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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Apr 23. 2024

일이 많을 때 나타나는 벌레, "대충"

쪼개고 허락하기


한 가지 일만 하면 된다고 가정해 봅시다. 꼼꼼하게, 충분한 시간과 정성을 들일 수 있겠지요. 그런데, 한 가지 일을 마치고 난 후에 두 가지 세 가지 열 가지 일을 더 해야 한다면 어떨까요?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눈앞에 있는 일에 온힘을 기울이기보다는, 이 많은 일을 언제 다 하나 싶어 스트레스만 받게 될 겁니다. 결국 모든 일을 대충 하게 될 테지요. 


책을 쓰고 싶다는 초보 작가들은 자꾸만 책을 쓰려고 합니다. 단어가 모여 문장이 되고, 문장이 모여 문단이 되고, 문단이 모여 한 편의 글이 되며, 글이 모여 책이 됩니다. 단위를 보지 않고 덩어리만 이루려 하니까 어렵고 힘들게 느껴지는 것이죠. 


한 꼭지만 쓰면 된다고 가정해 봅시다. 시간과 정성을 들여서, 누구나 어떻게든 참한 글을 완성할 수 있을 겁니다. 책을 쓰겠다고 작정한 사람의 경우에는 한 편의 글이 보일 리 없겠지요. 빨리 쓰고 다음 글 쓰고, 그렇게 해도 한참이나 더 써야 하니까 막막하고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무슨 일이든 '쪼개기'가 중요합니다. 모든 일을 한꺼번에 잘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헤밍웨이도 한 편의 글을 썼고, 조앤롤링도 한 편의 글을 썼으며, 무라카미 하루키도 한 편의 글을 썼습니다. 그렇게 쓴 글들이 모이고 쌓여 책이 되고 작품이 된 것이지요. 


거장들조차 한 편의 글에 집중합니다. 우리 초보 작가들이 책 한 권을 염두에 두고 글을 쓴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얘기입니다. 그저 하루 한 편의 글을 쓰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이자 최선입니다. 느긋한 마음으로 한 편씩 채워나가는 태도야말로 책을 쓸 수 있는 최고의 길입니다. 


오늘 써야 할 글의 주제와 제목을 살핍니다. 그런 다음, 어떤 내용으로 채울 것인가 메모하고 낙서합니다. 어떤 독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또 그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것인가. 하루 하나씩 생각하며 글 쓰면, 쓰는 작가도 성장하고 글도 좋아집니다. 조급해할 이유가 없습니다. 


집을 지어야 한다 생각하면 막막하고 부담스럽고 스트레스 받습니다. 오늘 벽돌 열 장 나르고, 오늘 모래 열 번 나른다 생각하면 한결 마음 가볍습니다. 무슨 일이든 빨리 끝내야 한다는 조급한 마음 가지면 어렵고 힘들게 느껴지는 법이지요. 


자신에게 시간을 허락해야 합니다. 많은 이들이 빨리 끝내고 서둘러 이루려 합니다. 그래야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고, 더 많은 여유와 행복을 누릴 수 있다고 믿는 것이죠. 제 경험에 비추어보면, 서두른다고 해서 일이 제대로 풀리는 경우 거의 없었습니다. 급하게 덤벼든 일이 오히려 해가 되는 때가 더 많았습니다.


매일 글을 쓴 지 10년 지났습니다. 강의를 시작한 지는 8년 넘었고요. 요즘 사람들이 말하는 성공에 빗대어 보면, 오래 걸려도 너무 오래 걸렸습니다. 하지만 저는 더 없이 만족하고 감사하며 행복합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쌓아올린 덕분에 웬만한 비바람에는 흔들리지도 않고요. 설령 최악의 사태가 벌어져 그 동안의 공이 무너진다 하더라도 다시 하나씩 쌓아올릴 수 있다는 자신감 넘쳐 아무런 걱정이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시간의 힘입니다. 


8년 전에 저한테 빨리 좀 하라고 소리를 질렀던 사람들 있습니다. 그들은 지금 여전히 제자리에서 조급한 마음으로 폴짝폴짝 뛰고 있습니다. 한 걸음씩 천천히 나아간 저는 멀찍이 그리고 높이 올라와 있습니다. 진실은 빨리 받아들일수록 유리합니다. 


