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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Nov 13. 2024

글쓰기, 뉘앙스가 다르다

보여주는 글쓰기


"안녕하세요?"

이 한 줄만 읽으면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냥 인사다. 아, 누가 누군가를 만나 인사를 건네는구나. 안.녕.하.세.요 라고 다섯 글자를 또박또박 따로 읽는 게 아니라, 그냥 사진을 찍듯 한눈에 인사구나 알아보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문장이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나누는 대화 중 한 부분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환하게 웃으며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는 장면. 왜 인사를 제대로 하지 않느냐며 선생님한테 크게 혼이 난 뒤에 마지못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는 아이. 


조폭들이 서로 눈을 부라리며 인사 좀 하고 삽시다 하고 으르렁거릴 때, 이를 악문 상태에서 비꼬듯 "안녕하세요?"라고 눈 똑바로 쳐다보고 말하는 장면. 시장통에서 물건 파는 사람이 오는 사람 가는 사람 모두에게 마구 던지는 "안녕하세요?"인 경우. 


똑같은 다섯 글자이지만, 상황에 따라 장면에 따라 전혀 다른 뉘앙스로 다가온다. 현장에서 말을 할 때는 이처럼 표정과 몸짓과 분위기와 말투로 전혀 다르게 느껴지는 "안녕하세요?"를 글로 적을 땐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 바로 "보여주는 글쓰기"이다. 앞뒤 상황을 보여주어야 하고, 화자의 표정과 제스처를 보여주어야 하고, 주변 분위기를 보여주어야 한다. 이 모든 것들을 상세하면서도 친절하게 보여주는 글이 독자로 하여금 생생한 현장감을 느끼게 한다. 


작가는 진실을 쓴다. 그냥 "안녕하세요?"만으로는 진실을 전하기 어렵다. 실제로 보고 듣고 경험한 모든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써야만 독자로 하여금 진실 여부를 구분 가능하도록 해 준다. 


글을 쓰는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너무 잘 알고 있다. 초보 작가일수록 독자도 어느 정도는 알겠지 하는 짐작으로 대충 건너뛰는 경향이 있다. 지식의 저주라고 일컫는 이러한 현상을 예방하기 위해 처음부터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글쓰기" 연습을 철저히 해야 한다. 


육하원칙에 소홀하지 않으면 보여주는 글을 쓰기 수월하다. 언제, 어디에서, 누가, 무엇을, 왜, 어떻게 했는가 하나하나 조목조목 쓰는 것이다. 주제와 관련없는 이야기를 지나치게 자세히 쓰는 것도 문제인데, 이 부분은 나중에 퇴고할 때 지우고 줄일 수 있다. 우선은 구체적으로 쓰는 게 관건이다. 


글이란, 작가의 경험과 느낌과 깨달음을 독자가 알기 쉽도록 전하는 도구이다. 따라서 그 첫 번째 조건이 "이해 가능한가"라는 질문이어야 마땅하다. 쉽게 써야 한다는 말이다. 쉽게 쓰기 위해서는 보고 듣고 경험한 바를 있는 그대로 옮겨 적는 습관이 필요하다. 꾸미지 않고 건너뛰지 않는 것이야말로 독자를 위한 쉽게 쓰기의 정석이라 하겠다. 


글을 다 쓰고 나면 사나흘에서 일주일 정도 묵혀두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쓰고 나서 바로 읽어 보면 무엇이 얼마나 빠졌는가 찾기 힘들다. 묵힌 다음 읽어 보면 자신의 글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오류 찾기가 수월하다. 훤히 보이는가. 들리는가. 그렇지 않다면 더 구체적으로 서술해야 한다. 


수요일 오전 10시부터 두 시간 동안 37명 예비 작가님들과 "온라인 책쓰기 154기, 2주차" 수업 함께 했다. 글 쓰는 방법은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특히 "보여주는 글쓰기"는 스토리텔링에서 중요하다. 독자가 작가의 이야기에 푹 빠져 마치 자신이 그 이야기의 주인공인 것처럼 느낄 수 있다면 더 없겠다. 


"보여주는 글쓰기" 연습 방법으로 일기쓰기를 권한다. 일기란, 하루에 있었던 일과 자신의 느낌을 기록하는 글이다. 양식도, 조건도, 기준도 없다. 다만, 자신이 직접 겪고 생각한 이야기를 적는다는 점에서 사실 그대로를 보여줄 만한 좋은 예가 된다. 


짧은 영상을 글로 옮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느낌이나 감정을 최대한 배제하고, 눈에 보이는 장면을 최대한 정확히 글로 옮기는 연습이다. 이를 반복하면, 독자들에게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장면을 보여줄 수가 있다. 


글쓰기 공부에는 끝이 없다. 그래서 답답하고 힘들다는 사람도 없지 않다. 반면, 끝이 없기 때문에 매번 새로운 공부를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나와 우리 작가들은 후자를 높이 산다. 그래서 매주 글 공부를 한다. 공부하는 지금이 보람 있고 행복하다. 글이 좋아질수록 내 삶에도 애착이 간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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