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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삶조각사 이지원 Nov 29. 2022

이름이란 실재하는 것의 손님에 불과하다 - 미라클모닝

미라클 모닝의 기록

堯讓天下於許由曰(요양천하어허유왈) ···

夫子立(부자립) 而天下治(이천하치) 而我猶尸之(이아유시지) 吾自視缺然(오자시결연) 請致天下(청치천하) 許由曰(허유왈) 子治天下(자치천하) 天下旣已治也(천하기이치야) 而我猶代子(이아유대자) 吾將爲名乎(오장위명호) 名者實之賓也(명자실지빈야) 吾將爲賓乎(오장위빈호)

장자 내편 <소요유> 중에서


요임금이 허유에게 천하를 양보하고자 이렇게 말했습니다.

"(중략) 그대가 왕이 된다면 천하는 잘 다스려질 텐데 아직도 부족한 제가 왕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부디 천하를 맡아 주십시오."


허유가 답했습니다.

"임금께서 이미 천하를 잘 다스리고 있거늘 어찌 제가 임금을 대신하여 왕이란 이름을 가지려 한단 말입니까? 이름이란 실재하는 것의 손님에 불과할 뿐인데 어찌 이름만을 위해 임금이 되겠습니까?"  


名者實之賓也(명자실지빈야) - 이름이란 실재하는 것의 손님에 불과하다.


그대로 오늘 아침 글의 제목이 된 내용입니다.


새로운 마음으로 콘텐츠 크리에이팅 일을 시작하면서,

기획 콘텐츠 중 하나로 넣게 된 고전, 고사 읽기 첫 번째 시간,


읽고 있는 책의 제목처럼

나이 오십이 되니,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져서 골랐습니다.


비슷한 연배가 되는 저자 김범준의 진솔한 이야기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그의 말처럼 인생의 절반을 살았습니다.

승진한다는 명목으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명분으로,

지위, 명함 같은 겉으로 드러나는 사회적 지위, 체면에 더 신경 쓰면서 살았습니다.

그것에 집착하느라 소중한 가족은 언제나 뒷전이었고,

회사나 주변에선 인정받았을지 모르지만, 지나보니 막상 변변한 취미 하나 만들질 못했죠.


지위나 명함을 달고 있을 때는 모릅니다.

그게 사실은 엄연히 따지면, 내 것이 아니란 것을요.

그래서 당장의 지위나 명함이 떼어지고 나면, 남게 되는 '나'란 존재는 어떤 모습일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여러 가지 이유로 그 지위나 명함을 잃고,

내 이름 앞 직책에 '전(前)'이 붙어 '전 사장', '전 이사', '전 팀장'으로 불리게 되면,

갑자기 쓸쓸해지면서 애잔해집니다.

그렇다고 명함을 자비로 파 이름 앞에 '전 사장', '전 팀장'이라고 붙일 수도 없습니다.

그럼 이젠 정말 덜렁 내 이름만 남게 되는 현실을 마주합니다.


영원히 갖지 못할 직책이나 명함에는 기를 쓰고 충성하면서,

오랜 시간 함께 한, 그리고 앞으로 함께 할 소중한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나'라는 존재감, 자리, 필요성을 만들어 놓지 못한 거죠.


높은 직급에 있다는 이유로 큰 소리를 내고, 갑질을 해대던 사람이

그 직급을 잃고, 달랑 이름만 남았을 때도 그렇게 큰 소리를 낼 수 있을까요?

물론 낼 수는 있겠죠.

하지만, 그 성냄을 받아들이는 상대방의 반응은 천지 차이일 겁니다.


그래서 장자는 "이름이란 실재하는 것의 손님에 불과하다."라고 가르치는 겁니다.

직책, 명함 모두 잠시 내게 들렀다가 가는 손님에 불과하니 정신 차리라고요.

허상에 취하지 말고, 이름도 말고, 실재에 집중해

'나'란 존재감을 찾고, 내 자리를 찾고, 내 필요성을 찾으라고요.


잠시 빌려 쓰는 것 말고, 진짜 가진 내 것에 더 시간을 쓰고 애정을 보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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