같아요. 우리 그냥 빨리 들어가면 안 돼요?"
급식실로 점심 먹으러 가기 위해 줄을 서는 동안 여기저기에서 불만과 짜증 섞인 소리가 터져 나왔다. 나도 덥고 습해서 힘든 건 마찬가지이지만 모두가 줄을 서야 출발하는 것이 우리반 규칙이니 어쩔 수 없다. 그렇게 아직 오지 않은 아이들을 기다리며 타들어가고 있었다.
"쌤! 여기 지렁이 죽어가요!"
맨 뒷줄에 있는 도희가 바닥에 지렁이를 발견하고 외쳤다. 동식물이라면 눈이 커지는 우리반 아이들은 일제히 도희가 가리키는 곳으로 몰려들었다.
"지렁이 타죽어 가나 봐. 얼른 물!!"
지렁이의 상태를 살피던 도윤이의 말에 아이들이 후다닥 화장실로 뛰어갔다. 그러고는 물을 적신 휴지를 가져와 지렁이에게 물방울 떨어트려줬다. 지렁이는 물에 반응해서 이리저리 살려달라고 꿈틀거렸다.
"아직 안 죽었나 봐. 다행이다."
" 화단으로 다시 넣어주자."
"물도 더 가져올게. 기다려!"
급식실로 얼른 가자고 찡찡대던 애기들은 사라지고 늠름한 지렁이 구조대들만 남았다. 지렁이를 화단 그늘진 곳으로 옮기고 물도 촉촉이 주었다. 남자아이들은 지렁이가 흙 속으로 들어가는 동안 개미들을 막아준다고 지렁이 주변까지 수색한다. 그렇게 아이들은 가장 나중에 온 친구가 오기 전까지 지렁이를 돌봐주었다.
이마에 땀방울이 더 송골송골 맺혔지만 뿌듯함은 얼굴에 더 맺힌 채 아이들은 맛있는 점심을 먹으러 갔다. 아이들의 발걸음도, 내 발걸음도 더 시원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