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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Apr 20. 2024

글쓰기, 본질과 가치, 그리고 태도

적어도 이유는 알 수 있었다


글을 쓰면 무엇이 좋은가, 그 효과에 대해 여러 사람이 다양하게 말합니다. 치유 된다 하는 사람도 있고, 돈 벌고 성공할 수 있다 주장하는 사람도 많고, 공감이나 소통에 도움이 된다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마케팅을 비롯해 사업 성장에 보탬이 된다는 사람도 있고, 작가와 강연가로 도약해 새로운 인생을 살 수 있다고 강조하는 이도 많습니다. 


모두 틀린 말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만, 그렇다고 정답이라고 단정짓기도 어렵습니다.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글을 써서 상처와 아픔을 치유한 사람도 보았고, 끝내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해 극단의 선택을 한 사람도 바로 곁에서 지켜본 적 있습니다. 


글쓰기 효과가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면, 저는 과연 무엇 때문에 10년 넘는 세월 동안 매일 글을 쓰고 있는 걸까요? 무엇 때문에 수많은 이들에게 글쓰기/책쓰기 강연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저는 과연 저 많은 글쓰기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요?


달콤한 말이나 괜한 허풍으로 글쓰기/책쓰기 효과를 부풀리고 싶지 않습니다. 강사로서 코치로서 제 업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털끝만큼이라도 거짓을 입히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딱 한 가지! 글을 쓰면, 책을 쓰면 무엇이 좋은가 말하라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먼저, 글쓰기입니다. 글을 쓰면 생각할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힘들고 아픈 시간 닥쳤을 때 글을 써 보면, 내가 왜 이런 시간을 마주하게 되었는가 살피게 됩니다. 명확한 이유를 발견할 때도 있고, 생각보다 큰 고통이 아님을 깨달을 때도 있고, 내가 처한 현실을 직시할 용기가 생기기도 합니다. 


글만 썼다 하면 모든 문제가 척척 풀린다는 말이 아닙니다. 머리로만 생각했을 때에는 근처에도 가지 못하던 문제의 본질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는 뜻입니다. 본질을 알고 나면 자신감이 생깁니다. 한 번 해 볼만하다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죠.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그것이 가지는 진짜 의미와 가치에 대해 생각함으로써 인생을 좀 더 진지하게 대하는 마음가짐을 장착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책을 쓰는 일에 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글 쓰면서 깨닫고 배우고 새롭게 가진 세상 보는 눈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는 보람! 이것이 바로 책쓰기 효과입니다. 나의 경험과 지식, 생각과 철학, 가치관 등을 타인과 나누면서 그들의 삶이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이죠. 


내가 뭔데 남을 돕는단 말인가. 저도 처음에는 이런 생각 많이 했습니다. 전과자, 파산자,알코올 중독자, 막노동꾼, 암 환자. 평범한 사람들보다 더 못한 최악의 실패자 주제에 남을 돕기는 뭘 돕는단 말인가 하고 말이죠. 


그런데요. 첫 책을 출간했을 때, 저의 실패 경험이 독자들에게 힘과 용기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얼마나 기쁘고 행복했는지 말도 못합니다. 그때 알았지요. 사람은 누구나 다른 사람 도울 힘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요. 비록 인생 실패자로 낙인 찍혔지만, 그런 저한테도 여전히 남을 도울 힘이 있어던 겁니다. 책쓰기는 이렇게 '나의 인생 경험으로 다른 사람을 돕는' 가치로운 행위입니다. 


돈을 벌 수도 있고 성공할 수도 있고 작가로서 명예도 가질 수 있겠지요. 허나, 그런 것들은 본질 밖에 있는 겉치레에 불과합니다. 글을 쓰면서 인생과 세상에 대해 공부하고, 책을 쓰면서 자신이 공부한 바를 전하는, 이런 차원의 글쓰기/책쓰기를 꾸준히 계속한다면 부차적인 것들은 저절로 가질 수 있다고 믿습니다.


SNS에 올라오는 수많은 광고를 보고 있으면, 저렇게 돈돈돈 하는 유혹으로 어떻게 사람들에게 글쓰기/책쓰기의 본질을 전하려 하는 것인지 이해하기 힘듭니다. 안타깝습니다. 아닌 건 아닌 거지요. 아무리 물질만능주의시대라 하더라도 과장과 허풍이 들어가는 순간 진심은 사라지게 마련입니다. 


