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춤의 경제학
잃어버린 제 사랑을 찾듯 더듬더듬 제 글을 찾아갑니다.
잠시 쉬운 길, 요령이라고 부르는 팁을 찾아 노하우를 찾아 헤맸습니다.
처음엔 몰랐지만, 되돌아 결국은 어긋났던 원점으로 다시 돌아와 보니 알겠습니다.
우리가 아는 세상의 제대로 된 것들은 요령으로 만들어지지 않았고,
만들 수도 없다는 사실을.
이제 강사라는 타이틀도 내려놓으려고요.
누굴 가르친다는 것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제 주제는 대신 "코치"나 "가이드"란 호칭이 더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주제 파악 제대로 했네요. 이번에.
요령 좀 부려보려다가 된통 당하고, 이제 제정신을 차렸습니다.
여러분도 원하는 것에 대해 주변에서 쉬운 방법이라고 제안되는 것들이 있다면,
다시 한번 의심해 보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이 미처 느끼지 못하는 아주 중요한 변수를 제안자가 의도적으로 감췄거나
제안자 역시 그 변수가 중요한지를 모를 확률이 높습니다.
나중에 후회하고 제 길을 찾아 서보면,
그 지점이 쉬운 길을 찾아 떠났던 그 원점이란 사실을 알게 될 겁니다.
잘못된 판단으로 한동안 우선순위를 뺏겼던 글쓰기를
다시 시작한다는 게 쉽진 않네요.
다행히 책은 손에서 놓지 않았고,
거의 습관처럼 해오던 글감 모으기와 메모를 하지 않았다는 걸 어제 알아챘습니다.
매일 밥 먹듯 습관처럼 하던 걸 안 한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게 신기하지만
아무튼 제가 정말 바보 같은 짓을 하고 있었습니다. 반성합니다.
그나마 이제라도 깨닫게 된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미뤘던 숙제를 하는 이른 아침이 참 부산스럽습니다.
나아지겠죠. 나아질 겁니다. 반드시.
피자 위에 올려진 죽 늘어나는 모차렐라 치즈처럼 의미 없이 나열된 에버노트 스택을 정리합니다.
모을 건 모으고, 쓰지 않는 것들은 과감히 백업 스택으로 던집니다.
진즉 이런 정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으면서도
늘 미련이 남고, 의미가 담긴 걸 잘 버리지 못하는 타고난 성격 탓에
쓰지 않으면서 의미만 남은 것들이 아주 많았습니다.
그래서 뭔가 늘 열심히 하고 나면, 제 주변에 뭐든지 많아져요.
온라인의 흔적과 오프라인의 물건들, 제 딴엔 의미 있는 것들이 자꾸 쌓이는 탓입니다.
그걸 오늘 과감히 정리했습니다.
그런데, 정리 과정을 진행하면서
조금 엉뚱하게도 머릿속에 자꾸 "완전 멈춤"이란 단어가 떠오르는 겁니다.
"뭐지? 왜~?"
이어서 든 생각,
'차로 오르막을 오를 때 완전히 멈췄다가 새로 출발하려 하면 조금 불안해진다.'
물론 좋은 차는 아니겠지만요.
하지만, 적당한 차들은 경사가 제법 되는 곳에서 완전히 멈췄다가 출발하면 차가 뒤로 밀립니다.
가끔 수동 차량은 시동이 꺼지는 경우도 있죠.
이걸 경험해 본 사람들은 경사진 곳에서 '완전 멈춤'을 하면 자꾸 뒤가 신경 쓰여요.
더욱이 뒤에 뒤에 비싼 차라도 바짝 서있으면, 슬슬 긴장감이 고조되곤 합니다.
그래서 오랜 시간 기다리는 상황이 아니면,
자주 습관처럼 엑셀레이터에 발을 살짝 올리고, 공회전(idle) 상태로 만들었다가
앞이 뚫리면 바로 액셀을 밟아 올라가곤 합니다..
요즘 제가 겪은 상황도 이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완전 멈춤',
이번에 제가 이걸 했다면, 이렇게 글을 다시 쓰고, 제자리로 돌아올 수 없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확신이 들어요.
자동차의 공회전(Idle) 상태처럼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고,
매일 버릇처럼 이른 새벽에 일어났으니 망정이지
해오던 모든 것을 '완전 멈춤'했다면, 본래 제자리를 잊어버렸을 겁니다.
제임스 클리어가 말하는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이 바로 이거예요.
우리가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사소한 습관이
만들고 싶은 중요한 습관을 형성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거죠.
헤매다가도 제자리를 찾아올 수 있게 하는 이정표가 되거나
좋은 습관을 만드는 중요한 정보를 간직한 DNA 같은 역할을 해주는 겁니다.
제겐 미라클모닝 습관이 이번에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이 새로운 시작의 남은 여정이 어디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조금 더디더라도 정비를 좀 하면서 가야겠죠.
분명 저와 같은 어려움을 겪고 계신 분이 계실 겁니다.
도움이 필요하다면, 말씀하세요.
카톡 오픈 프로필이나 네이버 인물정보에서 "새삶조각사 이지원"을 찾아오셔도 됩니다.
"강사" 아닌 여러분이 가고자 하는 길에 '가이드'가 되겠습니다.
자! 쉬셨으면, 다시 길을 재촉해 볼까요? 출발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