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로 다른 사람을 돕는다
글쓰기는 자신을 드러내는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나는 내향적이다." 등과 같이 자신을 설명하거나, "나는 초등학교 2학년 때 엄마 지갑에서 돈을 훔쳤습니다." 라고 죄를 고백하는 말은 아니다.
나를 드러낸다는 말에는 '소통'의 의미가 담겨 있다. 나와 너, 나와 세상, 나와 인생, 나와 사람들. '나'라는 존재가 다른 무엇과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 되어 살아가고 있는가 밝히고, 그래서 내 인생과 타인의 인생 모두가 소중함을 깨닫게 하기 위한 도구이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자신을 제대로 모른 채 살아가고 있다. 10년 넘게 매일 글을 쓰고 있지만, 나도 나 자신을 다 안다고 할 수 없다. 다만, 그 동안 글을 쓰면서 내가 어떤 순간에 어떤 생각과 행동을 하는 존재이며, 그런 생각과 행동이 모여 내 삶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인식할 수 있어서 인생에 도움 되었다는 사실 만큼은 분명하다.
며칠 전, 할아버지 제사를 지내는 과정에서 아버지와 어머니와 아내가 다소간의 갈등을 겪었다. 나는 누구의 편도 아니지만, 곁에서 가족이 다투거나 불편한 상태로 지내는 걸 견디지 못한다. 아주 어렸을 적부터 생겨난 나만의 성향이기도 하다.
감옥에 있을 때도, 같은 방을 쓰는 두 명의 재소자가 시비가 붙어 싸우면, 그들과 아무런 상관도 없는 내 마음이 불편하곤 했었다. 내가 좀 손해를 보더라도, 어떻게든 방 분위기를 좋게 만들기 위해 애썼다. 그런 희생과 봉사가 나를 참 힘들게 했다.
[자이언트 북 컨설팅]을 운영하면서도 수많은 '사람 문제'에 부딪힌다. 네트워크 사업을 하면서도 '사람 문제'는 피할 수 없다. 나와 너의 직접적인 문제, 타인과 타인간 간접적인 문제, 나와 회사, 타인과 회사 등 시시콜콜한 '사람 문제'가 끊이질 않는다.
그럼에도 지금은 예전처럼 마음고생 하지 않는다. '사람 문제'라는 것이 내가 억지로 해결하려고 애쓴다 해서 풀리는 게 아니란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각자의 생각이 다르고, 각자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각자 세상을 보는 안경의 색이 다르다. '다르다'는 말을 받아들인 후부터 전혀 다른 인생을 살 수 있었다. 마음, 지극히 편안하다.
'사람 문제'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었던 것도 글쓰기 덕분이다. 꽤 많은 갈등과 다툼과 괴로움을 글로 다루었는데, 쓰고 나서 읽어 보면 예외없이 '내가 어쩔 수 없는 일에 매달리고 있구나'란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생각의 누적과 깨달음의 반복이 나를 자유롭게 만들어주었다.
이승우 작가는 자신의 책 <고요한 읽기>에서, "책을 읽는다는 건 결국 자신을 읽는 행위"라고 밝힌 바 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쓴다는 건 결국 자신을 쓰는 행위라 할 수 있다.
나의 경험, 나의 생각, 나의 감정, 나의 세상, 나의 인생 등을 쓰면서 '나'란 존재를 조금씩 알아가는 과정이자 여정인 것이다. 모르면 불안하고, 알면 평온하다. '내'가 미지의 존재인 이상 우리는 계속 불안하고 초조할 수밖에 없다. '나'를 밝혀야 세상과 인생도 환해진다.
"밝히고 싶지 않은 과거가 있을 수도 있잖아요."
자신에 대해 솔직하게 드러내야 한다고 강조할 때마다 이렇게 묻는 사람들 있다. 이해한다. 나도 그랬다. 누가 전과자, 파산자, 알코올 중독자, 막노동꾼, 암 환자임을 밝히고 싶겠는가.
이런 경우, 글을 쓴다고 해서 무조건 세상에 드러내야 한다는 건 아니란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아직은 때가 아니다 싶으면, 일단 모조리 적은 다음 그냥 서랍 속에 넣어두면 된다. 찢어버려도 된다. 쓰는 행위를 통해 자신을 들여다보고 나면, 이후에 공개 여부를 결정해도 된다는 뜻이다.
상처와 아픔을 그냥 품고 사는 것보다 백지 위에 드러내는 것이 훨씬 낫다. 마음을 가볍게 해 준다. 때로 치유가 되기도 한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란 사실을 안 신하가 왜 그리 답답해 했겠는가. 인간은 표현의 동물이다. 과거에 겪었던 모든 '밝히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하얀 종이와 상담하고 그 위에 고백하라. 세상 가장 훌륭한 카운셀러는 백지다.
자신을 드러내는 행위에 아직 용기가 부족하다 느끼는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우리가 자기 이야기를 세상에 드러내는 본질적 이유는, 내 이야기 까발려서 독자들로부터 무슨 말을 듣겠다는 게 아니다. 내 인생 경험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 주겠다는 취지다.
그렇다. 글쓰기는 돕는 행위다. 이 본질과 가치를 잊지 말아야 한다. 너무나 많은 돈벌이 광고들이 글쓰기와 책쓰기를 돈이나 성공 또는 부자나 인생 역전 따위와 연결시키는 바람에 심한 착각에 빠지게 된 거다. 내 성공을 위해 책을 쓰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 돕기 위해 글을 쓰는 거다. 그 과정에서 더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행복한 성과가 빚어지면 돈도 따라서 벌게 되는 것일 뿐.
무슨 일이든 목적과 도구가 바뀌면 실패한다. 당장은 성공할지 몰라도, 조금만 시간 지나면 허탈하고 공허해진다. 그림을 벽에 거는 것이 목적인데, 자칫 벽에다 못 박는 걸 목적으로 착각하는 거다. 매 순간 벽에다 못질만 열심히 하면서, 나중에는 자신이 왜 못을 박고 있는지조차 잊어버린다. 황혼에 이르러, 난 참 열심히 못을 박았는데... 하면서 허탈해한다.
글쓰기는 자신을 드러내 타인을 돕는 행위이다. 잘 써야 한다는 말은 그래야 더 잘 도울 수 있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문법을 지켜야 하는 이유, 쉽게 써야 하는 이유, 간결하게 써야 하는 이유, 현장감 있게 생생하게 써야 하는 이유. 이 모든 이유가 독자가 제대로 도움 받을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장치다.
당신은 지금 엄청난 무기를 쥐고 있다. 그 무기로 여러 사람 도울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매일 매 순간 사는 게 힘들고 어렵다는 푸념만 내뱉고 있을 것인가. 글 쓰고 책 출간해서 자신의 이야기로 다른 사람 돕기를, 그래서 자기 인생과 존재 가치를 제대로 느껴 보길. 세상은 지금 당신의 글을 기다리고 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