저는 거짓과 과장으로 감옥에까지 다녀온 사람입니다. 후회가 막심합니다. 돌이킬 수가 없지요. 지금 주변 사람들을 보면, 그 시절 제가 저지른 실수와 착오를 그대로 반복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픕니다. 사람들이 그토록 바라는 행복한 성공은 "본질, 태도, 가치"라는 세 가지 키워드 위에서만 이룰 수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글 쓰고 책 출간해서 돈 좀 벌어 보겠다는 심보로 시작했습니다. "글 쓰면 부자 될 수 있다, 책 출간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식의 글을 쓰는 동안 마음이 내내 불편했습니다. 어떻게 끼워맞출 수는 있는 것 같은데, 아무래도 진실이 아닌 이야기를 꾸미고 포장하는 것 같다는 느낌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첫 책은 <내가 글을 쓰는 이유>입니다. 이 책의 부제를 기억하는 사람 거의 없는데요. '무일푼 막노동꾼인 내가'라는 구절이 부제입니다. 네, 맞습니다. 저의 가장 숨기고 싶었던 수식어를 첫 책의 타이틀로 꺼냈던 겁니다.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세상 사람들에게 솔직하게 밝히고 시작하자는 결단의 표현이었죠. 상당한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저도 가족 있고 자식 키우는 애비인데, 전과자 파산자 등의 수식어를 세상 사람들에게 고백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게다가, 당시 저는 여전히 막노동판에서 삽질하며 바닥에서의 인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거든요. 


나에게 책을 쓸 자격이 있는가 하는 걱정과 염려는 기우였습니다. 책을 읽은 독자들은 응원과 격려를 보내주었고요. 더 감동적이었던 점은,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던 독자들이 저의 책을 읽고는 다시 한 번 살아 보겠다 힘을 내게 되었다며 고맙다는 인사를 전해왔다는 사실입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아! 글이라는 게, 책이라는 게 이런 힘을 가지고 있는 거구나. 사람들은 살아 있는 진실한 삶의 이야기를 받아들이고 그것에 박수를 보내주는 선한 존재들이구나. 힘이 났습니다. 용기가 생겼습니다. 이후로 출간을 계속하여 매년 한 권꼴로 저의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게 되었습니다. 


지난 8년 동안 글 쓰고 책 출간하면서 가장 많이 달라진 것은 저 자신이었습니다. 매 순간 일어나는 사건과 사고와 불편한 현실들을 마주하면서, 힘들고 어렵다 불평하기보다는 그런 일들이 일어난 이유와 본질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지요. 어떤 태도로 삶을 마주해야 하는가에 관해 고민하고 궁리하는 동안, 인생은 점점 좋아졌습니다. 


한 달 평균 스물 다섯 번 정도 강의합니다. 수강생들에게 늘 강조합니다. 세상은 글과 돈을 연결시키려 하지만, 우리만큼은 그러지 말자고 말이죠. 언제 어디서나 진실만을 이야기하고, 일확천금 따위 우습게 여길 수 있는 품격 있는 태도를 길러 보자고 주장하고 설득합니다. 


저는 복이 많은 사람입니다. 함께 하는 많은 이들이 저의 뜻을 따라주고 있습니다. 혼자 가는 길이었다면 여기까지 올 수도 없었을 테지요. 응원하고 힘 실어주는 우리 작가님들 덕분에 신념과 열정 잃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늘 감사한 마음으로 글 쓰고 강의합니다.


작은 힘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다만, 왜곡된 진실이 판치는 세상에서 선비처럼 곧은 길 가는 사람들이 몇 정도 있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믿음을 갖고 있는 것이죠. 본질을 귀하게 여기고 가치와 태도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이들이 많아지길 기대해 봅니다. 


오늘도 글 쓰고 책 읽습니다. 세상은 혼란스럽고 소란해도 제 삶은 고요하고 정갈합니다. 거장들의 일침과 우직한 태도가 저를 에워쌉니다. 무엇이 옳은 선택인가를 고민하기보다는, 제가 선택한 길이 옳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과정이 '인생'이라는 생각으로 오늘을 살아낼 겁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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