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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Jul 17. 2024

일단 앉았으면 머리 말고 손으로!

손을 멈추지 않는다


책상 앞에 앉아 키보드 위에 손을 얹었으면, 그 때부터는 머리 말고 손으로만 글을 써야 합니다. 글을 잘 쓰기 위한 세 가지로 다독, 다작, 다상량 잘 알려져 있지요. 많은 초보 작가들이 생각을 많이 해야 글을 잘 쓸 수 있다는 점에 걸려 도무지 쓰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생각은 퇴고할 때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백지 앞에서 생각하는 것과 뭐가 됐든 이미 쓴 글을 보면서 생각하는 것. 어느 것이 더 '잘' 생각할 수 있겠습니까. 사람의 뇌는 연상기억장치라 하지요. 무엇이든 보거나 들으면 더 잘 생각하고 기억 난다는 뜻입니다. 


저도 맨 처음 글을 쓸 때 머리 쥐어뜯어 본 적 많습니다. 생각하자! 생각하자! 생각하자! 그렇게 쓴 글이 마음에 든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일단 마구 써내려갑니다. 횡설수설, 엉망진창입니다. 그렇게 쓴 초고를 다시 읽으면서 기억을 더듬고 표현도 가려서 고치고 다듬습니다. 생각하면서 쓴 글보다, 일단 쓰고 나중에 고쳐 쓴 글이 훨씬 나았습니다. 


백지 앞에서 고심하며 쓰는 글보다 일단 쓰고 여러 번 고쳐 쓰는 글이 훨씬 나은데도, 왜 수많은 초보 작가들은 자꾸만 생각과 글을 연결시켜 어렵게 쓰려는 걸까요?


첫째, 한 번만에 끝내고 싶어 하기 때문입니다. 다 쓰고 고쳐 쓰는 것이 번거롭게 힘들다 여겨지니까, 그냥 한 번에 잘 쓰고 끝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지요. 무슨 일이든 한 번에 끝내려는 조급한 마음이 일을 그르치는 법이지요. 


둘째, 생각하면서 글을 써야 뭔가 그럴 듯한 글을 쓸 수 있을 거라고 착각하기 때문입니다. '작가'라고 하면, 책상 앞에 앉아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엄청난 베스트셀러를 쓰는 존재라는 인상이 널리 알려진 탓입니다. 그렇게 인상 구기고 글 쓰면 주름만 집니다. 


셋째, 손 가는 대로 마구 쓴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아직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글을 많이 써 본 경험이 부족한 탓입니다. 한 줄을 쓰고, 또 다음 문장을 쓰고, 또 다음 문장을 쓰는 것. 어렵고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막 쓰면 되는데, 자꾸만 어떤 연결고리나 밀접한 연관성을 끼워맞추려 애쓰는 것이지요. 아무리 애쓰며 써도 경험 부족한 작가의 글은 고치고 다듬기 전에는 부족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글쓰기 혹은 책쓰기라고 하면, 일단 어렵고 힘들다는 인식이 아직도 널리 팽배해 있습니다. 그런 건 특별한 사람들이나 쓰는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아직 많고요. 틀렸습니다. 전혀 아닙니다. 시대가 바뀌고, 사람들의 생각이 진화했으면 그에 맞게 나도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은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는 세상을 넘어 누구나 글을 써야만 하는 시대입니다. 어렵고 힘든 일이 아니라, 나를 찾는 과정인 동시에 타인을 돕는 행위이기도 합니다. "일단 쓰고, 나중에 고친다!" 이 원리만 이해해도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글을 쓸 수가 있습니다. 


초보 작가의 경우에는 아직 생각을 깊이 파고드는 힘도 약하고, 집중력도 몰입력도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 번에 끝내려는 생각을 접고, 여러 번 고쳐 쓰겠다 마음먹기만 해도 글쓰기/책쓰기 대하는 태도가 달라질 겁니다.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특별한 실패 경험을 하며 살다 보니 깨달은 바가 있는데요. '똥폼'이란 게 필요한 때가 있는가하면, 절대 잡지 말아야 할 때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도전을 시작하기 전, 그러니까 머리로 상상할 때는 반드시 똥폼을 잡아야 합니다. 나는 작가다! 나는 부자다! 나는 행복하다! 작가처럼, 부자처럼, 행복해서 미칠 것 같은 사람처럼! 그렇게 똥폼을 잡는 것이 뇌를 속이는 데 아주 유용합니다. 


반면, 어떤 일에 돌입했을 때에는 똥폼이고 뭣이고간에 무조건 행위 그 자체에만 몰빵해야 합니다. 작가는 글 쓰는 데 집중하는 사람이고, 부자는 돈의 가치에 몰입하는 사람이고, 행복한 사람은 행복 그 자체에 빠져드는 사람입니다. 똥폼은 시작 전까지만 효과가 있고요. 일단 글을 쓰기 시작했으면, 이후부터는 키보드를 두드리는 데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말하는 노력이란 '쓰는 행위' 자체를 말합니다. 배우고, 책 읽고, 머리로 생각만 해서는 실력을 늘이지 못합니다. 오늘, 지금 당장 한 편의 글을 쓰는 것이 최선의 공부임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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