책은 빨리 쓴다고 해서 좋을 게 하나도 없습니다. 한 꼭지 쓰면서 생각하고 성찰하고 고민하는 동안 이미 충분히 성장할 수 있습니다. '책을 낸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책 한 권을 쓰면서 얼마나 성장하고 삶이 좋아지는가 하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글쓰기/책쓰기는 경주도 아니고 시합도 아닙니다.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인 동시에 독자를 위하는 마음을 쌓아가는 과정입니다. 평생 책을 한 권도 내지 못한다 하더라도, 글 쓰는 동안 삶을 배우고 익혀 바람직한 인생 만들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그렇다는 뜻입니다. 


자신에게 시간을 좀 주세요. 급하게 몰아치지 말고, 심호흡 크게 할 수 있는 여유를 가져야 합니다. 글은 생각을 먹고 자랍니다. 시간을 충분히 들이지 않으면 겉도는 글만 쓰게 됩니다. 조급하게 쓴 글이 읽을 게 하나도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SNS에는 하루만에 일주일만에 한 달만에 책 쓰는 걸 무슨 대단한 자랑처럼 내세우는 광고가 판을 치는데요. 목적도 없고 이유도 없고 가치도 없는 속도전에 휘둘리지 않는 자기 중심을 가져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을 때, 그리고 뭔가를 빨리 끝내야 한다는 생각에 조급할 때, 예외없이 찾아오는 것이 '대충'이라는 벌레입니다. 한 가지 일이라도 느긋한 마음으로 충분한 시간을 들일 수 있을 때 정성과 공을 기울일 수 있는 것이죠. 대충 하는 일과 정성껏 하는 일은 시간이 지나면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격차가 생기게 마련입니다.


책을 쓰자 하면, 도저히 못 할 것 같다고 대답하는 사람 많습니다. 그러나, 글 한 편 쓰는 것은 누구나 어떤 식으로든 할 수가 있습니다. 책 못 쓰는 사람은 있어도 글 못 쓰는 사람은 없다는 얘기입니다. 일을 쪼개고 접근 방식을 나눠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가 있는 것이죠. 


당장 오늘 마라톤 뛰자 하면 엄두조차 나질 않지만, 오늘 딱 100미터만 뛰어 보자 하면 누구나 얼마든지 할 수 있을 겁니다. 목표에까지 이르는 길은 결국 한 걸음이 모여 완성되는 겁니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오늘 하루 작은 실천을 중히 여기지 않고, 그저 결과 성과만 빨리 내려고 하니까 열심히 살면서도 별다른 결실을 맺지 못한 채 스트레스에만 시달리는 겁니다.


결과보다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라는 말도 같은 맥락입니다. 책 읽으면서 배우고 깨닫고 성장하는 모든 순간에 의미를 부여하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다 읽고 몇 권 읽었다며 탑 쌓아 사진 찍는 건 하나도 중요치 않습니다. 독서를 독서로써 행해야 하는데, 자꾸만 책을 돈벌이와 연결시키려 드니까 한 페이지 읽는 게 고역일 수밖에 없지요. 


인생 목표를 정합니다.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세부 계획과 전략을 짭니다. 그런 다음, 오늘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아주 작은 단위의 실행계획까지 정리하는 것이죠. 이제 남은 것은, 오늘 할 일을 하는 것뿐입니다. 


매일을 충실하게 살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게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한 번만 해 보면 자기 확신과 신념과 열정을 잃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오늘에 집중해야 합니다. 한 편의 글만 쓰면 됩니다. 빨리 끝내는 것보다 매일 반복하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는 자신을 기특하고 대견하게 여기는 마음가짐이 결국은 성공으로 안내해줄 겁니다. 


목표를 잘게 쪼개세요. 아주 쉽게 해낼 수 있겠다 싶은 정도 또는 그보다 조금만 더 많이. 무슨 일이 있어도 매일 그 일을 반복해야 합니다. 시간을 허락해야 꿈과 목표를 이룰 수 있습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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