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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ce near Water Mar 25. 2024

색깔을 따라가라

나는 색깔에 민감하다.  필을 받는 색을 보면 정신 차릴 수 없이 빠져들고, 주변 모든 것을 블랙아웃시키고 그 색에 완전히 매료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색깔은 씨폼 그린 (seafoam green), 해저 녹색이다.  


집에 이 색깔의 물건들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냉장고, 쿠션, 램프, 등등.  


남편의 눈 색깔과도 비슷하다.  그래서 빠져들었다. 





주말에 까페에서 피스타치오 라즈베리 치즈케잌을 봤다.  정확히 씨폼그린은 아니지만, 이 케잌을 보고 정신을 못 차렸다.  정확히 케잌이 먹고 싶었던 거라기보다는 색에 매료되어 케잌의 맛이 궁금해진거였다.  그러나, 아침을 먹기 위해 까페에 온 거라 아침부터 케잌을 먹기는 좀 그래서 일단 사진만 찍어두었다.  사진을 보며 혼자 감탄했다. 



그다음 날 아침, 명상을 하는데 이 케잌이 내 머릿속에 선명하게 그려졌다.  그리고 연이어 아카식 레코드 리딩을 받을 때 내 스피릿가이드들이 리더를 통해 해준 말이 갑자기 기억났다. 


내가 리더에게 한 질문은 "내 스피릿가이드 (영혼 안내자)들이 나와 어떻게 소통을 하나요"였다. 


우리는 당신의 생각을 통해서 당신과 소통합니다.  그리고 색깔을 통해서도 당신과 소통합니다.  당신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색상을 따라가세요.  주의를 끄는 색상을 따라가다 보면 그와 연관되어 문구나 단어로 연결될 거예요. 당신의 관심은 색상을 일단 끌린 후 단어로 이어질 것입니다.  어느 색깔에 갑자기 관심이 간다면 그 색상을 따라가세요.  그리고 그다음에 주의를 환기시키는 단어들이나 문구들에 주의하세요. 


이 메시지를 갑자기 기억해 낸 후, 다시 까페에 가서 그 케잌을 먹어봐야겠다 싶어 그다음 날 까페에 다시 찾아 갔다.  케잌이 다 팔렸다.  


오늘, 혹시나 해서 까페에 또 다시 갔다.  없었다.  실망이었다.  오늘따라 휴가를 낸 남편이 점원에게 친절하게도 대신 물어봐줬다.  "피스타치오 치즈케잌 더 안 파나요?"  점원이 잘 모르겠다고 그랬다.  그때, 그 까페의 베이커가 짜잔 하고 아래층에서 올라왔다.  점원은 베이커가 올라왔으니 한 번 물어보겠다고 했다.  베이커는 "지금 그 케잌 만들고 있어요.  십분에서 십오분 정도 더 걸릴 거예요."라고 했다.  행운이었다!


음료를 시키고 앉아서 기다렸다.  이제 갓 만든 케잌이 짜잔! 하고 등장했다. 



오늘따라 커피대신 케이크 색과 어울리는 말차라떼를 시키고 싶었다.  



케잌을 먹기에는 좀 이른 시간이긴 했지만, 한 입을 베었을 때 피스타치오와 라즈베리의 오묘한 조합이 나의 기분을 하늘로 쭈욱 끌어올렸다.  씁쓸한 풀의 맛이 나는 말차라떼는 케잌의 단 맛을 멋지게 중화시켰다. 


이렇게 하여 내가 주말 동안 끌렸던 색깔을 먹고 마시면서 설명할 수 없는 깊은 만족감을 느꼈다.  


아카식 레코드에서 받은 메시지를 상기하며 색깔을 따라간 결과 떠오른 단어나 문구가 있었나 집에 와서 생각해 봤다.  딱히 떠오르는 단어가 없었다.  그래서 브런치에 이 글을 올리기로 했다.  글을 쓰다 보면 떠오르지 않을까 해서.  


글을 쓰다 보니 이 경험을 통해 떠오른 생각들이 생겼다.  


싱크로니시티 - 우리가 까페에 도착한 직후 바로 케잌이 완성되어 나온 것은 싱크로니시티였다.  싱크로니시티는 스피릿가이드들이 우리와 소통하는 방식 중 하나이다.  싱크로니시티를 자주 경험한다면 그것은 우리가 제대로 가고 있다는 신호이다.  


행복은 정말 작은 데에 있는 거 맞다 - 그리고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내가 끌리는 것을 따라갔을 때 거기서 오는 만족감은 중요하다.  세로토닌을 마구마구 분비시킨다.  그렇게 건강해 보이지 않은 음식도 내가 행복감을 느끼며 적당히 가끔씩 먹어주면 행복 호르몬이 분비되어 내 몸 안에서 먹은 음식이 잘 흡수 및 배출되는 조화로운 반응을 돕는다고 한다.  나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는 것은 그 어떤 가시적인 성과와 연결될 필요가 없다.  아니, 성과에 대한 강박관념을 놓아버려라.  우리는 성과를 내기 위해 이곳에 오지 않았다.  우리의 가치를 잊어버리지 말자.  우리의 주권을 생산을 강요한는 사회체제에 내맡기지 말자.  우리는 우리가 내는 성과와 상관없이 신성하고 가치 있고 여기 있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존재이다.  우리는 경험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성과를 내는데에 집중하기 보다는 경험을 하는데에 집중하라.  경험해보고 싶은 크고 작은 것 모두 경험하라.  가장 행복한 인생은, 내가 얼마나 많은 성과를 냈느냐에 있지 않다. 반대로, 내가 얼마나 많은 행복한 순간들을 경험했느냐에 있다.  


그러므로, 쉬어라. 즐겨라.  하루 중에서 어떻게 더 쉴 수 있을지 생각하라.  내 핸드폰에서 어떤 앱을 지워야 내가 더 쉴 수 있을지 생각하라.  내 스케줄에서 무엇이 불필요한지 생각하라.  나의 할일 목록에서 무엇을 뺄 수 있을지 생각하라.  만나기 싫은 사람을 억지로 만나지 마라.  그 사람이 만나기 싫은 데는 이유가 있다.  그 이유가 지금은 명확하지 않더라도 느낌이 말해준다면 존중하라.  느낌을 억누르고 나가서 기분을 더 망치지 말아라.  그리고 대신 그 시간에 좋아하는 것을 하며 쉬어라.  쉼은 우리의 신성한 존엄성을 되찾는데 꼭 필요한 것이다.  쉼을 통해 얻게되는 활력은 근원 에너지와 연결된 신성한 활력이다.  그 활력으로 좋아하는 것을 하라.  나에게 의미없는 것들에 그 활력을 쏟아붓지 마라.  인생은 정말 짧다.  우주는 빵부스러기로 우리를 우리의 최고의 길로 유인한다.  빵부스러기들을 믿고 따르라.  "성과"에서 자유로워져라. 


가볍게 케잌으로 시작한 글이 본의 아니게 조금 무겁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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