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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Jul 18. 2024

구체적으로 쓴다는 말의 의미

보여주는 글쓰기



글을 쓸 땐 구체적으로 써야 한다고, 강의 때마다 강조합니다. 퉁치는 표현을 삼가고, 독자 입장에서 눈에 보이듯 귀에 들리듯 하나하나 상세하게 표현해주어야 한다고 말이죠. 예시도 들고 여러 차례 반복해서 말하지만, 초보 작가 입장에서 이해하고 실천하기가 아직은 힘든가 봅니다. 


              허리 디스크에 걸린 남자를 보았다.             

위와 같이 쓴 문장을 구체적이라고 착각하는 사람 많은데요. 일단, 허리 디스크라는 병명을 언급했고 남자라는 성별도 표현했으니 구체적으로 쓴 게 맞지 않느냐는 것이죠. 하지만, 아래 문장으로 보면 바로 이해가 될 겁니다. 


              숏 커트에 뿔테 안경을 쓴 50대로 보이는 그 남자는 말을 하면서 계속 몸을 이리저리 비틀었다. 바닥에 떨어진 차 키를 줍는 데 무려 20초나 걸리는 것 같았다. 의자에 앉을 때도 인상을 잔뜩 찡그렸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흘렀다. "어이쿠" 하는 신음 소리를 연거푸 내뱉는 걸 봐서 통증을 견디고 있는 모양이었다.             


'허리 디스크'라는 말은 병명을 표현한 게 맞지만, 사실 독자 눈과 귀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습니다. 글을 읽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이미지입니다. 머릿속에 어떤 장면을 그릴 수 있어야 글이 마음에 닿을 수 있습니다. 


남자친구 만났다고 쓰지 말고, 어떤 남자친구인지 묘사를 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차를 타고 이동했다 쓰지 말고, 102번 마을버스라고 콕 집어주어야 합니다. 여행 다녀왔다고 쓰지 말고, 제주도 용두암 해안도로에 서서 파도를 바라보았다고 써야 합니다. 점심 먹었다고 쓰지 말고, OO식당에서 김이 폴폴 나는 삼계탕을 먹었다고 써야 합니다. 


부부싸움을 했다고 쓰는 게 아니라, 남편은 무슨 말을 했고 아내는 어떻게 받아쳤는가, 그래서 서로 어떤 분위기로 어떻게 소리를 질렀으며 아이들은 어땠는가 적는 것이죠. '부부싸움'이라고 대놓고 설명하는 게 아니라, 독자들이 읽으면서 '아, 둘이 싸웠구나'라고 해석하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영상물이 판을 치는 세상입니다. 화려하고 아름답고 정교합니다. 인스타그램, 틱톡만 접속해도 종일 눈을 현혹하는 영상 가득합니다. 이런 시대에 글로써 승부를 걸기 위해서는 생각하고 상상하고 훤히 볼 수 있는 그런 글을 쓰는 게 마땅하겠지요. 


'짜증 났다'고 퉁칠 게 아니라, 그 순간 무슨 일이 있었고 나는 어떤 표정으로 무슨 생각을 했으며 그래서 어떤 행동을 했는가 보여주어야 합니다. 작가가 '짜증 났다'고 직접 설명하지 말고, 독자가 읽고 '아, 지금 작가가 짜증이 났구나' 해석하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강의 시간에 수강생에게 질문합니다. "어제 뭐했습니까?" 그러면, 수강생 대부분은 이렇게 답변합니다. "회사 출근해서 일했습니다."라고 말이죠.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더 궁금하기만 합니다. 무슨 회사입니까? 얼마나 다녔습니까? 직급은 무엇입니까? 맡은 업무는 어떤 일이죠? 어제 한 일은 정확히 무엇입니까?


글을 쓸 때 분량 채우기가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초보 작가들도 많은데요. 글을 구체적으로 쓰기만 해도 해결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구체적으로 쓰는 것이 아직도 어렵게 느껴진다면, 글을 쓸 때마다 드라마나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는 것도 도움 될 겁니다. 


예를 들어, 남여 주인공이 이별하는 장면을 떠올려 봅시다. "우리 이제 이별해!", "그래 알았어, 이별해!" 뭐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 드라마나 영화는 없을 테지요.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저녁. 여주인공이 우산을 펴지도 않고 손에 쥔 채 저 앞을 응시하고 있습니다. 건물 입구로 퇴근해 나오는 남주인공이 웬 낯선 여자와 포옹을 합니다. 그 여자는 남주인공의 팔짱을 꼬옥 끼면서 환하게 웃습니다. 누가 봐도 저 두 사람은 연인 관계임이 틀림 없습니다. 여주인공 얼굴에는 빗물이 줄줄 흘러내립니다. 아니, 빗물인지 눈물인지 분간하기는 힘듭니다.


이렇게 장면을 묘사하겠다 작정하고 글을 쓰는 거지요. 단,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여주인공은 슬펐다, 남주인공은 설렜다, 연인관계인 그 여자는 행복했다 등등 감정을 직접 표현하는 일은 자제해야 합니다. 설명하는 게 아니라 보여주는 거라 했지요. 등장인물들의 감정도 독자가 직접 느끼고 해석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써야겠다고 작정을 하고 연습하면 글솜씨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글쓰기 수업에서 늘 강조하는 내용입니다. 배우고, 공부하고, 연습하고, 반복하고, 지속한다! 무슨 일을 하든 이 다섯 단계를 실천하면 누구나 일정 수준 이상 실력을 갖출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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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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