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esting Features of New Range Rover
출시: 2022년 상반기 예정
랜드로버의 플래그십 SUV, 레인지로버는 1970년에 첫 출시된 이후로 10년에 한 번의 주기로 세대를 교체해온 강단있는 모델이다. 국내 출시를 앞둔 뉴 레인지로버는 5세대 모델로, 2021년 10월 영국에서 최초로 공개됨과 동시에 전 세계의 카 러버들의 주목을 끌고 있는 차. 국내에서는 작년 11월 사전공개 행사를 통해 그 모습이 드러났다. 5세대 뉴 레인지로버에 대한 몇가지 재미있는 점들에 대한 글.
1. Design
랜드로버가 최근 가장 많이 언급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모던 럭셔리'. 재규어 랜드로버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제리 맥거번이 강조하는 모던 럭셔리는 덜어내기의 연습을 보여주는 듯 하다. (국내 자동차 브랜드와는 다소 다른 방향성이다.) 실제로 이번 공개된 뉴 레인지로버의 디자인에서 그 '덜어냄'의 미학을 살펴볼 수 있는데, 우선 모든 면들이 매끄럽게 연결되는 모양새를 보인다는 것. 도어와 유리, 레인지로버의 시그니처 사이드 그래픽, 글로스 블랙 패널과 램프 등 외관상 보이는 모든 형태들이 마치 하나의 면처럼 매끄럽게 연결된 모습이다. 여기에 적용된 기술은 플러시 글레이징 마감 기법*. 이전 글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하나의 표면처럼 매끄럽게 연결되는 차체 디자인은 결국 공기저항 계수와 연결되는데, 실제 뉴 레인지로버의 공기저항 계수는 0.30Cd 수준으로 대형 SUV상 매우 의미있는 기록을 세웠다.
아이코닉한 SUV로서의 레인지로버의 명성을 잃을 수 없기에 그 외관이 엄청난 수준으로 변화하진 않았다. 다만 레인지로버를 상징하는 요소들은 유지하되, 모던 럭셔리에 걸맞는 새로운 형상으로 구상하는 방식을 택했다. 1970년 첫 레인지로버부터 고수해온 클램쉘 보닛, 2세대 레인지로버부터 선보여왔던 마치 떠다니는 듯한 인상을 주는 플로팅 루프(이 요소는 오늘날 많은 SUV들에 적용되기도 했다)는 그대로 유지했다. 가장 많은 변화를 보여준 부분이 바로 리어 디자인인데, 테일 램프를 하나의 블랙 패널로 통합해 제작했다. 평소에는 숨겨져 있다가 점등할 때야 그 존재를 드러낸다는 히든-언틸-릿 라이팅(Hidden-until-lit Lighting)기술이 적용됐다.
인테리어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건 역대 랜드로버 모델 중 가장 큰 13.1인치 커브드 플로팅 모니터다. 마치 떠다니는 듯한 인상을 준다고 해서 플로팅Floting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뉴 레인지로버는 레인지로버 최초로 7인승(현재까지 국내 판매 랜드로버 모델 중 7인승 모델은 디스커버리가 유일하다) 구성을 제공한다. 3열 시트는 약 864mm 정도의 레그룸을 확보하고 앞좌석보다 40mm 정도 높게 위치해서 뒷자리에서도 향상된 가시성과 편안함을 보장한다.
*플러시 글레이징 마감 기법Flush Glazing: 도어의 모서리와 유리가 간결하게, 이음새 없이 연결되도록 필러 사이를 정교하게 마감하는 기법
2. Technology
뉴 레인지로버에는 재미있는 기술들이 대거 적용됐다. 제일 흥미로운건 코로나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실내 공기 정화 시스템. 기존 공기 정화 시스템에 필립스의 nanoe X 기술을 적용했는데, 코로나 바이러스를 포함한 바이러스 및 박테리아, 미세먼지 등을 방지하는게 아닌 감소시키는(!) 기술이다.
