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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돌민 Jan 06. 2022

나의 개들

  내 인생의 큰 조각들

30년~40년 이상 직립보행하고 있는 어느 현대인들과 마찬가지로 나 또한 인간관계에 대해 많이 담대해졌다. 근데 인간에 대한 실망과 혐오는 줄지가 않는다. 피해의식이 있나? 남들한테 열등감이 있나?

아니면 그냥 원래 인간을 싫어하던 성격이 사회로 나오면서 증폭이 되었나?

응? 그럼 인간관계에 대해 담대 해진 건 내 착각이고 그냥 폭좁게 염세적인 건가.  잘 모르겠다.

아무튼 나이가 들면서 시절 인연이란 말에 더 공감하고 밀물과 썰물 같은 인간관계에 대한 기대와 욕심이 줄긴 했다.


다만 내 인생에 머물다 간, 그리고 머물고 있는 동물들만 생각하면 늘 조바심이 난다. 개와 고양이의 평균수명을 이미 알고 있어서 그런가 보다. 짧은 시간 안에 사랑을 듬뿍 주고 떠나는 반려동물들은 마치 시절 인연이란 말을 미리 깨닫고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오픈북 같달까.


6살의 내가 기억하던 푸치의 모습





나의 푸치, 가족들이 개에 대한 어떤 지식도 없이 1990년에 주택에서 키웠던 내 첫 강아지. 아파트로 이사 가며 아빠가 시골로 보내버린 사납고 충성심 가득했던 거대한 전사 말티즈. 현생에서든 후생에서든 우리 가족은 네가 남은 생애 홀로 시골에서 느꼈던 그 슬픔과 외로움 고스란히 되돌려 받을 테지.





2007년도에 만난 나의 두 번째 개. 잦은 다툼과 서로 간의 실망과 증오로 가족해체 직전이었던 어느 여름날, 조상님이 보내셨는지(정말 그렇게 믿고 있음, 아빠 쪽일까 엄마 쪽일까?) 갑자기 집에 굴러들어 와 가족들을 재화합하게 해 준 4개월 허스키. 13년 동안 천하를 호령하다 2020년 추석 새벽 내 팔에 등을 붙이고서 길고 평화로운 잠에 빠져들었다. 나의 나이 든 세 번째, 네 번째 개는 현재 부모님 댁에서 평화로운 노후를 보내고 있는 중.







나의 다섯 번째 개. 부모님이 아닌 혼자 오롯이 결정하여 가족으로 맞이한 반려견. 길개출신 터프가이.

인간을 혐오하면서 인간이 필요한 외로운 쩌리를 위로해주는 유일한 영물이자 냄새가 참 꼬수운 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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