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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성욱 Aug 23. 2023

구멍 난 양말

유치원 버스가 오기를 기다리는 시간은 항상 설렌다.

아이가 폴짝폴짝 콩콩콩  몇 개 안 되는 버스 계단을 내려오는 동안 나의 눈은  그 찰나의 순간을 스캔한다.

아이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살피며 아이의 하루를 가늠해 본다.


머리가 헝클어지고 옷에는 점심에 먹은 음식을 묻히고 손에는 여러 가지 색색들이 물들어 있다.

이런 날이면 괜스레 흐뭇해다.

엄마가 함께하지 않는 시간에도  열심히 자신의 시간을 즐기고 왔다는 안도와 뿌듯함이 함께 나에게로 왔다.


여지없이 오늘도 콩콩콩 나에게로 오는 아이를 웃음으로 맞이한다.

그런데 샌들사이로 보이는 발이 맨발이다.  

'양말에 물이라도 쏟았나' 생각하며 집으로 가는 아이를 뒤따르며 걷는다.

앞서 나가며 아이가 말한다.

"엄마, 나 양말 사줘야겠어"  

"어?.... 왜?"

"나 엄지발가락이 구멍 났어, 아주 크게, 새로운 양말 사자"

그랬구나, 양말에 구멍이 나서 벗었구나,

혹시나 아이가 구멍 난 양말에 창피하지 않았을까 마음이 쓰여서 되묻는다.

"양말에 구멍 나서 기분 안 좋았어?" 하고 묻고 아이의 표정을 살핀.

"아니, 아빠 발가락이 나와서 친구들이 볼까 봐 구멍을 뒤로 넘기며 놀았,

다 선생님이 '이든아 양말 구멍 났네' 그래서 알고 있어요 말하고 귀찮아서 그냥 벗었어.

찰나에 아이의 행동이 그려졌다


요즘 아이는 훌쩍 컸다. 키가 커진 만큼 도 커졌나 보다

꼭 맞는 얇디얇은 여름 양말이 버티지 못하고 구멍이 난 듯하다.

친구들 앞에서  그 모습을 보이기 싫어 양말의 구멍을 발바닥으로 보내는 모습도, 

마침내 선생님의 발견에 '에라... 모르겠다'

양말을 벗고 자유로워지는 그림까지 몇 컷의  장면과 아이의 마음이 읽혔


자신에게 생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처리해 나가는 모습을 생각하니, 

아이가 자신만의 세계를 충실히 살고 있음이 기다.

저녁에 퇴근한 남편은 아이를 세심히 챙기지 않은 나를 타박했지만,

어찌 아이의 모든 것을 부모가 대신할 수 겠는가?

아이는 스스로 할 수 있는 만큼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성장하고 있었다.

키가 크는 것만큼 마음도 키워 가고 있었다. 


오늘 본인이 결정한 마음만큼 아이는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스스로 해결하고 쿨하게 "새로운 양말 사줘야 해"라고 말하며, 

한 뼘 더 큰 하루를 보내고 나에게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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