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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성욱 Aug 25. 2023

황금색 국수

"엄마 황금색 국수 있잖아?"

"....."

"오늘 간식시간에 그... 황금색 국수 나왔는데 너무 맛있어서 두 번 먹었어. 엄마가 또 해 주면 안 돼?"

아이는 편식은 하지 않지만, 먹는 양이 많지는 않다.

그런 아이가 더 달라해서 먹는 것도, 또 엄마에게 더 해 달라고 하는 경우는 드문 일이다.


엄마는 아이가 잘 먹는 모습을 보는 게 제일 큰 행복이다.

꼭 황금색 국수가 무엇인지 알아내야 한다.

"...... 황금색 국수가 뭘까?"

"국수에 시금치랑 당근이랑 들어간 거!"

얼마전 해주었던 잔치국수가 생각나서

"어... 그 따뜻한 국물이 있는 국수?"

"아니!"

"그럼 하얀색 파스타?"

아이가 좋아하는 오일 파스타를 얘기하나 했다.

"아니!"


자신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엄마에 대한 서운함에 요리의 이름을 모르는 답답함이 더해져 목소리가 커졌다.

"아니, 국물은 없어. 할아버지 생일에 엄마가 만든 국수 있잖아!"

아이의 짜증 석인 말투에 화가 슬슬 올라오던 찰나  '푸하하' 웃음이 터졌다.

엄마의 뜬금없는 큰 웃음에 기분이 안 좋았는지, 눈을 흘기다, "어... 잡채"라는 나의 말에 환화게 웃는다.

아이가 말한 황금색 국수는 '잡채'였다.

한 번도 잡채가 국수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생각해 보지 않았기에 도무지 아이가 내는 수수께끼 같은 질문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시아버지, 남편, 이제는 아이까지 이어지는 잡채 사랑에 나는 큰 양푼을 꺼내든다.

당면을 불리고 각종 채소들을 볶아내고, 고기를 많이 넣으라는 남편과 아이의 요구를 받아들여 양푼 한가득 잡채를 버무린다.

고소한 참기름 냄새에 아기새처럼 주방으로 몰려들어 입을 벌린다.

"엄마, 거봐 황금색 국수 맞지?"

그러고 보니 양푼 한가득 잡채는 간장과 참기름으로 버무려져 황금색으로 빛났다.

"맞네, 황금색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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