여기에 차세대 노이즈 캔슬링 시스템도 흥미롭다. 기존 랜드로버 차량에 장착됐던 메리디안 사운드 시스템이 메리디안 시그니처 사운드 시스템으로 업그레이드 됐는데, 여기에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 시스템이 적용됐다. 이 시스템은 신기하게도 스피커를 통해 실내에 전달되는 휠 진동이나 타이어 소음 등등을 모니터링하고 소음 제거 신호를 생성한다. 그리고 이 스피커는 탑승객들의 헤드레스트(좌석 머리맡)에도 장착되서 자연스럽게 전 탑승객에게 고요함을 선사한다. 에어팟 프로의 노이즈캔슬링 시스템도 같은 원리겠지만 스피커가 오히려 소음을 제거하는 신호를 만든다는 것, 과학의 신비 기술의 진보...
이외에 전자식 에어 서스펜션*이 장착됐다. 레인지로버는 1992년에 전자식 에어 서스펜션을 장착한 최초의 SUV 모델인데, 이번 뉴 레인지로버 모델에 장착한 지능형 에어 서스펜션은 도로 노면에 따라 서스펜션을 실시간으로 보정해서 롤링(좌우 흔들림)과 피치(앞뒤 흔들림)를 최적화한다. 예를 들면, 고속 주행시에는 서스펜션을 낮춰 공기저항을 덜 받도록 효율을 높이고, 오프로드 주행시에는 서스펜션을 높여 지상고를 확보해 편안한 주행감과 차량 데미지 위험을 낮춘다. 승하차 시에도 서스펜션이 자동으로 낮춰져서 우아한 승하차가 가능하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LED 헤드라이트도 주목할 만 하다. 빔 범위가 최대 500m에 달하는 고화질의 디지털 LED 헤드라이트가 적용됐는데, 이 헤드라이트는 차량 경로에 있는 최대 16개의 물체를 식별한다. 이에 더해 식별한 물체에는 지능적으로 빛을 차단해서 상대 운전자의 눈부심을 방지하고, 사고의 위험을 방지한다.
*에어 서스펜션Air Suspension: 차대의 받침 장치, 그 중에서도 공기 스프링을 이용한 서스펜션. 노면으로부터의 충격을 방지하고 급브레이크나 급회전시 휠이 충분히 접지하도록 돕는 역할. 에어 서스펜션이 장착된 차=고급 차. 정석!
3. Capability
우리는 레인지로버를 말할 때 '사막 위의 롤스로이스'라는 수식을 붙이곤 하는데, 그래 이 2억원 가량의 럭셔리 자동차는 어디든 갈 수 있는 차여야만 한다. 기사님이 운전해주는 쇼퍼 드리븐(Chauffeur Driven) SUV이지만 동시에 훌쩍 떠나고 싶을 때 그게 오지더라도 떠날 수 있는 차. 그렇기에 뉴 레인지로버는 여러 특수한 주행 성능을 갖췄다.
우선 뉴 레인지로버는 MLA-Flex 아키텍처를 적용한 최초의 모델이다. 차체가 중요해왔던 이유는 1. 강성(사고가 났을 때 내가 탄 차체가 어떻게 나를 보호할 것인가) 2. 소음 두가지가 가장 컸는데, 오늘날에는 더 중요한 이유가 생겼다. 바로 새로운 엔진 장착이 가능한가! 지난번 미니 일렉트릭의 글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차체 변화없이 전기차로 전환하는 경우 큰 용량의 배터리 적재가 불가능할 가능성이 높다. MLA-Flex 아키텍처는 이런 모든 요소를 고려해 내연기관과 친환경 PHEV, BEV 파워트레인을 적재할 수 있도록 설계했고, 80% 이상의 알루미늄과 특수 합금으로 차체 구조를 완성했다. 특히, 차체 구조에 3개의 커다란 구멍을 만들어서 무게와 강성을 최적화해 기존보다 50% 향상된 높은 비틀림 강성을 제공한다. 낮아진 소음과 저주파 진동은 보너스.
