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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섬 11시간전

조토, 르네상스보다 더 인간적인...

에필로그

 

한동안 이탈리아 중북부에 머물면서 화려한 르네상스 예술을 두루 접하는 귀한 시간이 있었습니다. 로마에서 밀라노까지 마음에 품고 있던 거장들의 작품들을 찾아다니며, 책으로만 접하던 예술품을 실제 마주한 감상은 한두 마디의 말로는 형언할 수 없는 각별함이었습니다.


숨 막히게 아름다운 작품들의 향연에 아찔한 현기증을 느낄 무렵, 파도바(Padova)에서 만난 조토의 프레스코화는 빙하수 같은 청량함으로 저의 숨통을 탁 트이게 하였습니다. 투박한 듯 세련되고, 강한 듯 섬세한 그림들이 자분자분 저마다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리고  감흥은 고즈넉한 아시시(Assisi)로  이어졌습니다.


조토의 그림 속에는 실경()을 토대로 한 배경이 등장합니다. 또한 인물들의 옆모습과 뒷모습을 통해 공간을 만들고, 깊이를 러내는 음영을 넣어 부피감을 주었습니다. 바람결에 일렁이는 옷자락과 감정선을 전하는  표정과 몸짓은 생생함과 역동성을 부여합니다. 이 모든 것들은 조토 이전의 그림에서는 볼 수 없었던 것으로, 그림이 전하는 이야기에 집중하도록 관람자를 이끕니다.


조토의 그림들은, 단지 르네상스의 시조(祖)라는 칭호로 묶어두기에는 그림이 지닌 에너지와 그 에너지가 불러일으키는 감흥이 너무나 큽니다. 이러한 걸작을 부족한 글로나마 여러분께 소개하고 또 함께 그림을 감상할 수 있어 참으로 기뻤습니다. 오래오래 그림을 들여다보다가 한구석에 조토가 숨겨놓은 이야기를 발견했을 때에는 아이처럼 환호를 하기도 했던 선물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부디 이 경이로운 그림들을 여러분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기를 고대합니다. 7개월이 넘는 시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연재를 한결같이 지켜봐 주신 여러분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   스크로베니 경당과 관련한 짧은 정보들을 모은 부록 편이 다음 주 일요일에 발행될 예정입니다. 방문을 계획하는 분들께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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