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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땅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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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andering Sadhvi Jul 07. 2024

새들의 어머니 올드소울

2년 전일이다.


집 근처 공원을 산책하고 있었다.  공원 안에 꽤 큰 연못이 있다.  새들이 즐겨 찾는 연못이다.  연못 옆으로 지나가는데 어디서 그렇게 많이 모였는지 온갖 종류의 각종 새들이 흙길의 한 좁은 지점에 모여 각종 불협화음의 새소리 콘서트를 벌이고 있었다.  


거위와 오리는 서로 다른 높고 낮은음으로 꽥꽥, 까마귀들은 까옥까옥, 까치들은 까까, 갈매기들은 끼룩끼룩, 참새들은 짹짹, 비둘기들은 구구구구.  두루미처럼 생긴 새들도 두세 마리 있었다.  모두 한 지점에 그렇게 모여있었다.  일부는 땅에, 일부는 연못에, 일부는 공중에서 그 자리를 맴돌며 날고 있었고, 비둘기들은 바로 옆 나무에 일열로 나란히 앉아있었다.  정말 장관이었다.  태어나서 그런 광경은 처음이었다.  


새들이 왜 이렇게 흥분을 했을까 하며 그 황홀경 속에서 핸드폰을 꺼내 영상 촬영을 했다.  (안타깝게도 그 영상은 이후 지우게 되었다 ㅠㅠ).   한참 이 신기한 광경을 찍고 있는데 어느 6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아주 큰 빵빵한 슈퍼비닐백을 들고 나타나셨다.  아주머니가 비닐백에서 새들 먹을거리를 꺼내 새들에게 먹였다.


이후 이 지점을 걸으며 이 광경을 몇 번 더 목격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오후 세시 정도에 그 지점을 지나면 영락없이 그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매일 오시는 것 같았다. 시간을 보면 항상 3시 조금 지난 시간이었다.  


처음 그 광경을 본 이후 2년 정도의 시간이 지난 오늘.  점심을 많이 먹고 배불러서 오후에 걸으러 나가게 되었다.  2시 반에 집에서 나갔는데 그 분이 생각나서 혹시 주말에도 오시나 반신반의하며 오늘은 작정하고 그 지점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3시가 되었는데 안 나타나셨다.  그런데 세시에 나만 그분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위를 올려다보니 비둘기 들도 이미 나무 위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고, 거위와 오리 떼들은 연못 반대쪽에서 그 지점으로 성급하게 헤엄치며 오고 있었다.  시계도 없는데 새들은 언제 와야 할지를 정확히 아는 듯했다.  그런데 세시가 넘었는데 아주머니가 안 나타나셨다.  그래서 새들에게 "오늘은 안 오시나 보다."라고 혼잣 말고 그러고 계속 걸으려는데 노란색의 빵빵한 슈퍼비닐백을 든 아주머니가 멀리서 오시는게 보였다.  새들은 또 흥분을 하여 난리가 났다.  


아주머니는 노란 비닐백에서 시중에서 파는 두 종류의 새 모이를 꺼내셔서 새들에게 던져주었다.  그 다음에는 플라스틱 통 두통을 꺼내셨는데 그 안에 칼로 얌전하게 손질한 날생선살이 있었다.  그 날생선은 두루미에게 손으로 직접 먹이셨다.  두루미는 생선을 꿀꺽 꿀꺽 잘도 받아먹었다.  그리고 호밀빵 한 줄은 조금씩 뜯어 거위 떼에게 먹이셨다.  완전 새들의 향연이었다. 새의 종류별로 먹이를 다르게 갖고 오시는 정성과 사랑이 감동적이었다.  집에서 먹다 남은 빵조각을 가져오시는 게 아니었다.  완전 뷔페를 차려 오시는 것이었다.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주말에도.  


그런데 신기한 것은 어떻게 아주머니가 나타나기도 전에 새들은 미리 알고 이 자리에 항상 같은 시간에 모이 것이었을까.  하늘을 날면서 멀찌감치에서 아주머니가 오시는 것을 미리 보고 오는 것일까 아니면 시간을 느끼고 감지하는 것일까.  어쨌든 확실한 것은 새들이 이 아주머니를 알고 알아본다는 것이다.   새들은 먹이를 주는 이 분을 멀리서부터 알아보고 그분이 올 때가 되면 어떻게 모두들 시간을 알고 그 자리에 모인다.  감격이었다.   


이 광경은 신성했다.  감동의 물결로 요동치는 가슴으로 한동안 넋놓고 바라보았다.  이분에게 새들의 어머니라는 별명을 내 마음속으로 드렸다.  이분은 올드소울 (진화한 영혼) 임에 틀림없다.  


엄마 오신다 빨리 가자 - 연못 반대편에서 성급히 헤엄쳐 오고 있는 거위 및 오리들


거위 새끼들도 합류


두루미도 기다리고 있음
엄마가 먹을 것을 더 꺼내오시는 사이 대기
차례 기다리는 두루미
안 보시는 와중에 몰래 빨리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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