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삶조각사 이지원
지난 과거의 경험을 통해 변화된 나의 생각을 살펴보는 것은 굉장히 흥미로운 일이다. 당시에는 사업이든 인생이든 내가 경험했던 성공과 실패는 빠르게 다가오는 삶과 죽음처럼 아주 심각하고 극적인 문제들처럼 보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경험이 쌓이면서 정글 속 위험한 동물을 연구하는 생물학자가 목표를 위해 그 동물을 하나하나 분석해가며 천천히 접근하는 것처럼 각각의 사건들을 "여러 사건 가운데 하나"로 볼 수 있게 됐다. 쉽게 말해 생물학자처럼 먼저 어떤 종류의 동물인가를 파악하고, 예상되는 행동에 관한 지식에 근거해 적절한 방법으로 벌어진 문제에 대응하게 된 것이다.
우린 과거에 경험했던 비슷한 유형의 상황에 직면했을 때 엇비슷한 대처 방법과 함께 깨달은 원칙들에 의존해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하지만 이전에 본 적 없는 상황에서는 적잖이 놀라거나 당황하기 일쑤다. 이 같은 상황이 몹시 궁금해진 나는 처음으로 마주친 힘들었던 경험들을 연구하게 됐고, 나에겐 아직 일어나지 않았던, 나에겐 영원히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는 일이 다른 시기의 다른 장소에서는 어떤 사람들에게 일어났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됐다.
이런 사고 정리를 통해 과거 역사 기록에 대한 존경심과 현실에서는 그것들이 과연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하고 싶은 욕망이 들끓었다. 그러면서 아직 내게 일어나지 않은 상황, 하지만 앞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보편적인 원칙들을 만들고 싶다는 욕망을 갖게 됐다.
이후 습관이나 버릇처럼 같은 일들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것을 보면서 나는 현실을 원인이 결과로 이어지고, 결과는 다시 새로운 결과의 원인이 되는, 이같은 일이 영원히 반복되는 일종의 기계장치라 여기게 됐다. 비록 완벽하진 않지만 나는 우리가 모종의 어떤 원칙들을 만들어 그런 우리의 현실에 대응할 수도 있겠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므로 우리는 현실에서 처음으로 경험하는 어떤 문제나 좌절을 부르는 상황에 불평을 늘어놓기보다 이를 효율적으로 대처해 생산적인 방향으로 우릴 이끌어야 한다. 결국 내가 마주쳤던 문제들은 내가 가진 특질과 발현될 창의성에 대한 일종의 시험이었다. 시간이 차츰 지나면서 분주하게 돌아가는 이 놀라운 시스템에서 나란 존재가 얼마나 티끌같은 존재인지, 그 놀랍고 거대한 시스템과 내가 제대로 소통하는 방법을 깨닫는 게 왜 중요한 일인지 깨닫게 됐다.
이런 깨달음을 기초로 한 변화는 현실에 대한 이러한 관점이 고통스러운 순간을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경험하도록 해준다는 것을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제일 먼저 고통에 좌절하거나 압도당하는 대신 내가 배워야 할 중요한 무언가가 있단 사실을 알려주는 일종의 자연 신호로 받아들였다. 같은 일을 반복하고 미친듯이 몰입하면 그 일을 잘 하게 된다. 처음엔 그리 미치도록 고통스러웠던 시간들도 차츰 익숙해지고 마치 자동화 된 일련의 프로그램처럼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진행된다. 그렇게 나 만의 원칙이 개발되고, 성찰하는 과정도 익숙해진다. 운동선수가 몸을 만들기 위해 고통스러운 시간을 감내하면서도 왜 결국엔 그 일을 사랑하게 되는지도 배웠다.
그래서 난 성공한 사람들을 존경한다. 어린 시절에 난 그들이 매우 뛰어나기 때문에 성공했다고 믿었다. 물론 일부 그런 사람이 없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아직 멀었지만 많은 책들을 읽고, 자기계발서를 공부하며 느낀 건 그들 역시 다른 사람들처럼 실수를 했고, 자신들의 약점과 치열하게 싸웠으며, 그들 스스로는 자신을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행복을 느끼는 정도로만 따지면 오히려 그들이 우리보다 더 행복하지 못하고, 고통의 강도를 따지면 더 힘들어거나 불행하다고 느낀다. 그런데도 그들은 왜 이젠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계속하는 것일까.
답을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었다. 그건 그들만의 삶의 방식이다. 성공에 대한 만족은 목표를 달성하는 것에서 나오지 않는다. 어려운 상황이 주어지고, 여러 사람들과 합심해 헤쳐 나가는 순간에서 성취감을 느끼고, 희열을 느낀다. 상상해보라. 우리가 그렇게 간절히 바라는 성취, 돈을 많이 버는 것, 아카데미 상을 수상하는 것, 위대한 기업을 경영하는 것, 위대한 운동선수가 되는 것 등 뭐든 상관없다. 그리고 그 목표를 달성했다고 해보자. 어떤가? 처음엔 물론 행복할 것이다. 하지만 끝내 그 행복함은 오래 가지 못한다. 다시 무언가를 얻으려 애쓰고 있는 우리 자신을 발견한다.
엄청난 인기를 얻은 스타도, 복권 당첨자도, 정상에 오른 운동선수, 자수성가한 사업가 등 자신의 꿈을 빨리 이룬 사람들을 보라. 행복해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벌써 다름 단계의 목표를 세우고, 더 큰 도전에 나서면서 상기된 얼굴로 외치고 있을 것이다. 행복은 목표점이 아니라 목표점에 다다르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보다 더 많이 가지는 것의 한계 효용은 빨리 사라진다. 이 모든 것을 고려해 유명해지는 것보다 익명으로 지내는 것을 고수하는 성공한 사람들도 많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난 나의 성공보다 남들의 성공을 돕는 일에 더 가치를 느낀다. 먼저 가 본 길을 함께 가는 동료에게 코칭하고, 위험을 안전하게 관리하도록 하며, 진짜 행복이 무엇인지 깨닫는 일을 헤매지 않고 빠르게 찾도록 조언한다. 향후 이러한 발전 과정을 조금 더 원칙으로 정리하고, 나만의 관리법을 덧붙여 나누면서 "같이 성장"의 나눔을 이어갈 것이다. 어렵게 얻은 지식이나 인사이트, 정보를 나누는 것이 어찌보면 유전자를 후대에 물려주는 일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한 인간으로서 매우 보람된 일이다. 기록하지 않으면 내 생각으로 끝나지만 기록하거나 나눠 다른 사람의 인생에 영향을 주면 후대로 이어지며 기억된다. 가슴뛰는 일이다.
남은 인생, 가슴 터지도록 벅찬 일로 가득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