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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Apr 18. 2024

팔이 저리고 머리가 띵하고 허리가 아프다

쓰지 못하는 날이 오기 전에


언젠가는 글을 쓰지 못하는 날이 올 겁니다. 언젠가는 아침에 눈을 뜨지 못하는 날이 올 테지요. 언젠가는 사람들에게 글을 쓰라는 말을 하지 못하는 날이 오고야 말 겁니다. 인생은 참으로 가혹합니다. 마지막이 정해져 있다는 사실은 사람을 절망에 빠트리기도 합니다. 


반면, 언젠가 모든 것이 끝날 거란 생각에 오늘 최선을 다할 수 있습니다. 저는 글 쓰는 걸 좋아합니다. 누군가의 인생에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저의 경험을 담아 전하는 행위. 의미와 가치도 있고, 스스로 만족스럽기도 하고, 먹고 살 만큼의 돈도 가져다주기 때문입니다. 


팔이 저립니다. 신경에 이상이 있다고 합니다. 머리가 띵합니다. 이것저것 신경 써야 할 일이 많은 탓이겠지요.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픕니다. 아들 어렸을 적 쓰던 유아용 공부 책상에다 노트북을 펼쳐놓고 양반다리를 하고서 글을 쓴 지가 10년 되었으니 허리 아플 만도 하지요. 


팔이 저리다는 이유로 글쓰기를 미루고 싶지 않습니다. 머리가 띵하다는 이유로 자빠져 쉬고 싶은 마음 없습니다. 허리가 끊어질 것 같다는 이유로 방바닥에 누워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습니다. 힘들고 괴롭고 고통스럽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불편한 상황을 이겨내고 한 편의 글을 썼을 때 기쁨이 훨씬 더 큽니다.


저는 포기가 빠른 사람이었습니다. 학창시절 공부를 하다가도 조금만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금세 책을 덮었습니다. 선생님이나 부모께도 핑계와 변명을 대기 일쑤였고요. 누구나 한 번쯤 들어 본 "머리는 좋은데 노력은 하지 않는" 그런 아이였지요. 


군 복무 시절에도 조금만 힘들면 만사 때려치우는 스타일이었습니다. 이를 악물고 버티거나 한 걸음 더 내딛는 오기 따위 없었지요. 어려우면 물러나고 지치면 쉬고 힘들면 포기했습니다. 사회생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회사에서 시키는 일 억지로 했습니다. 승부근성 아예 없었습니다. 돈 되는 일이다 싶으면 얼른 달려들고, 좀 힘들다 싶으면 접었습니다. 


쉽게 포기하는 성향 때문에 삶도 쉽게 무너졌습니다. 아마도 신이 저한테 그냥 푹 쉬라고 감옥에 보낸 것 같습니다. 정작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수감생활 1년 6개월 동안, 저는 무슨 일이 있어도 포기하지 않는 근성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독서 덕분이었지요. 


책 속에 등장하는 모든 작가와 주인공들은 저와 달랐습니다. 그들은 한 번 더 도전하고, 이겨내고, 극복하고, 참고, 견디고, 버텼습니다. 그들은 자기 삶을 아끼고 사랑했습니다. 뒤로 물러나거나 포기하는 경우 없었습니다. 삶을 만들어내는 그들의 모습을 하나하나 읽으면서 내가 참 엉성하고 못난 인생 살았구나 깨달을 수 있었지요.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포기하지 않는 근성. 남은 삶에서는 변명과 핑계를 대는 일 없애기로 작정했습니다. 이후로 10년 넘게 매일 글을 씁니다. 매일 책을 읽고, 매일 강의 자료를 만들고, 매일 새벽 기상을 합니다. 매일 반복하는 일들이 즉각적인 효과를 발휘하는 일 없었습니다. 그러나, 10년이란 시간 동안 쌓인 노력은 제 삶을 완전히 뒤바꿔놓았지요. 


약해빠진 정신상태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합니다. 권력 가진 이들이 뒷돈을 받고, 죄를 지었으면서도 국민 앞에 뻔뻔스럽게 나타나고, 자기 잇속 차리기에 정신 없는, 이런 현상이 생겨나는 이유는 모두 나약한 정신력 때문입니다. 당당하게 삶을 마주할 용기가 없으니 지저분하게 사는 것이지요. 


저도 인생 전반전을 그렇게 살았습니다. 조금만 힘들고 어려우면 쉽고 편한 길 찾으려 했습니다. 후회 막심합니다. 다시는 그런 인생 살지 않을 겁니다. 참고 견디고 이겨낼 겁니다. 팔 저리고 머리 띵하고 허리 아픈 것들이 저를 침식하도록 그냥 두지 않을 겁니다. 저는 오늘도 글을 쓰고 책을 읽고 강의자료를 만들고 강의를 할 작정입니다. 


엄청난 멘탈을 가지고 있는 것 같지요? 전혀 아닙니다. 저는 멘탈 약합니다. 많은 사람이 어떤 노력을 반복하면 그 끝에 '완성' 단계가 있는 거라고 믿는데요. 제 경험상 그런 일은 없습니다. 새벽 기상 10년 하고 있는데도 여전히 힘듭니다. 10년 글 썼는데도 글 쓰기가 여전히 어렵습니다. 인생에 자동화는 없습니다. 매 순간 노력하고 노력하고 노력할 뿐입니다. 포기만 하지 않으면 됩니다. 


조금만 힘들면 포기하는 사람들. 그들은 자신의 포기가 얼마나 정당한가 설명하는 데 급급합니다. 어쩔 수 없었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삽니다. 얼마든지 더 할 수 있었음에도 "최선을 다했다"는 말을 쉽게 내뱉습니다. 


안타깝습니다. 노력하면 할수록 더 잘할 수 있는 힘과 능력이 내 안에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 순간의 기쁨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지요. 포기하는 사람들은 결코 맛보지 못할 보람과 희열을 계속하는 사람들은 실컷 누리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나뿐인 아들에게 늘 말합니다. 그냥 해라. 계속 해라. 입 다물고 몸 움직여라. 언제까지 해야 하냐고? 너의 의지와 상관 없이 그만하게 되는 날이 올 테니, 끝은 걱정하지 말고 그냥 계속 나아가라!


장인어른과 장모님의 마지막 순간을 기억합니다. 두 분은 병원 침상에 누워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것이 우리 모두의 마지막 순간일 테지요. 뭔가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이미 축복임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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