랜드로버가 특허를 가지고 있는 전자동 지형반응 시스템 2(Terrain Response 2)도 탑재됐다. 지형과 노면에 따라 6개의 모드(여기에는 사막이나 도강,자갈,풀밭 등 특수한 상황이 포함된다)로 차량 상태를 설정할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전자식 에어 서스펜션이나 스티어링, 댐퍼 등을 노면 상황에 맞춰 차가 자동으로 설정을 바꾸는 것. 운전자의 취향에 맞춰 직접 조절하는 것도 당연히 가능하다.
그 외에도 차체가 기울어지는 현상을 방지해 온로드에서 안전하고 즐거운 드라이빙 경험을 제공하는 다이내믹 리스폰스 프로, 주행 중 노면 상태를 초당 500회 모니터링해 차체를 제어하고 댐퍼(진동 에너지를 흡수하는 장치)를 조정해 승차감을 높이는 어댑티브 다이내믹스, 온오프라인 주행 중 미끄러운 상황에서 클러치가 리어 휠을 묶고 양쪽 휠에 동력을 제공해 최적의 트랙션(접지력)을 제공하는 리어 락킹 디퍼렌셜 등 온오프로드 주행 테크놀로즈가 잔뜩 적용됐다.
4. Performace
국내에 공개될 것으로 알려진 두 개의 트림은 V8 가솔린 엔진(P530)과 인제니움 I6 디젤 엔진(D350). 이 중 V8 가솔린 엔진이 주목할 만한데, V8은 잘 알려진 것처럼 BMW의 엔진이다! 최고 출력 530마력, 최대토크 76.5kg.m, 제로백 4.6초. 뉴 레인지로버의 거대한 몸집으로 4.6초 제로백이 가능하다는 것이 놀라운 뿐이다. 디젤 엔진은 마일드 하이브리드 엔진으로 최고 출력 350마력, 최대 토크 71.4kg.m, 제로백 6.1초로 마찬가지로 우수하다.
아쉬운 점은 국내 판매 개시에 있어 전기차 판매 일정은 아직 미정이라는 점. 현재 영국과 기타 국가에서는 PHEV(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에 대한 수요가 높아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BEV(순수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더 높다보니 BEV 모델 출시는 조금 더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5. Super Luxury - SV
작년 11월 서울 행사에서 SV 모델 한 대를 미리 구경할 수 있었는데, SV는 Special Vehicle의 약자로 랜드로버의 비스포크 서비스다. 즉, 랜드로버가 지향하는 모던 럭셔리의 정수인 셈이다. SV 고객은 세레니티, 인트레피드 2가지의 테마 중 선택해 본인의 취향껏 익스테리어와 인테리어를 꾸밀 수 있다. 세레니티는 노블 도금의 마감, 브론즈 액센트로 우아한 미를 주는 테마고, 인트레피드는 다크 크롬 마감으로 스탤스한 멋을 가진 테마다. SV 모델은 인테리어에 듀오 톤 컬러 시트를 선택할 수 있고, 지정된 14개의 컬러 팔레트 외에도 고객이 원하는 색상 제작도 가능하다.
SV 모델은 인테리어에서 궁극의 럭셔리를 느낄 수 있는데, 세라믹 소재가 다수 사용됐다. 마치 샤넬 세라믹 워치처럼 영롱한 화이트 세라믹이 기어 시프터나 기타 버튼들, 차량 로고 등에 활용됐다. 레인지로버는 쇼퍼 드리븐 차량 특성상 뒷좌석 경험에 많은 노력이 필요했을텐데, SV 모델에는 전동으로 작동하는 냉장고(버튼을 누르면 냉장고 문이 지잉 하고 내려간다..냉장고의 용도는 샴페인과 크리스털 샴페인 잔!), 전동으로 작동하는 테이블, 13인치 뒷좌석 엔터테인먼트 스크린이 포함된다. SV 갖고싶어요.. 세레니티.. 화이트에 베이지 시트..
강인하고 러프한 이미지가 강한 랜드로버가 정의하는 럭셔리의 개념은 결국 랜드로버가 쌓아온 기술과 성능에 대한 역사의 축적이 아닐까 싶다. 어디든 갈 수 있는 차, 그리고 어디든 갈 수 있는 사람들을 위한 차. 여기까지 애정을 담아 쓴 뉴 레인지로버에 대한 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