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께, 나에게
상실이 할퀴고 떠난 자리는 여전히 불비(不備), 불비 그리고 또 불비...
스스로를 채울 수 없는 날들이 켜켜이 포개어지고 아득히 메말라, 감출 수 없는 척추를 고스란히 드러낸 화석이 되었습니다. 파이고 뚫린 이곳저곳에 형인(刑人)의 표식을 손수 꿰맵니다. 10년 혹은 20년 후로 유예시켜 놓은 것들은 보이지 않는 도돌이표가 새겨진 듯 불구의 마음에 초연한 평행선을 그었습니다.
놓쳐버렸거나 혹은 놓아버린 나날들에 감히 용서와 화해를 청할 수는 없겠지만, 길게 드리운 일상의 그늘들을 이제는 곰곰이 살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부디 저의 그늘이 당신께 권태와 피로가 되지 않기를 소망하며 아주 가끔, 서툴고 느릴지라도 조금은 천천히... 그렇게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