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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andering Sadhvi Dec 21. 2024

신발 꿈   


꿈은 저 너머에서 나에게 주는 신호라고 한다. 


일상적이지 않은 꿈을 꾸면 그 의미를 알아보기 위해 꿈해몽 사이트를 찾게 되지만, 이런 일반적인 해몽은 참조만 할 뿐, 본인이 꾼 꿈의 진정한 의미는 누구보다도 본인이 그 해답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젯밤 꿈, 가족과 스페인 여행 중이었다.  어디 실내로 들어가는데 신발을 벗어놓고 들어가야 했다.  한국도 아니고 스페인에서 실내로 들어가기 위해 신발을 벗어야 한다니 역시 꿈에서나 있을 일이다.  


볼일을 다 보고 밖으로 나가려는데 출입구에 내 신발이 보이지 않았다.  스페인이 요즘 경기가 안 좋아서 신발 도둑이 많다고, 그렇기 때문에 신발을 벗어서 함부로 밖에다 놓으면 안 된다고 누군가가 해준 말이 생각났다. (실제로 그런지는 모르지만)


너무 마음에 드는 새로 산 신발이어서 없어진 것을 보고 당황을 했고,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여기저기 조급하게 찾기 시작했다.  꿈속의 신발은 내가 실제로 소유하고 있는 신발이 아니다.  어디서 본 적이 있는 신발도 아니다.  그런데 그 색깔 배합이나 모양, 재질까지도 너무나 뚜렷했다.  심지어 브랜드도 퓨마였다. 여러 색깔이 배합된 컬러풀한 스웨이드 운동화였다.  혹시 그렇게 생긴 신발이 실제로 있을까 해서 인터넷에 검색해 봤더니 비슷한 퓨마 운동화를 발견했다. (사진에 있는 운동화)


여기저기 찾고 있는데 내 것처럼 보이는 운동화가 보였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너무 더럽고 낡아서 내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다.  그 주변에 또 똑같이 생긴 운동화가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사이즈가 훨씬 커서 내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또 확인했다.  그러고 나서 보였다.  어느 작은 탁자 밑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깨끗한 내 운동화를! 내 운동화를 발견하자마자 잠에서 깼다. 


꿈해몽 사이트를 찾아보니 신발을 잃어버리는 것은 흉몽인데 잃어버린 신발을 찾는 것은 길몽이라고 나왔다. 


신발은 나의 정체성을 상징한다고 한다.  


꿈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봤다.  저 너머에서 나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려고 한 것일까.  


나의 정체성의 중요한 일부였던 그 뭔가를 잃어버리고, 나에게 맞는 것을 이리저리 찾아보고, 내 것일 것 같은 것들을 시도해 보다가 아닌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고, 결국에는 내 본래의 정체성으로 돌아가는 것을 암시하는 꿈이었을까.    


안 그래도 요즘, 몇 년 전 휴직을 한 직장으로의 복귀를 놓고 이래 저래 고민이 많은데 그 직장은 내가 돌아가야 할 곳인가.  내가 찾고 있는 잃어버린 신발인가.  아니면 내 것처럼 보였던 낡고 더러워진 그 신발일까, 아니면 사이즈가 안 맞는 그 신발일까.  


잘 모르겠다. 


두고 볼 일이다. 


저 너머에서 나에게 보내어진 상징적인 메시지에 일단은 감사하고 나에게 맞는 나를 위한 신발을 계속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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